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T

끈기와 노력으로 이루는 성취

by 김의진

5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었다.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GRIT에 차이가 있을까. 그 때만 해도 어떻게든 새로운 생활을 버텨내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이 책에 관심이 컸다. 지금 생각해보면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기어 변속 기간에 GRIT이 반드시 필요하기는 했던 느낌이 든다. 3월부터 펼쳐질 새로운 삶에 대한 미지의 두려움과 설레임 때문일까. 문득 이 책이 생각나서 다시 꺼내어 읽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특별한 점은 열정과 결합된 끈기였다. 한 마디로 그들에게는 그릿(GRIT)이 있었다. GRIT은 사전적으로 투지, 끈기, 불굴의 의지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심리학자인 이 책의 저자 안젤라 더크워스는 GRIT 개념을 주장하면서, 노력이 재능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성취를 이루기 뤼해서는 기본적인 바탕, 즉 기술이 필요한데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재능과 노력이 어우러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습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다시 노력을 기울여야 바침내 성취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사들은, 일반적으로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경험을 어떻게든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고등학교 이하 수준에서 교육하는 내용과 성취목표는 중위 수준의 보통 재능이 있는 누구나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취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재능을 바탕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면 하는 마음이 바로 교사들의 기대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GRIT 개념은 의무교육, 보통교육 단게에서 아주 효용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GRIT은 강도보다는 지구력이며, GRIT을 구성하는 두 가지 요소는 ‘열정과 끈기’다.


안젤라 더크워스는 열정과 끈기에 대한 질문지를 통해 GRIT을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각 질문은 5점 척도로 측정하며, 총 10개 문항의 평균점수로 GRIT을 판단한다. 구체적인 문항 내용과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GRIT을 기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관심이다. 열정은 하는 일을 진정으로 즐기는 데서 시작된다. 둘째는 연습이다. 이는 어제보다 잘 하려고 매일 단련하는 종류의 끈기를 말한다. 셋째는 목적이다. 자신의 일이 중요하다는 확신이 열정을 무르익게 한다. 넷째는 희망이다. 희망은 위기에 대처하게 해주는 끈기를 말한다. 당신은 관심을 느끼고 발전시키고 심화하는 법을 익힐 수 있다. 훈련을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 목적과 의식과 의미를 찾고 발전시킬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희망을 가르칠 수 있다. 한마디로 당신 내부에서 GRIT을 길러나갈 수 있다.


GRIT을 기르기 위한 다양한 전략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뚜렷한 목적의식이 중요하며, 그 목적의식 중 가장 가치있는 것이 바로 이타성‘이라는 내용이었다. 열정과 끈기를 기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살아가는 학교 현장의 교사들에게 가장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심리학자인 저자가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가치에 기여하고 싶어서 이 연구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봉사와 기부에 중독된 사람들이 단순히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 행동을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하는 일이 즐거워서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한다는 인터뷰를 접한 기억이 났다. 누군가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을 꾸준하게 한다는 것은, 이 땅의 가장들이 살아온 삶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한다면 언제든지 그만둘만한 일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계속할 힘이 생기기 마련이다. 바로 이 부분을 말하는 것 같아 크게 공감이 되었다.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는 것은 시작일 뿐, 그 열정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평생 심화시켜야 한다. 관심사는 자기 성찰을 통해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이 계기가 되어 흥미가 생긴다. 관심사를 발견한 뒤에 오랜 시간 주도적으로 관심을 발전시켜야 한다. 관심이 생긴 후에도 계속 그 일을 경험함으로써 거듭 흥미를 유발하는 일이 중요하다. 관심은 부모, 교사, 코치, 친구 등 여러 지지자들이 격려가 있을 때 점점 깊어진다. 긍정적인 피드백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감과 자신감, 안정감은 더욱 명백한 이유가 된다.


이 책은 부모와 교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이 책의 후반부는 자녀 또는 학생이 GRIT을 기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주저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있다. 중요한 키워드는 ‘지지(온정, 존중)과 요구(기대)’로, 현명한 양육 방식으로 자녀가 부모를 본받도록 고무해야 한다고 하였다. 교사 역시 비슷한 맥락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GRIT을 기르는데 좋은 표현의 예는 다음과 같다.



최근 우리 대한민국 학교 교육의 화두 중 하나는 ‘사회정서 역량’을 어떻게 길러주어야 하는가이다. 학생 한 명 한 명 모두의 마음을 어루만져, 사회적으로 건강하고 바람직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우울증, 자살이나 자해와 같은 사안을 어떻게든 예방하고 줄여보고자 하는 시도다. 안젤라 더크워스는 어린 시절부터 GRIT을 길러주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GRIT은 개인적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스포츠의 역사를 살펴보면, ’훌륭한 팀이 훌륭한 선수를 만들어내는‘ 사례를 마주할 수 있다. 어떤 조직이 문화적으로 GRIT이 있는 조직이라면, 여기에 속한 구성원들에게 GRIT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개인이 집단에 맞추려는 동조 욕구는 매우 강력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투지가 다른 사람의 투지를 강화시키고, 이는 다시 그 사람의 투지를 강화시키는 과정이 끝없이 전개되면서 동기가 강화된다. 이러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진심 어린 지지와 발전을 위한 끊임없는 도전이 중요하다.




‘하면 된다.’고 강조하는 일이 개인의 특성을 무시한 폭력적인 강요로 해석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필수적인 능력들은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시도해야만 터득할 수 있다. 두 발로 걷기,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고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언어 학습, 자전거 타기, 수영하기 등 우리의 일상은 이런 기술들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GRIT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일을 시도할 수 있다. 그 다양한 시도는 그 사람이 마침내 자신이 재능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역량을 꽃피울 가능성을 높여준다. 내가 GRIT을 가지고 지속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중 하나가 글쓰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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