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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 May 18. 2023

장애는 그냥 장애일 뿐!

그림책 <우리 집에 놀러 와>를 읽고


    

그림책 표지



 어제 학생들과 국립칠곡숲체원으로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오전 활동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난 후, 저수지와 숲으로 이어진 데크로드를 산책했다. 그런데 노약자, 아동, 휠체어 이용자 등을 위해 경사로를 7% 이하로 조성하였다는 안내 문구가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경사로를 걷기 불편한 분들과 어린이를 위한 배려에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10살 밖에 안 된 3학년 우리 반 어린이들과 1km가 넘는 거리를 무사히 산책을 마쳤다.


 오늘 두 번째로 읽은 책 <우리 집에 놀러 와>는 장애를 다룬 그림책이다. 며칠 전, 첫 번째로 읽었을 때는 내 기분이 엉망이어서 그런지 이 그림책에도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가볍고 산뜻한 기분으로 두 번째로 읽은 이 그림책은 새롭게 다가왔다. 너무나 행복한 장애인 가족들이 눈에 들어왔다. 장애는 다르고 특별하고 이상한 게 아니라 그냥 장애일 뿐이었다. 장애가 있는 것일 뿐, 장애는 살아가는 데 단지 불편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어쩌면 장애를 통해 장애인 가족들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살아가는 능력을 부여받은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결핍은 또 다른 축복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 것이다.


 이 그림책에는 정말 다양한 장애인들이 나온다. 뇌성 마비 장애인, 청각장애인, 시각 장애인,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장애인, 왜소증, 지적 장애, 신체장애 등. 하지만 이들은 이 장애를 긍정적 요소로 활용한다. 한쪽 손이 없는 대신 갈고리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고 후크선장 놀이를 하기도 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듣기 힘들 땐 헤드폰을 쓰고 조용한 놀이를 즐긴다. 휠체어를 타고도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친구들과 재밌는 놀거리를 많이 발견하며 그것마저 지겨워질 때는 휠체어를 이용하여 밀어주고 달리는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수화와 점자를 이용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춤을 즐기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가족이며 시각장애인을 보필할 때는 충실한 안내견으로써 일한다.


 장애가 없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정말 장애가 있는 게 맞아? 너무나 평범하고 너무나 즐거워 보이는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어쩌면 내가 처음 읽었을 때 별 감흥이 없었던 건 그냥 너무나 평범한 가정의 모습처럼 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두 번째로 다시 읽으니깐, 장애라는 요소가 있음에도 이렇게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는 게 역설적이게도 불행한 비장애인 가정이 많은 현실에서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하는 가정이라서 더 생동감 넘치고 다채로워보였다.


 중요한 건 장애가 있고 없고가 아니라 어떤 상황이든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능력 아닐까? 외국에서는 이민자라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으로서 보호받기도 한다고 한다. 그만큼 장애에 대한 허들이 낮고 편견도 덜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장애인을 굉장히 낮추거나 비하하고, 또한 장애인보호시설을 혐오시설 취급하기도 한다. 장애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의 대상자가 되는 장애인들의 수치심과 분노가 불행한 한국사회를 만드는 게 아닐까?


 엘리자 헐, 샐리 리핀의 이 그림책 <우리 집에 놀러 와>처럼 장애란 단지 비장애인과 다른 하나의 요소일 뿐이며 얼마든지 신나고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긍정적으로 산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행복하게 어울려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유명해진 발달장애인 정은혜 작가님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살기에 대해 소개해주는 뇌병변 장애인 유튜버 굴러라구르님을 보면 이러한 점을 더 실감할 수 있는 것 같다.


 꼭 유명해지지 않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며 저마다의 생을 보내는 장애인 분들이 어떤 차별이나 혐오의 대상도 되지 않고 그저 우리들과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점차 더 많이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그와 더불어 제도적 뒷받침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2학기 장애이해교육 주간에는 이 그림책을 꼭 활용해보고 싶다. 그림책 속 장애인 가족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집으로 초대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너무나 뜻깊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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