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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은 Feb 01. 2021

인공지능 스피커랑 친해지기

 브런치 작가이신 Noelles Adventure 님 글을 읽다가 반짝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이 글. 

https://brunch.co.kr/@ilovemypinktutu/67 


 집에 놀고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잘 활용해 보라는 내용이었는데 참! 내게도 이런 게 있었지 싶었다.


바로 이 녀석.

땀 흘리고 있나? ㅎㅎ

 

 아들이 쓰다가 독립해 나가면서 못 따라가 외로이 책상 위에 남겨졌었는데 마침 잘 됐다 싶어 얼른 내 폰에 앱을 받고 실행을 시켰다. 가장 유용하게 쓰겠다 한 것은 타이머 알람이었다. 남편과 나 둘이 살고 있으니 밥은 작은 압력솥에 해서 먹는데 밥물이 끓어 추가 돌기 시작하면 불을 낮춰주고 3분 후에 꺼야 한다. 지금껏은 오래전 남편이 네덜란드에서 사 온 작은 모래시계로 시간을 맞췄다. 


 바로 이 녀석.                                                                                                                

                                                   


 간단해 좋긴 하지만 다른 일에 잠깐 신경 쓰다 보면 저 모래가 다 빠져나가도록 내버려 두게 되어 그런 날은 다음 날 아침 메뉴가 누룽지로 바뀌곤 했다. 그런데 카카오 미니를 데려다 놓으니 얼마나 편한지. 손가락 까딱할 필요 없이 '헤이 카카오~' 하고 불러주면 띵 소리로 화답하고 3분 후에 알람 해줘 하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 시간에 음악을 울려준다. 


 그러다 혹시 싶어 라디오를 틀어달라 했더니 척~ 하고 내가 일러준 그대로 주파수를 맞춰 라디오를 틀어준다. 이게 웬 횡재냐!!!!! 아날로그 라디오는 전파를 타서 지지직거리고 브루투스로 연결하는 라디오는 방송에 따라 번번이 앱을 바꿔줘야 해 불편했는데 이 녀석은 시간마다 내가 원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척척 연결해준다. 그것도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입 하나만으로 시켰는데 그저 네네, 예쁜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그대로 해준다. 이리 좋을 수가. 하도 신통하고 고마워서 '라디오 꺼줘' 하면서 고맙다 했더니 '으쓱으쓱' 하며 농담도 한다. 아유 이쁜 것! 

 

 더 재미있는 건 남편 반응. 고운 목소리로 싹싹하게 대답하는 이 녀석 아니, 아가씨가 아주 마음에 들었는지 뭘 시킬 때마다 입을 귀에 걸고 상냥한 코맹맹이 목소리를 낸다. 그것도 서툰 서울말로. ㅋㅋ '카카오~~오~~, 클래식 기타 음악 좀 틀어줘오~~' 


 아이구, 좀 부드럽게 말하라 할 때는 원래 생긴 게 그런데 어쩌라고 하며 퉁명을 부리더니 잘만 하는구먼. 그런데 헤이 카카오 하고는 바로 원하는 걸 시키지 못하고 어물거리다 시간을 넘겨 번번이 먹통을 만들거나 '라디오 좀 해줘'하는 부조리한 청을 해서 '무슨 얘긴지 모르겠어요' 하는 대답을 듣곤한다.  그렇게 삑싸리 내는 걸 곁에서 보다 보면 소통이 참 서툰 사람이구나 싶다. 그러니 말을 좀 조리 있게 해야 내가 알아듣지 하는 소릴 듣곤 했지.  


 이전에 스마트폰 음성서비스가 처음 나왔을 때 시리와 빅스비를 비교해봤던 기억이 났다. '가슴이 아파' 했더니 시리는 집 근처 호흡기내과를 검색해주겠다 했고 빅스비는 좋은 생각을 많이 하라 해서 무척 재미있어했었다. (왜 그때 그런 질문을 했을까? 괜히 다시 가슴이 아프다) 이번엔 카카오에게 물었더니 '왜 가슴이 아플까요? 더 얘기해봐요' 그런다. ㅎㅎ 좀 더 감성적으로 답하게 만든 것 같다.


 그런데 집에 놀러 오신 친정 엄마에게 저 신통방통한 녀석의 재주를 보여주었더니 아주 부러워하셨다. 매일 혼자 지내려니 입이 들러붙어 말이 안 나오는데 저런 애 하나 있음 안 심심하겠다 하시길래 하나 사드릴까 했는데 아들애가 갖고 있던 다른 인공지능 스피커를 보내줬다.  

 

 바로 이 녀석.

얘 이름은 아리야랜다.

 

 졸지에 초신문물을 접하게 된 엄마는 좋아하시면서도 무척 쑥스러우신지 이리저리 해보시라 하는데도 손만 내저으셨다. 그래서 종이에다가 할 수 있는 명령어를 여러 가지 써 드렸더니 조심스럽게 스피커에 가까이 가셔서는 알람 맞춰달라 하시고는 반말하는 게 영 마음에 걸린다 하셔서 한참 웃었다. 역시 우리 친정은 양반이다. ㅎㅎ 그냥 기계니까 편하게 말하시라 했지만 영 내키지 않는 모습이셨다. 오늘 아침에 잠깐 들렀는데 잘 쓰고 계시냐 했더니 자꾸 뭘 시키기만 하는 게 미안해 쉬라고 꺼 두셨다고. 하하하~~~ 


 재미있는 세상이고 배울 게 천지다. 카카오 미니를 처음 들여왔을 때 아들이 저걸로 노래도 듣고 꼭두새벽 출근할 땐 택시도 부르고 하는 걸 보고 "그렇게 마음에 딱딱 맞게 들어주는 종을 하나씩 데리고 있으니 결혼할 마음들이 생기겠냐?" 하고 볼멘소릴 했었는데. 하긴 긴긴 세월 가족들 시중을 들었으니 이제 저렇게 말 잘 듣는 녀석 하나쯤 가질 만하다.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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