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울라프처럼

by 주영

똑똑똑 노크, 눈사람 만들기, 렛잇고 열풍을 몰고 왔던 겨울왕국 1에 이어 겨울왕국 2가 올 겨울 극장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1편에서 엘사와 안나의 등장이 인상 깊었는데 나는 이번 2편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울라프만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울라프가, 자신의 두려움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울라프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즐기고, 마음껏 슬퍼하고, 마음껏 두려운 마음을 표현하는 울라프는 어른이 되면 마음이 성장할까 고민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알고 있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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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감정에 충실하게 살았던 적이 언제였는지 까마득한 것 같다. 갓난아기 때, 말을 못 알아들을 때는 나도 모든 감정에 충실했을까. 우리 사회는 특히 살아가면서 많은 감정을 감추고 표현하지 않고 살아가기 때문에 성장하면서 점점 더 표현에 인색해졌다. 싫어도 싫은 티를 내면 안 되고 좋아도 좋은 티를 내면 안 된다. 들뜨지 않고 차분한 마음을 갖는 것을 미덕으로 안다. 말을 알아들을 때부터 감정에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내 감정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면 있는 그대로를 보지 않고 왜곡해서 보는 시선들이 즐비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감정을 꽁꽁 숨기는 술래가 되어간다. 새로운 만남을 가지면 탐색전을 이어가고, 매일을 부딪치는 직장에서는 자신의 치부를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대신 다른 이의 치부는 크게 들춰낸다.

어른이 되어서도 울라프와 같이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살아갈 수 있는 즐거운 사회가 될 수는 없을까?


나는 어린 시절 조잘조잘 말 잘하는 아이로 불릴 만큼 표현에 적극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30대를 넘어선 지금은 확신이 있는 관계가 될 때까지 나를 감추고 내 감정을 감추는 것에 익숙해졌다. 어린 시절 눈치 보지 않고 마음을 그대로 표현했던 그때가 그립지만, 사회생활 연차가 높아질수록 있는 그대로의 진실된 감정표현과 솔직함이 관계 속에서 배신감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보니 내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입을 꾹 다무는 편을 선호하게 되었다.


겨울왕국 2를 보면서 울라프가 나올 때면 많은 사람들의 즐겁게 웃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감정에 솔직하고 엉뚱하지만 진실된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느끼는 공감대는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모두들 치열한 경쟁과 이해와 존중을 찾아볼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사랑스러운 마음을 꽁꽁 감추고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웃는 것을 좋아하고 사랑스러운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진실되고 따뜻한 소통을 좋아한다. 이 좋아하는 것들을 관계 속에서 실현하는 우리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만 내세우고 내 감정만 내세우는 고집불통 이기적인 솔직함이 아니라, 울라프처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관계를 사랑하고, 타인의 마음을 진실하게 볼 수 있는 따뜻하고 선한 마음. 울라프와 엘사와 안나와 크리스토프가 소통하는 것처럼. 그러면 더 즐겁고 살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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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2가 화려한 영상미와 인상 깊은 음악과, 엘사와 안나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어 사랑받는 이유도 있겠지만, 울라프의 마음을 울리는 솔직한 감정표현과 그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엘사, 안나, 크리스토프의 소통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요소가 되어 더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현실에서는 내놓을 수 없는 마음 한켠에 숨겨둔 동심을 마음껏 느끼면서. 겨울왕국 2를 보며 웃픈 마음이 드는 것은 괜한 나의 예민함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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