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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예윤 Jan 22. 2022

요가 일기 #1

받다코나아사나(나비 자세)에서 전굴하기

바로 앉아서 무릎을 접고 발바닥을 서로 붙인 자세. 받다코나아사나, 즉 나비 자세다. 나는 이 자세를 하면 무릎이 하염없이 공중에 뜬다. 이 자세에서 전굴이라도 하려고 하면 몸이 거의 앞으로 숙여지지 않는다. 고관절 때문인지 허벅지 안쪽 근육이 뻣뻣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릎도 허공에 떠 있고 몸도 숙여지지 않아서 내 신체의 한계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자세 중 하나가 바로 받다코나아사나이다.

 전에는 이 자세에서 핸즈온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작년 말에 등록한 요가원에서 선생님이 처음으로 이 자세에서 전굴할 때 내 몸을 이끌어주셨다. 일단 무릎을 바닥에 밀착시킨다. 최대한. 그리고 내 다리를 선생님의 다리로 누른 채로 내 상체를 눌러 서서히 앞으로 숙이게 한다. 호흡하면서, 들이쉬고 내쉬고, 하면서 천천히 앞으로. 내쉴 때 몸을 앞으로 숙이면 정말로 조금씩 내려간다. 무릎은 거의 땅바닥에 붙고, 상체는 점점 내려가 이마가 발바닥에 닿는다. 이때 두 손은 발을 붙잡고 있거나 팔을 벌려 손을 땅바닥에 붙이고 있기도 한다.

 설명이야 쉽지. 이 과정 속에서 근육에는 이상한 감각이 들고 마음은 휘몰아친다. 처음 핸즈온을 통해 전굴해 내려갈 때에는 허벅지 안쪽 근육이 찢어지는 느낌이 들더니 여러 번 반복해본 요새는 또 근육이 늘어난다는 감각이 있다. 근육이 사정없이 떨린다. 그리고 정말, '죽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폭주한다. 죽을 것 같고, 소리 지르고 싶고, 울고 싶다. 그만하고 도망치고 싶다. 그런데 그 근육의 떨림과 아우성치는 마음을 호흡으로 다스리는 것이다. 간단하게, 들이쉬고 내뱉으면서. 다시 한번 들이쉬고 내뱉으며 1mm씩 더 내려가고 나아가면서.

 그런데 그러다 보면, 이마가 발바닥에 닿으면, 근육이 끝없이 늘어나다 보면, 마음  응어리가 풀리고 어디론가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뻣뻣해 한계에 부딪친 고통스러운 몸을 호흡으로 살살 달래줄 , 그래서 마침내 조금씩 편해질  묘한 해방감이 드는 것이다. 몸에서 한발  나아갔다는 느낌, 그런 정신력을 스스로 느낀다는 경이로움.  해방감의 여운은 아주 오래 간다. 몸으로 실감하는 감각이라  잊히지도 않는다.

 우리 하타 요가원에서는 요가를 수련하기 전, 그리고 수련이 끝난 후에 차를 마신다. 고통을 맞이하고 마무리하기 위한 우리끼리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받아들이고 기념하기 위해서. 요가를 하면서 느껴졌던 몸의 변화들에 대해서 얘기하기도 하고 누군가가 어려운 아사나를 해내면 축하를 하기도 한다. 결국 때로 고통스럽기도 때로 경이롭기도 했던 우리의 수련에 대해서 얘기 나누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샨티 샨티, 하고 매번 인사하는 것처럼 그 과정 속에서 몸과 마음 속에 평화가 도래한다.

 받다코나아사나를 할 때는 몸과 마음 속에 큰 소용돌이가 생긴다. 그 소용돌이 속을 조용히 호흡하며 지나갈 때, 나는 조금 다른 국면의 나로 접어든다. 나는 그대로 나지만 조금씩 달라져 있다. 발바닥을 서로 붙이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는 아주 간단한 자세를 통해 나는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하타 요가가 고통스러우면서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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