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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이 Nov 12. 2019

독기라는 게 있었던가(feat. 성공신화의 전제조건?)

벼랑 끝에 몰려본 적이 있었던가

무일푼에서 거부가 된 성공신화

책이나 방송 매체에서 종종 이런 사례가 다뤄지는 걸 볼 수 있다. 무일푼에서 거부가 된 성공신화 말이다.  

   

“매일 한 끼를 제대로 먹지 못 할 정도로 심각하게 가난했습니다. 그리고 좁은 단칸방에 한 가족이 모여서 다리도 제대로 펴지 못한 상태로 잠을 잤습니다. 그런 상황이 제가 독기를 품고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계속된 실패에 파산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이 악물고 열심히 일을 했고 결국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이런 극한 상황에 처해야 독기를 품고 열심히 일을 하게 되는 걸까.     


몇 년 전 친구가 밤늦게 연락을 해왔다. 자기 집에 들어갔더니 압류 딱지가 붙었다면서 말이다. 친구 아버지의 사업에 문제가 생겼던 모양이다. 그 일이 계기가 됐을까. 원래 보험설계사였던 그 친구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의 업종과 같은 회사를 차렸다. 친구 이야기로는 친구가 보험설계사였을 때에도 수입이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대략 3년 정도를 건설 현장에서 뒹굴면서 영업도 하고 노력하면서 회사를 안정권에 들어서게 만들었다. 그동안 정말 힘들어했다. 자금 순환이 안 될 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반면 나는 사업하겠다고 결심해서 퇴사했으면서도 아직도 제대로 된 수익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2년이 넘었다. 나와 친구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 우리 집에도 압류 딱지가 붙는 극한 상황에 처해야 할까.  

   

나는 그 친구 사무실의 한쪽 공간에서 내 할 일을 하고 있다. 친구는 매출을 많이 올렸지만 아직 직원을 채용할 여력이 안 된다면서 혼자 일하고 있다. 원래 친구 아내가 일을 도와줬지만 아들을 낳은 지 얼마 안 돼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가끔 사무실에서 만날 때면 항상 놀고 싶단다. 그럴 시간이 없어서 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나는 벼랑 끝에 몰려본 적이 없었던가

자, 이제 원래 하려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정말 벼랑 끝까지 몰릴 정도의 어려움이 닥쳐야 그 사람에게 독기가 생기는 걸까. 나는 솔직히 독기를 품고 뭔가를 열심히 했던 것이 언제인지 잘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그런 적이 있었던가 싶다.     


나는 저런 상황까지 몰려본 적이 없다. 아니, 사실 지금 집안 상황이 그런 상황일 수도 있는데 내가 자각을 못 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의 사업은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졌고 그로 인해 아버지는 항상 힘들어하신다. 하지만 아버지는 나에게 어느 정도로 힘든 상황인지 제대로 말씀을 하시지 않는다. 그래서 와 닿지 않는 것일까. 힘든 상황을 자식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아버지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도 있고,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생각일 수도 있다.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맞는 것 같다.   

  

어느 정도 힘든 상황일 거라고 짐작하지만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진짜 제대로 된 경각심을 갖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집안 사정이 안 좋아서 이사했을 때 처음에는 저녁식사 시간마다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았다. 엄마도 아버지도 많이 속상해하셨는데 말이다. 그런 상황을 지켜봤는데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다 보니 잊으면서 무뎌졌던 것 같다.     


회사를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업무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고 인간관계와 월급 문제로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미칠 듯이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다짐은 정말 엄청 많이 했던 것 같다. 그 다짐이 정말 작심삼일처럼 3일을 넘긴 적이 있나 싶긴 하다.      


어느 순간 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인가라는 갈림길에 서 있게 됐다. 그때까지의 내 모습에 대해 생각해봤을 때, 회사생활을 하면서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업무적으로 저녁 여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이를 핑계로 쉽게 나태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결정은 회사 생활을 그만두는 것이었다. 그때는 독하게 마음먹고 열심히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도 돈을 많이 벌어서 그 돈을 벌었던 경험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금 이런 내용의 글이 아니라.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내 사업을 하려고 한다면 회사생활을 할 때보다 더 독기를 갖고 열심히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내 사업을 구축하지 못했다. 아직도 헤매고 있다. 처음부터 나를 걱정하는 지인들도 많았지만, 격려와 응원을 해주는 지인들도 많았다. 하지만 격려와 응원을 해주던 지인들도 점점 나를 걱정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독한 마음을 먹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독기’라는 것이 단기간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생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장기간 미칠 듯 힘든 상황이 이어져야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그런 극한 상황이 되게끔 방치하는 것도 좋은 것 같진 않다. 내가 독하게 마음을 먹기 위해서 일부러 파산과 같은 상태로 몰아넣을 수는 없지 않나. 그리고 그런 힘든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독하게 마음먹고 열심히 일을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극한 상황을 이겨내고 성공신화를 이뤄냈다는 것이지 극한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 아니다.      


독하게 마음먹고 노력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독하게 마음먹고 열심히 노력했다고 해서 나도 똑같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기간에 급격하게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려는 것보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꼭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것보다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는 작은 일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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