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성장을 보는 것은 지겨워
나는 무협 장르의 웹소설을 좋아한다. 보면 ‘먼치킨’ 소설이 많은 것 같다. 이 ‘먼치킨’은 처음부터 주인공 캐릭터가 극강의 캐릭터로 나오면서 어떤 악당도 주인공에게 상대가 되지 못하는 스토리 종류를 말한다. 소설 내에서 엄청 센 캐릭터인 주인공이 악당들의 음모를 하나씩 무너뜨려 나간다. 보다 보면 가끔 악당이 불쌍하고, 주인공이 악당을 괴롭힌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아무래도 이런 스토리의 웹소설이 인기를 끄는 데에는 독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독자들은 처음부터 조금씩 노력해서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지루하게 느끼는 것은 아닐까.
처음에 혼자서 해내야 하는 힘든 과정
현실에서는 어떨까. 우리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그런데 천천히 조금씩 노력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 한 번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끌린다. 우리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돈을 벌고 싶다. 로또 당첨과 같은 일확천금까지는 아니어도 노력하지 않고 쉽게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한다.
내가 사업을 해보겠다고 처음 마음먹었을 때에도 그랬다.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고 싶었다. 그렇다고 몇 개월을 생각한 것은 아니고, 1~2년 정도랄까. 처음의 힘든 과정을 겪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창업 관련 정부 지원 사업을 지원했었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서 직원을 채용하고 마케팅에 돈을 활용할 수 있으면 훨씬 더 빨리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많은 것을 혼자서 해내야 하는 힘든 과정을 거치고 싶지 않았다. 특히, 고객을 연구하는 과정도 없었다. 내 회사에 돈을 지불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알아야 했는지 말이다.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지루하고 어려운 일이다. 표본이 많아져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정부 지원 사업용 사업계획서를 만들 때 필요한 항목이 매출이 얼마나 일어나고 있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예비 창업자인데 왜 이런 항목이 필요한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지루하고 힘든 과정을 거쳐 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을 때 지원을 받으러 오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럴 수도 있고 단순하게 계속 사업이 유지될 수 있을 것 같은 기업에만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내가 정부 지원을 받으려고 했던 것은 선·후가 잘못된 것이었고, 메인과 서브도 뒤바뀐 꼴이었다. 한 사람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창업을 해서 사업을 몇 년 이어가고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노력을 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대기업 임원을 목표로 하는 것이 낫다. 그만큼 사업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안정적인 사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말. 창업 교육을 가서도 듣는 이야기이고, 여러 책을 읽었을 때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좋은 말이다. ‘그래, 내가 없어도 사업이 원활하게 이어져나갈 수 있게끔 시스템을 구축해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사업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세부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끝내는 느낌이다.
직장에서 경험을 더 오래 쌓았다면 사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을 알 수 있었을까. 흑백논리처럼 ‘알 수 있다, 아니다’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조직이 안정적으로 구축된 기업에서 일을 하는 것 자체가 회사 초기에 겪어야 하는 과정을 건너뛴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회사 초기에 일을 해나가고 기반을 다져갈 때는 모든 업무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아야 하지만 회사에서 한두 가지 업무만 했다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한 번쯤은 나에게도 그럴 기회가 있었을까. 설립된 지 몇 개월 안 된 회사에 있을 때 내가 기존에 하던 업무 외에 다른 업무에 대해 알아보고 배우려고 했다면 지금과는 달랐을까. 그 당시에는 월급쟁이이기 때문에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다른 일을 더 배운다고 해서 월급을 더 많이 받을 것 같지도 않았고 말이다. 지금 이렇게 생각할 줄 알았다면 그때 조금이라도 다르게 행동했을 텐데 말이다.
건너뛰기를 하기에는 부족한 나
안정적인 수익 창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인 것 같다. 아직 그런 시스템을 구축해본 적이 없긴 하지만 말이다. 내가 먼저 혼자 전반적인 업무를 다 진행해보고 익숙해져서 수익 창출 구조를 만들어놔야 하지 않을까. 그 후에 직원을 채용해서 내가 하던 업무를 복제시켜서 업무를 진행하게 하거나, 내 업무의 일부를 직원에게 맡겨야 할 것 같다. 내가 진행하는 업무 중에서 시간은 많이 들지만 중요도가 낮은 업무를 맡기고 그 시간에 어떤 업무에 더 집중해야 할지 판단을 하고 직원을 채용해야 할 것 같다.
처음에 힘든 과정을 건너뛸 수 있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나는 건너뛸 수가 없다. 부족한 것이 많고, 경험이 많지 않아서 그렇다. 아마 처음 사업을 시작해보려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