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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Jul 15. 2024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손흥민의 문장이 궁금하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은 '팀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선수'가 있기는 하다. 아르헨티나의 메시가 그렇고, 우리 대한민국의 손흥민이 그렇다. 2002년 월드컵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 대한민국 선수가 유럽 축구 1부 리그의 명문 팀에 소속되어 주전으로 경기를 한다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였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오퍼를 받았다는 뉴스가 전해졌을 때, 대한민국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있다는 뉴스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올드 트래포드 경기장에서 촬영한 사진이 보도되었을 때도, 누군가의 합성사진이 아닌가 의심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만큼 현실적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불과 20여년 만에, 대한민국의 축구선수가 유럽 최고의 축구리그에서 득점왕이 되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축구선수가 나타난 것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독일과의 경기에서 기적같은 승리를 만들어낸 이후,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소속팀을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으로 이끄는 그의 선수 경력은 대한민국 선수로는 이제 더 이상 높은 수준이 불가능할 정도까지 도달하였다. 그렇게 그는 일명 국민들에게 '까임 방지권'이라는 무한 신뢰 수준의 공감대를 얻게 되었다. 2024년 아시안컵에서 후배 이강인 선수와의 갈등이 보도되었을 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손흥민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었다.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평가도 손흥민의 재능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비판의 지점이었다. 


대한민국 축구의 전무후무한 존재 손흥민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냈다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느낌적인 느낌으로는 그냥 평범한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청년처럼 보이는 손흥민이지만, 경기장 위에서는 강력한 아우라를 뿜어내며 카리스마를 보여주기도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경기 후 영어로 인터뷰를 할 때면 항상 성숙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문장들을 쏟아내는 모습도 그의 이미지 중 하나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고참 선수가 되고 주장으로서 팀을 대표해서 인터뷰를 할 때도 정제된 문장을 잘 사용하는 그의 모습도 떠오른다. 이런 그가 그의 문장으로 책을 썼다고 하여 큰 관심을 가지고 책을 펴게 되었다. 


이 책은 2019년 방송된 TVN 채널의 ‘손세이셔널’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풀어낸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제대로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그가 방송 여기저기에서 했던 이야기, 그의 아버지 손웅정 씨가 책 등을 통해서 했던 이야기를 익히 알고 있기에 책이 내용은 아주 쉽게 이해가 되었다. 젊은 나이에 주목을 받고 성공의 길로 접어들게 되면서 나름대로 어떤 과정을 거치며 지금처럼 단단한 멘탈리티를 가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손세이셔널' 다큐멘터리의 영상들이 공유되고 있었다. 아마도 이 콘텐츠는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상반기 중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며, 이 때까지의 손흥민의 커리어를 이해하고 있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cJCZ6xSEerSNOkbSBw1R7Hc8yGAiZ-SE&si=_SmzBEosc5i8AOAJ


책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손흥민의 일상과 생각을 무난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마치,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면과 이야기를 분석하여 만들어낸 TV프로그램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아마도 이 책이 TV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의 흐름대로 착착 이야기가 진행되는 구조는 아니었지만, 그의 커리어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구성이었다.


이 책에서 내가 느낀 점 중 하나는 손흥민이 그의 아버지처럼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류의 책 대부분이 그렇듯이 마치 그가 말하듯이 문장을 기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그의 일상을 정리해보면, 책을 많이 읽는다거나 글을 많이 쓰고 사색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고 어떤 패턴으로 말을 하는 사람인지는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쓰여지고 출판된 시점은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의 시간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대한민국 축구가 바닥으로 떨어질 위기에서 다시 도약하게 되는 시작점이었으며, 이 때를 기점으로 손흥민 개인의 퍼포먼스도 더 크게 폭발하게 되었다. 2019년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면서 팀 역사상 최초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을 이끌어내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큰 감동을 주었었다. 손흥민 자신도 축구선수가 될 수만 있다면이라는 도전에서 출발하여, 여기까지의 성취를 이루어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듯 하였다. 너무 겸손하지도 않게, 요즘 세대답게 적절한 수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출판된 이후에 손흥민은 전세계 모든 선수를 통틀어 단 한 장면을 만들어낸 선수 '올 해의 골'을 만들어낸 선수가 되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왕도 되었다. 월드컵에서는 대한민국을 16강 토너먼트에 진출시키기도 하였다. 이후의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 때의 손흥민이 하고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 주목하여 책을 읽으면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되는 듯하다. 우리가 잘 몰랐던 순간에도 그는 끝없이 성장을 원했다. 그리고, 그 성장을 이루어 냈으니 한 편의 아름다운 성공담이 완성된 느낌이다. 


이 바탕에는 손흥민이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아버지의 특별한 축구선수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고, 손흥민도 그 과정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을 여러 차례 표현하였다. 물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아버지 손웅정 씨의 교육방식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는 있다. 똑같은 프로그램을 거쳤지만 손흥의 형은 축구선수로 대성하지 못하였고, 손흥민은 최고 수준의 축구선수가 되었으니 절대적으로 항상 최선의 교육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입증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성공담의 패턴처럼 그의 축구 인생은 기회를 기다리며 잘 준비하였고,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과감하게 잡을 수 있는 도전정신과 결단력이 발휘되었기에 결과를 만들어냈다. 학업까지 포기하고 도전한 독일 현지에서 아무 것도 이룬 것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은 엄청나게 큰 스트레스로 그를 짓눌렀다고 한다. 부모의 시각에서 보면, 아직 어린 고등학생 나이의 자녀를 이렇게 가혹하게 몰아치는 것이 옳은 일이었을까 나는 이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항상 긍정적인 태도로 부모님의 뜻을 존중하고, 자신의 스트레스 수준을 잘 다루며 경기력을 이끌어내는 그의 모습도 대견했다. 그가 지금까지 이룬 일에 운적인 요소도 포함되어 있음을 스스로도 잘 알고 감사하다고 말하는 모습도 부모의 마음으로 흐뭇하게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소년 소녀들이 제2의 손흥민을 넘어, 제1의 자신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 있다. 손흥민은 이미 대한민국 아이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의 학생이라면 이 책을 통해 손흥민 역시 나와 같은 고민과 불안을 가지고 있던 또래의 친구였구나하면서 큰 위로를 받으리라 생각한다. 자신감도 중요한 부분이고 운동선수라는 꿈을 이루겠다는 동기부여도 중요하겠지만, 이 책을 읽는 학생들이 손흥민처럼 자신이 하는 종목의 스포츠를 좋아하고 사랑하며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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