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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더

by 재민


비가 내리다 말다 하더니 갑자기 푸른 하늘이 보이는 날들이 있어.


이런 날에는 마음도 비 내리는 것처럼 추적추적하다 푸른 하늘처럼 맑아지기도 해.


나는 요즘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가끔은 내가 쥐고 있는 소중한 것을 놓을까 말까 고민하기도 해.


그러다가 놓지 못해 붙잡고, 결정을 못해서 붙잡고, 미련이 남아 붙잡고, 아니야 아직은 더 하고 싶어 하면서 붙잡아.


비가 올 때는 빗소리를 들으며 녹차 한 잔을 마시면 붙잡을 수 있을까.


맑게 개인 하늘을 보면 산책을 하면서 바람을 쐬면 붙잡을 수 있을까.


이도저도 아닌 날에는 카페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바닐라 라테를 마시면 붙잡을 수 있을까.


매일 소중한 것을 붙잡으면서 살아.



너도 그런 적 있지 않니?


그냥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거나 소중한 게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를 것 같은 날들.


그럴 땐 비 오는 날과 그 후 맑게 개인 하늘을 생각해 봐.


어떤 일주일도, 어떤 한 달도 비만 오거나, 햇빛만 쨍쨍한 날은 없어.


그럼에도 우리는 하루를 붙잡고 살아가는 것처럼, 너에게 소중한 것을 붙잡으면서 살아.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붙잡다 보면 어느 순간 붙잡는 게 편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


마치 하루 종일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이 아무렇지 않게 오후에는 아주 파란 하늘을 보여주는 것 같이 말이야.



우리 조금만 더 붙잡아 보자.


한 번만 더 붙잡아 보자.


계속 피어 있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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