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지 않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지난 일주일이 너무 고되어 오늘은 침대에서 나가고 싶지 않은 날. 끼니조차 만들 힘이 나지 않아서 아무것도 먹기 싫은 날. 나의 공간을 정리하고 싶은데 청소를 계속 미루게 되는 날.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고 집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는 날.
나도 그런 날이 있어. 사실 얼마 전에 있었어. 늦잠도 자고, 낮잠도 자고, 끼니도 거르고, 밖에도 나가지 않고, 하루를 계속 미루던 날이 있었어. 근데 이런 기분은 늪 같아서 억지로 빠져나오지 않으면 서서히 빠져드는 걸 알고 있니?
그런 날에는 그럼에도 하는 거야. 내가 오후 3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늦게 시작한다고 해도, 그럼에도 사는 거야. 내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럼에도 하는 거야.
그렇게 하다 보면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 것 같은 느낌이 찾아올 때가 있어. 뭔가 먹먹하던 가슴이 시원해지고, 온몸이 깨어나 힘이 나고, 갈증으로 타던 목이 샤워하듯 개운해지는 느낌이 찾아올 거야.
이렇게 무기력한 날이 올 때는 나를 늪에 빠지지 않게 스스로가 건져내자. 침대에서 나와 자리를 정리하고, 청소를 하고, 끼니를 해 먹고, 밖으로 나가 산책이라도 하자. 그리고 오늘도 별것 아니었던 것처럼 잘 살았다고 자신을 칭찬해 주자.
늦어져도 하루를 살고, 그럼에도 하고, 그럼에도 살아가자.
너는 그럴 수 있는 충분한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