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같은 일터에 나를 믿어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
맷 데이먼이 절친인 벤 에플렉과 각본을 쓰고 각각 주연과 조연을 맡은 영화 '굿윌헌팅'때부터 맷 데이먼의 오랜 팬이었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게 그 당시에는 유명세도 없던 배우가 스스로 멋진 각본을 써서 주연으로 연기까지 해낸 이력이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그런데 이 배우 심지어 말도 잘한다)
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 포드, 페라리라는 이름은 그저 브랜드 이름에 불과했고, 레이싱에는 관심도 없었으니 오로지 맷 데이먼에 의해 영화를 보게 된 셈이다. 그런데 이 영화 그저 레이싱 영화, 포드, 페라리라는 브랜드 네이밍에 의한 영화로 치부해버리기에는 그 이야기가 묵직하다. 그리고 묵직한 이야기 속에 맷 데이먼과 크리스찬 베일의 능수능란하고 순수한 열정을 모두 쏟아낸 정성이 너무 돋보인다. 두 사람의 진한 우정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영화는 실력은 출중하지만 사회적 처세술 0점으로 40세가 넘도록 자신의 분야에서 전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켄 마일스(크리스찬베일)와 각종 레이싱 대회 우승을 통해 실력을 입증받은 프로 레이서였지만 심장 문제로 현역에서 물러나 차를 판매하는 캐롤셸비(맷 데이먼)가 '포드'라는 대기업의 지원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가능케 하면서 벌어지는 우정, 꿈, 열정, 정의, 불의 등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딱딱함 없이 곳곳에 유머를 풀어놓아 유쾌하게 따라갈 수 있게 한다.
다른 무엇보다 최고인 것은 같은 분야에서 서로를 응원할 수 있는 뼛속까지 친구인 둘의 우정이다. 무엇을 원하는지 제일 잘 알고, 무엇을 잘하는지 제일 잘 알고,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서로 같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해나가는 환상적인 호흡이 아름다움을 넘어 뭉클하게 만들었다. 서로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아껴주고 존중해주는 동료.
살면서 현실에서 이런 동료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주인공인 두 사람이 내딛는 길에는 같은 편에 서있는 '포드'의 이기적인 횡포로 인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브레이크가 걸린다. 우리 현실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정글이 따로 없다. 내 편인 줄 알았던 사람이 어느새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존경할 만한 상사인 줄 알았는데,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닥쳤을 때는 결국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존재로 변하기도 한다. 믿었던 동료에게 상처 받는 일은 뭐 흔해서 말하기도 입 아프다. 정글에서는 사방에 도사리고 있는 맹수들의 겉모습으로 판단이나 할 수 있지. 사회생활의 정글에서는 보이지 않는 속까지 가늠해봐야 하니 피곤함이 두배로 다가온다. 그러다 보니 사회생활을 할 때면 이제는 어떤 말도 믿지 못하는 의심만 늘어가고 있다. (아! 더 피곤해) 나는 보건분야, 대형서점, 고객센터, 영화관 등 다양한 직장생활을 해봤는데, 나와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생각을 하는 진정한 동료를 아직 못 만났다. 내가 부족하거나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한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고, 변화가 많았던 나의 커리어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 부분이 나는 너무 아쉽다.
학창 시절부터 오랜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친구들이 있기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들이 있지만, 업무적인 부분이나 진로에 대한 진정한 고민을 함께 하기에는 그 고민의 공통분모가 적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항상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없는 것에 욕심을 내게 되니, 역시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
아이돌들을 보다 보면 가장 힘든 연습생 시절부터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정상에 오를 때까지 서로를 이끌어주고 격려해주고 싸우기도 하고 추억도 쌓아나가면서 단단한 동료애를 발휘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엇나간 관계를 보이는 그룹들도 있지만 진정한 동료애를 발휘하는 그룹을 볼 때면 그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함께한 세월과, 같은 고민과, 같은 분야에서 겪어낸 시간들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 모든 시간들이 쌓여 있는 그들의 단단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뜨거움이 느껴진다. 포드V페라리의 켄 마일스와 캐롤셸비처럼. 정글 같은 사회 속에서 그런 나의 동반자를 만난다는 것 그것은 정말 어떤 위로나 격려보다도 든든한 자산이다.
영화의 막바지 원하는 대로 일이 안 풀린 상황에서도 켄 마일스와 캐롤셸비 둘이 어깨동무를 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털털하게 또 다른 꿈과 목표를 이야기하는 장면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둘이 함께 이기에 어떤 어려움도 그들에게 좌절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실제로도 둘은 다수의 레이싱에서 우승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한다.
앞으로 내가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아직도 막막하고 어렵지만, 내가 가는 길목에서 진심 가득 통할 수 있는 동료를 만날 수 있기를. 이 영화를 보면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