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내게 겨울은 충전의 계절 이어왔다.
겨울의 씨앗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11월부터 세상이 서서히 추워지는 12월을 지나 얼음이 어는 1월, 그 얼음이 녹아가는 2월을 거치는 동안 나는 세상을 상대로 최선을 다해 숨어 들어갔다. 가족 이외의 사람은 가능하면 만나지 않고 나의 차가워진 몸과 예민해진 마음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충분히 웅크리고 움츠렸다. 더 깊이 더 깊숙이 내 몸과 마음을 살찌웠다.
겨울에 찌운 살로 다시 찾아온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을 살아내게 될 테지. 겨울에 데운 따뜻한 피 덕분에 다시 만난 사람들에게 상냥한 말을 건네고 다정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 테지.
돌아올 그 날을 떠올리며. 잔뜩 웅크린 오늘에 명랑한 기운을 뿌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