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의진 Dec 13. 2023

10대와 통하는 스포츠 이야기

스포츠를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이해하는 방법

'10대와 통하는 스포츠 이야기'라니, 책의 제목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잘 지을 수 있나 싶었다. 내용과 저자를 주의깊게 살펴 볼 필요도 없이, 제목만으로도 장학사나 체육 교사가 구매를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 늘 그렇듯이, 담당 업무에 참고해볼까하는 마음에 책을 구입했다. 일상이 꼰대질인 나에게 10대와 통한다는 스포츠 이야기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소재였다. 모든 꼰대들의 꿈인 '소통',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궁금해하며 책을 폈다. 




스포츠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놀이일테고, 누군가에게는 건강한 삶을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하며, 누군가에게는 직업의 세계일 수도 있다. 아마도, '스포츠는 00이다.'라는 글짓기를 해보라고 하면, 수 만가지의 주옥같은 문장이 나올 것이다. 스포츠란 한 마디로 정의하기에는 참 복잡한 문화다. 이 책은 이렇게 다양한 스포츠의 의미와 현상들을 2~3쪽의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풀어낸다. 공정, 경쟁, 배려, 협력, 공존, 자존감 등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도 참 다양했다. 


가장 불안하고 에너지가 넘친다는 '질풍노도'의 10대들에게 스포츠는 어떤 의미일까. 10대의 나에게 스포는 어떤 의미였나. 나의 10대를 돌아보면, 스포츠는 일상 그 자체였다. 특별한 레슨도 받은 적이 없고, 학교에서 제대로 된 체육 수업을 받은 적도 없었지만 그냥 이것저것 참 즐겁게 했다. 단 한 번도 스포츠가 무엇인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 없이 그냥 좋아서 했고, 어쩌다보니 체육이라는 전공을 선택하고 이 세계에 발을 들여 지금까지 이르렀다. 그렇다. 10대의 나에게 스포츠란 그 자체로 즐거운 것이었지, 심각한 주제는 아니었다. 스포츠란 곧 경기 그자체였고 짜릿한 경쟁의 세계였다. 


최루성 멜로 드라마를 봐도 울지 않는 40~50대 아재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던 만화 'H2' 중 전설의 명대사(*출처-인터넷검색)


나는 대학에서 처음으로 스포츠 사회학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스포츠가 경기 이면의 여러가지 배경과 현상들에 대해서 이해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 책은 나처럼 순수했던(이른바 아무 생각없는) 10대들에게 스포츠의 이면에 있는 사회적인 요소들을 생각해보라고 먹이를 던져주는 느낌이었다. 이런 방식의 접근은 자칫 잘못하면 뭔가 잘난 척 하는 느낌, 오지랖 넓은 쓸데없이 진지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10대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그런데, 이 책은 쉬운 문장으로 기분나쁘지 않게 다양한 스포츠 세상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학교 현장의 체육 교사 입장에서 수업을 계획할 때, 그 활용가치가 크리라 생각된다.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런 진지한 스포츠 이야기가 10대들에게 매력적인 주제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성인들 역시 스포츠 문화에 빠져드는 가장 큰 이유는 스포츠 그 자체의 본질적인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음악이 일상과는 괴리되어 다른 세상 속에서 온전히 몰입하는 느낌을 주는 것처럼, 스포츠 역시 가장 큰 매력은 경기에 빠져드는 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의식적으로 어떤 가치를 주입시키기 위해서 스포츠 종목을 설계했는지 의심하고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그 경기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여기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하는 일이 아무런 생산성이 없는 행위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자발적으로 개미지옥에 빠지기를 자처하는 것처럼,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학생들, 10대 청소년들 역시 그렇지 않을까.


이 글의 포인트는 '수백만의 바보들'이다. (*출처-https://mlbpark.donga.com/mp/b.php?p=1&b=kbotown&id=202103200052764927)


학교에서 체육 교과로 아이들을 만날 때, 체육 교과의 가치를 가장 쉽게 이해시키고 증명하는 방법 중 하나는 스포츠 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있어보이게' 설명하는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스포츠의 가치를 설명하고 증명하기 위하여, 스포츠맨십의 실천 사례를 중심으로 올바른 가치관과 행동지침을 학생들에게 설파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리 정의로운 사람도 아니고,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학생들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양심의 가책을 많이 받기도 했다. 교육청에 들어와서도 학생과 학부모, 지도자와 교사들에게 스포츠 가치를 설파하고는 있지만, 머리 속 한 켠에서는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의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나처럼 양심의 가책을 받고 있는 교사들에게 이 책은 아주 좋은 의지할 구석이 되어줄 것 같다. 별다른 편집 작업 없이도, 특별한 유의사항 없이도 곧바로 학생들이 읽더라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글은 초등학생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수준이지만, 주제를 이해하려면 고등학생 수준은 되어야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체육 교과보다는 사회 교과 수업에 더 활용 가능성이 클 수도 있을 것 같다. 논술문을 작성하는 연습을 하는데도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뭔가 작정하고 교육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느낌이다. 꼰대같은 이야기를 꼰대스럽지 않게 기술적으로 잘 풀어내려는 노력도 느껴진다. 그리고, 그 노력이 성공한 듯하다.




학교운동부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최근에는, 스포츠 이면의 좋지 않은 측면들을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다루며 살고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눈에 보이는 다른 것들을 의식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참 많은 분야가 바로 스포츠다. 이런 사람들에게 다른 부분도 함께 보면서 이치에 맞게 조화롭게 살아가라고 꼰대질을 하는 것이 바로 내가 주로 하는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 책은 내가 꼰대질을 할 때 말을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힌트를 주는 것 같다. 학생들 보여주려고 구입한 책인데, 오히려 내가 가끔씩 생각나면 들여다보는 책이 될 것 같다. 




이전 05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읽는 미래 스포츠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