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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로 Nov 10. 2023

왜 사귀자 말을 안 해요?

속 답답한 사람

명확하고, 확실하고,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

애매모호하거나 뉘앙스로 파악을 하거나

분위기로 느껴야 하는 것을 싫어한다.


몇 번을 만나 데이트도 잘했으며,

전화도 매일하고 있으며,

심지어 본인이 원하는 포옹도 하는데,

대체 왜 사귀자는 말이 없는가.

속에서 천불이 날 지경이다.


소위 말하는 어장을 당하는 건가?

아니면, 아직도 썸을 계속 타고 싶은 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스킨십을 나가려면 확실해야지. 분명해야지.

내가 지금 30대가 넘었다고 꼰대스러운 건가?

요즘 애들은 만나면 저절로 사귀는 사이가 되는 거야?

참 신기한 세상일세?


나의 송강은 말이 없었다.

내가 조급해하는 건가 싶어서 가만히 있으려다가

난 분명한 사람이기에 짚고 넘어가야 했다.



"저기요, 우리는 무슨 관계죠?"

"그게 무슨 말이죠?"

"아니, 사귀는 사이냐, 그냥 만나는 엔조인가 해서요."

"허허허 엔조이요?"

"네!  사귀자고 말도 안 했잖아요."

"여태 지금 잘 만나고 있잖아요. 그걸 말로 해야 해요?"

"네? 당연하죠. 사귀자! 말을 해야 우리가 연인관계인지 알죠.

 사귀자고 말도 안 하고 만나다가, 다른 사람 생기면 그때는 무슨 말할 건가요.

 '우리 사귀자고 말은 안 했잖아요~ 다른 사람 생겼어요. 빠이 짜이찌엔' 할 건가요?"

"참나 이걸 꼭 말로 해야 되나... 그럼 연애할래요?"

"아니 사귀자, 연애하자도 아니고 뭘 물어보는 거죠. 해야지."



우리는 서로 어이없어하면서 포옹을 했다.

그에게 나중에 물어보니, 이미 본인은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단다.

혼자 사귀고 있었다니...


그렇다.

나는 분명한 언어적 표현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비언어적 표현이 중요한 사람이다.


연애의 시작에 있어서

어떤 커플은 자연스럽게 여러 번 만나다 보니 몇 년이 흘러있다고 한다.

어떤 커플은 만나서 몇 번째 되는 날 정확히 사귀자고 고백을 했다고 한다.


그렇다.

나는 시간을 명확하게 하는 사람이다.

그는 흐름을 자연스레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토록 달랐던 것이다.

스킨십부터

사귀자 말하는 그 순간까지



처음 만나 각자가 만나

서로가

내가 그를 멍하게 쳐다보지 않았다면(나의 시각)

그가 나와 눈싸움을 시작하지 않았다면(그의 시각)

우리의 인연은 연인으로 가지 않았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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