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A와 B는 만날 수없다. 이 화면에서뿐만 아니라 이 화면을 넘어서도 쭉 앞으로만 뻗어 나갈 뿐 태생부터 절대 만날 수 없다. 만나기 위해선 적어도 둘 중 하나는 여태 동안 이어져오던 선의 각도를 바꿔야 한다. 각도를 바꾸기 위해선 큰 결심과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은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그 선이 별종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결국 선 A와 B가 만났다고 하더라도 잠깐의 ‘접점’이 될 뿐 또다시 각자의 길을 간다. 어쩌면 만나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순간의 접점이 끝나면 어느새 변해버린 자신의 각도로 인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힘들어질 수도 있고, 변하기 위해 노력이 결국 끝났다는 사실 때문에 공허함만이 남을 수도 있다. 또한 힘든 노력을 하지 않아도 원래부터 맞닿을 수 있는 선이 있을 수도 있다. 선 A와 B가 계속 함께 가기 위해 서로가 있는 방향으로 긴장을 유지해줘야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 A와 B가 함께 쭉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원래 맞닿을 수 있는 선이 아닌데도 서로의 성질을 바꿔 함께 가는 모습은 참 아름다워 보인다. 그 각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별종이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비난도 이겨야 하고, 스스로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 되니까 말이다. 성질이 다른 선이 맞닿는 건 정말 힘든 일이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고 가치 있다. 힘들게 맞닿은 만큼 끝까지 그 노력을 잊지 않고 함께 갈 수 있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