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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단 정선옥 Apr 21. 2024

슬기로운 주방생활

나박김치를 하며


김치를 사 먹지 못하는 이유는 무얼까?


1. 아무래도 경제적이다.

2. 김치를 이용한 음식을 맘껏 해 먹을 수 있다.

(김치전, 김치찌개, 김치 만두, 김치 수제비. 기타 등등)

3. 위생적이다

4. 김치를 하면 집안이 화목해진다.


1,2,3번은 쉽게 이해가 되지만 4번은 뭐지?

김치와 집안 화목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가?


사실..

내가 어릴 때도 엄마가 김치를 할 때면 한참을 쳐다보았다. 다듬고, 절이고, 헹구고, 버무리고..!

수돗가에 쪼그리고 앉아 노란 배춧잎이 잘리고 씻기고 절궈지는 것을 쳐다보고, 또 쳐다보았다. 마지막단계에서는  간을 보며 짜다, 맵다, 싱겁다를 번복했다. 결국 식구들이 모두 다 불려 나와서 간을 보고 마침내 합의점을 찾는다.

그래서 김치 하는 날은 식구들이 모두 모여 떠드는 날이었고 활기 넘치는 날이었다.


요즘은 김치 먹는 양이 많이 줄어서 아주 조금씩 반찬 하듯이 한다. 마트에 알배기 배추가 세일을 하길래 2980원에 한 포기를 샀다. 집에 무 하나가  야채칸에 있는 게 떠올랐고 나박김치를 하면 딱 좋을 것 같았다.

김치는 비교적 가족들이 집에 있을 때 하는 편이다.

주방보조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훨씬 수월하고  서로 간을 봐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박김치를 비롯해서 모든 종류의 김치를 뚝딱 할 수 있지만 결혼을 하고도 한참을 김치는 담그지 못했다. 시댁, 친정에서 번갈아 담가주었기도 하고  몇 번 실패를 하고는 아예 포기해 버렸다. 그러다가 어쩌다 한번 성공을 하고부터는 김장까지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나박김치는 국이나 찌개 대용으로도 좋고 느끼한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간단 버전 레시피는 아래와 같다.


1. 먼저 배추를 썰어 살짝 절구어서 헹구어놓는다.

2. 무도 썰어놓지만 절구 지는 않았다.

3. 고춧가루를 주머니에 넣어 물에 담가서 고추물을 만들어놓는다.

4. 찹쌀풀도 쑤어서 식혀둔다.

5. 오이와 사과도 나박, 나박 썰어둔다.

(배는 없어서 패스)

6. 배추와 액젓과 파와 마늘과 매실청을 넣어 버무리고

빨간 고추물을 자박하게 붓는다.(찹쌀풀도 함께 넣어준다)

7.간은 소금으로 맞춘다.

 

이때쯤 주방보조하던 남편과 아이들을 불러 모아 간을 본다. 소금과 액젓과 매실청을 몇 번 더 붓고는 마침내 합의에 이른다.



주방보조를 하던 딸이나 아들이 이제는 거의 하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주방보조는 남편에게 넘어갔고 간을 보던 아이들도 집에 있을 때가 많지 않다.

김치와 집안 화목은 자꾸, 자꾸 관련이 없어지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김치 먹는 양이 줄어들고 있다.

이런 추세면 사 먹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김치는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 우여곡절 끝에 힘들게 배웠던 김치 하는 법을 잊고 싶지 않고 집안에 활기도 불어넣고 싶다.

아마도 나는  마트에서 오이, 무가 세일을 하면 오이소박이, 깍두기를 하겠다고 사들고 와서는 거실에 늘어놓고 가족들을 불러 모을 것이다.


'얘들아~~

나와서 김치 간 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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