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족을 선택한 건 아니잖아
나는 당신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난 이 사실을 알기까지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 가정환경을 받아들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고, 나를 사랑하기 되기까지 무수한 일들을 겪었다. 여전히 받아들이고 알아내고 되어가고 있다. 당신이 나와 비슷한 사람이기에 이 글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부라고 생각하는 가족사를 당신에게 말하는 일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예전에 친구에게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결국 약점이 되어 나를 공격해 왔다. 심각한 충격에 휩싸였다. 사회에 나오니 더 심각해졌다.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태도라고 알려주었다. 책을 봐도 유튜브를 봐도 심지어 주변의 친구들까지 똑같이 말했다. 사적인 이야기를 내면에 묻어주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나의 가정사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꼭꼭 숨겨놓고, 속에서 곯아갔다
그런데 당신에게 나의 가족사를 되짚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당신이 내 이야기로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살면서 '나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도 많겠지?'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면 그래도 조금은 스스로 위로가 되었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을 무척이나 많이 했다. 특히 대학원 시절에는 속이 답답해 혼자 나돌아 다닐 때가 많았는데,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다들 힘들게 살지 않냐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당신도 힘들었지?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산건 아니지?' 하는 일종의 확인이 받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용기가 없던 나는 그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못했다. 때문에 나와 비슷한 가족사를 겪은 사람을 실제로 만나보지 못했다. 그러나 유튜버인 김알파카님, 도화도르님, 작가인 백세희님, 골디락스님 등의 가정사를 영상으로 또는 책으로 만나게 되었다. 분명 다른 가정사임에도 그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지내왔는지 충분히 느껴졌다. '아,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산 게 아니었구나.' 하는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헤겔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있다.'라고 했다. 당신이 안쪽에서 나올 수 있도록 문을 두드렸다. 큰 용기를 내어 두드렸다. 나오지 않아도 좋으니 같은 사람이 여기 있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그리고 당신은 잘못이 없다고 알려주러 왔다.
당신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어린 나에게 전하는 위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