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들은 누구를 만나고, 어떤 교사들을 찾아다닐까
장학사가 되면 좋은 점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이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을 받았을 때, 누구에게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대답을 하기는 어렵다. 모두 각자의 서사가 있고, 각자의 동기가 있으며, 각자가 하고 있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자가 처해 있는 상황이라는 요인도 하루가 멀다하고 급격하게 변화한다. 하나의 대답은 없다. 다만, 위 질문에 대한 답변의 공통적인 요소들을 몇 가지는 추출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표적인 요소는 바로 ‘사람’이다. 내 옆자리에 앉아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 업무 관련하여 만나게 되는 사회 각 분야의 사람들, 다른 학교급 또는 다른 지역의 교사들 등 주변의 사람들이 확 달라진다. 교사들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교사들만 만나며 살아가던 삶이 확 달라지게 된다는 뜻이다. 주변의 사람들이 달라지고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지면, 보이지 않던 것들도 보이고 때로는 일상적이어서 소중한지 몰랐던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장학사가 되면 주변의 사람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경험에 근거하여 정리해본다.
업무로 만나는 사람의 폭이 넓다.
학교에 있을 때를 돌아보면, 학교의 시계와 세상의 시계는 분명히 조금 달랐다. ‘세상이 달라졌으니 변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연수나 강의를 아무리 들어도 그것은 세상의 이야기지였지, 학생들의 미래를 다루는 우리 학교 안의 일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 사회에서 학교 교육이라는 제도, 특히 대학교 입학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시스템은 결코 급격하게 변화해서는 안 되는 특별한 시스템이어야만 했다. 학교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체계여야만 한다는 뜻은, 대학입학의 기준과 방법이 모두에게 널리 알려져야 하며 동시에 학교에서 장기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공정한 경쟁이 교육분야 최우선의 가치’라는 사회적 압박이 느껴지기 때문에, 학교의 구성원들은 무엇인가 급격한 변화가 다가온다고 느껴질 때 방어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교사들은 이렇게 아주 천천히 변화하는 학교에서, 그것도 우리 사회 그 어떤 공공기관보다도 구성원의 동질성이 강한 집단 안에서 수십여 년을 살아간다. 이러한 특수한 분위기 속에서 수십년을 산다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우선, 학생을 지도하는 방법에 대한 전문적인 역량을 쌓기에 유리하다. 학생 지도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구성원 간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크다. 다만,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학교 밖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그 생소함으로 인하여 갈등이나 오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학교 밖 사람들이 보기에 교사들은 답답하고 순진한 사람들로 보일 수 있고, 교사들이 보기에 학교 밖 사람들은 부끄러움이 없는 속물들로 보일 수 있다.
장학사가 업무를 추진하다 보면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담당하고 있는 업무와 관련하여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전문가들을 만나서 함께 정책을 검토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초청하여 강의나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국면에서 장학사는 그들이 학교와 교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궁금증을 풀어주고, 학교 현장에 적합한 방향은 무엇인지 설명하거나 설득을 한다. 일반적인 사회적 잣대로 학교를 교육을 교사를 학생을 규정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교육 분야의 특수성과 다양한 사례들을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일상 속에서 교사 시절은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인사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장학사 한 명이 하나의 업무만 담당하지는 않기에 업무별로 만나는 사람들이 다르고 그 폭은 점점 더 넓어지게 된다.
예를 들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운영이라는 업무를 담당하는 장학사는 필연적으로 경찰, 변호사, 상담전문가, 심리전문가, 청소년보호단체 관계자 등을 만나게 된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을 그렇게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간다.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민관학 거버넌스를 이루어 간다고도 표현할 수 있는 과정이다. 동일한 맥락으로 교육과정 업무를 담당한다면 교육과정 분야의 교수들을 자주 만나게 될테고, 학교운동부 업무를 담당한다면 스포츠행정 분야의 사람들이나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만나는 일도 생긴다. 이렇게 함께 일을 하다가 보면 내 입장에서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대방 입장에서 교육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싶어질 때 나를 찾아오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장학사가 되어 맡은 업무가 원래부터 관심있던 분야라면, 해당 분야의 권위자를 직접 만나는 순간 ‘장학사 되기를 잘 했다’고 느낄 수도 있다.
별 것 아니지만, 늘 교사들만 만나는 삶에서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폭넓게 만나는 삶으로의 변화는 의외로 소소한 재미가 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나 신기함이 재미로 다가오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겠지만, 잘 모르던 분야에 대한 지식과 네트워크를 쌓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맥락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우리 사회와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도 넓어지는 느낌이다. 결과적으로는 기존에는 보이지 않던 기회들도 보이면서 삶의 전환점을 이루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러한 부분은 교사에게 전직의 매력적인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학사와 함께 하는 교사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수십년 전에도 장학사는 있었다. 지금은 매년 공개전형을 통하여 장학사를 선발하지만, 아주 예전 선배님들은 공개전형이 아닌 추천 등의 방법으로 장학사를 임명했다고 들었다. 그 시절에는 이른바 ‘새끼 장학사’가 장학사마다 한 명쯤은 있었다는 전설도 들었다. 전설의 일반적인 내용은 사업의 기본계획 수립부터 단순 행정업무까지 현장의 교사 중 누군가가 퇴근하고 교육청에 가서 일을 해 주었다는 것이다. 해당 교사는 자기 손으로 작성한 문서가 공식적인 문서가 되어 시행되는 경험을 하며, 자신은 남들과 급이 다른 교사라며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기도 했다는 이야기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에 이르러서 이런 일은 더 이상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당장 나만 해도 혹시나 ‘김의진 장학사 사단’이라는 지적이라도 받을까 두려워, 사업별로 함께하는 교사들이 다르다. 동일한 사업을 여러 명의 교사들과 함께 몇 년 동안 진행하게 되면 전문성도 쌓이고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매년 그 교사들 중 일부는 자연스럽게 교체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만약 어떤 장학사가 ‘저 장학사는 A교사 없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부끄러울 것 같다. 장학사로서 더 많은 교사들에게 더 폭넓은 기회를 주면서, 특정 분야에서도 새로운 동력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부분의 장학사들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더 이상 새끼장학사가 존재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고, 장학사들의 권위의식 역시 분명 달라진 세상이다. 그렇지만 장학사들은 교사들을 만나지 않고는 일을 하기 어렵다. 교사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하는 정책이 있다면 그 정책의 성공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장학사들이 다루는 일이 학교 교육이기 때문에, 교사들을 만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특정 교과별 교육의 이슈가 있다면 이것과 관련하여 해당 교과 교사들에게 안내를 해야 하며, A학교와 관련된 이슈가 있다면 A학교 교사들을 통해 현황을 파악해야 하는 일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내 경험을 돌아봐도 그렇다. 학생생활교육 업무를 담당할 때는 각 학교의 학교폭력책임교사에게 법률 개정에 따른 학교폭력 사안처리 절차 변경사항을 안내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교사들의 문의에 따라 정확하게 안내를 해야, 단위학교 내에서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에 대응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 나갈 일이 있을 때면, 해당 학교의 학교폭력책임교사는 누구인지 어려움은 없는지 살피는 일이 최우선 관심사였다. 학교폭력 사안처리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교사를 만나게 되면, 관련 교육에 강사로 모시거나 의견수렴을 위한 회의에 참여하게 하는 등으로 계속 네트워킹이 이어졌다.
학교체육 업무 역시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국면에서 모든 학교체육 프로그램이 중단되고, 온라인 체육 수업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있을 때 내가 제일 처음 한 일이 역량있는 교사들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체육 교사들 중에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 있는 교사를 추천하기도 하고, 교장님 교감님들의 추천을 받기도 했다. 직접 인터넷 검색을 하며 내가 찾는 역량을 갖춘 교사들은 어디에 있는지 찾고 또 찾아서 밑도끝도 없이 연락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만나게 된 교사들에게 기회를 주고, 이 기회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교사들을 보며 ‘장학사 되기를 잘 했다’며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장학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지 하는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장학사들이 각 분야의 역량있는 교사들을 찾는 방법을, 내 경험에 비추어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하면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첫째, 해당 업무의 전임 장학사에게 의견을 묻는다. 가장 쉽고 가장 많이 하는 방법으로, 업무인계인수 시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한 명 한 명에 대한 전임자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장학사는 관련 교사들의 이름과 프로필 정도만 인계받지만, 베테랑 장학사는 각 교사들 개인에 대한 특징적인 부분과 그들과 대화할 때 유의할 사항이나 장학사로서의 개인적인 평가 등을 확인한다. 전임자가 했던 방식을 문서만 보고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전임자의 시행착오를 그대로 되풀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장학사들은 어떤 업무를 1년 이상 맡게 될 때면, 그 다음 해에 본격적으로 역량을 폭발시킬 가능성이 크다.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여 기존 사업 추진 과정의 아쉬운 점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인데, 관련한 인적 구성 역시 개선의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둘째, 해당 분야의 역량있는 교사는 누구인지 해당 분야의 권위있는 전문가에게 추천을 부탁한다. 학문적인 부분이 필요하다면 해당 전공 분야의 대학 교수 등에게 추천을 받을 수도 있고, 과거에 해당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했던 교장, 교감, 선배 교사 등의 추천을 받을 수도 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누구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동료 장학사나 통찰력있고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 방법은 추천한 사람을 믿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즉 특정 사업 추진 시 인적 구성에 대한 신뢰도와 타당성을 확보하기 쉽다는 점에서 선호되는 방법이다.
셋째, 장학사가 직접 새로운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최근 학교 교육의 이슈들은 과거에는 고민한 적이 없던 주제들이다. 예를 들면, 코로나 국면에서 급작스럽게 찾아 온 원격수업은 그동안 교과별 교수학습전문가들에게는 기대할 수 없는 역량이었다. 이 부분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교사들은 오히려, 교수학습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인식되어 왔던 저경력의 교사들이었다. 더욱이, 체육 교과나 실습 교과 등은 전 세계로 범위를 넓혀서 찾아봐도 선례가 없는 원격수업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빠르고 정확하게 학교 현장의 원격수업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판단하고, 해당 역량을 갖춘 교사들을 만나서 지원 정책을 정비하고 사례를 공유하는 등의 노력이 이어져야 했다. 이 당시 구성된 인적 네트워크는 지금의 디지털 교과서 국면에 보다 빠르게 대처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모든 교사들이 교육청이나 교육부 등의 정책사업 추진 과정에 어떠한 형태로든지 참여해보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라면 자신에게 맡겨진 학생들을 잘 교육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이자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다만 성장에 대한 열망이 있거나 자신의 역량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자신이 속해있는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다른 학교의 교사들이나 교육청의 장학사와 함께 고민을 나누는 기회를 갖는 것은 적극 권장하고 싶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자 하는 교사가 있다면, 학교 교육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살펴볼 수 있는 기회에도 적극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어떻게 해야 장학사들이 찾아다니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교사들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교사들에게 어떤 제안을 해보면 이러이러한 사정으로 못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교사들도 있지만, 기회를 주어 너무 고맙다 혹은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제안해 주어 고맙다고 야기하는 교사들도 있다. 후에 사석에서 이야기를 해 보면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다는 생각, 이른바 ‘나는 끌어주는 선배가 없어서 불가능하다.’며 단념했었다는 교사도 있었다. 이러한 쪽으로 관심있는 교사들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다.’라는 판에 박힌 것 같지만 사실인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아주 제한적인 경험이지만, 내 교사로서의 경험과 장학사로서의 경험은 다음과 같다. 시작한 동기는 단지 내 한 몸이 조금 더 편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것이었지만,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동영상의 저장소 역할을 위해 2011년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원래는 어려서부터 CD로 자료를 모았었고, DVD를 거쳐 외장 하드드라이브에 각종 자료들을 저장해왔다. 그런데, 이것을 내 수업에 활용하려고 보니 매번 들고 다니기도 힘들고 이것을 활용하는 PC환경이 저마다 달라서 마음 껏 활용하기 불편했다. 때마침 YouTube라는 플랫폼이 처음 나왔을 때였고, 놀랍게도 동영상 무제한 업로드가 가능하다고 하여 내가 가지고 있던 영상자료들을 무작정 올려두었다. 필요할 때 인터넷 주소만 입력하면 되었기에 너무나도 편리했고, 직접 만든 학습자료들도 유튜브 채널에 올려두고 학생들에게 링크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했다. 단지 그냥 그렇게 살아왔을 뿐인데 어느 날 구독자가 1만명이 되었고, 2010년대 중반 이후에 교사들의 유튜브 채널 운영이 사회적 이슈가 되더니 갑자기 교육청과 교육부 등에서 연락을 받기 시작했다. 신기하기는 했지만, 내 생각을 이야기할 기회를 준다고 하여 즐겁게 다니면서 마음껏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대나무 숲이 필요하여 운영하던 블로그 역시 비슷한 맥락의 기회들로 연결되었다.
장학사가 되고 난 이후의 경험 역시 비슷했다. 평소에 관심 분야 관련하여 인터넷 검색을 자주 하고, 검색 알고리즘에 따라 타고 들어가며 이것 저것 살펴본다. 예를 들면, 정책 추진 시 레퍼런스가 필요하다면 논문 검색 사이트에 들어가 현장의 교사들이 발표한 논문을 중심으로 찾아보고, 논문 저자인 교사에 관해 다양한 방법으로 파악을 한 뒤 해당 교사에게 연락을 한다. 어떤 주제로 수업을 잘 하는 교사들을 찾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수업을 열심히 인터넷 공간을 통하여 공유하는 교사들의 흔적이 보이면, 그 흔적을 따라 해당 교사에게 연락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학생선수 진로교육 전문가, 특정 스포츠 종목의 전문가, 특정 분야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교사 등 배경은 다르지만 비슷한 패턴으로 새로운 교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현장의 교사들 중에 새로운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러한 부분을 참고했으면 한다.
교장·교감의 눈으로 학교를 바라 볼 수 있다.
현장의 교사가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누는 교원은 교사다. 장학사가 된 이후에는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교원이 교감이고, 그 다음 이야기를 많이 하는 교원이 교장이다. 장학사들 말로 표현하면 주거래 은행이 변경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것은 장학사들이 우리는 교사들과 다르다는 식의 권위의식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교사들은 일과 중 대부분을 수업을 하고 수업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교사에게 직접 연락을 하는 일이 자주 있지는 않은 것이다. 대신 언제든지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연락을 한다. 더욱이, 교감은 해당 학교에 대한 전반적인 일들을 파악하고 있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장학사가 학교에 전화를 할 때 교감에게 연락을 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교장은 맥락이 조금 다르다. 아주 큰 일이 있지 않는 한 장학사가 교장에게 학교 일로 직접 연락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교장이 해당 학교의 최종 책임자이자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세부적인 내용까지 파악하고 있는 실무자는 교감인 경우가 많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대부분은 교감과 논의하여 처리할 수 있기도 하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장학사가 교장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장학사의 입장에서 교장은 대부분 인생으로나 교직으로나 한참 선배님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장학사들이 교감과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이유는 실무적 차원이다.
특별한 사안 때문이든, 단지 관내 학교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만남이던 간에 장학사가 학교 현장의 교감님 또는 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아주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교사 시절에는 보지 못했던 학교 안의 모습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장학사가 자신의 업무에만 파묻혀있다보면, 학교 현장을 돌아보지 못하는 실수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교감으로서 학교 안의 다양한 일들을 직접 경험하며 해결했던 이야기들은 정책사업 추진에 큰 도움이 된다. 각종 민원에 응대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주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모든 교사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학교 내부의 적’ 1순위를 교감으로 2순위를 교장으로 생각하는 교사들이 일부 존재한다. 교장을 학생을 교육하는 일에 전념해야 하는 교사에게 불필요한 법령과 지침을 준수하라는 잔소리를 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운영되는 학교에 근무하는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근무하는 교사의 복무까지 책임져야 하는 교장에게 있어서 잔소리는 잔소리가 아니라 해당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두라는 안내이기도 하다. 즉, 교장도 교장이 되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부분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교감이나 교장이 장학사들에게 가장 많이 해주시는 말씀 중 하나가 바로 ‘교감·교장이 되기 전에는 몰랐다.’는 이야기다. 학교 현장에서 경력을 쌓아 근무평정을 통해 승진을 했던지, 교육전문직원이 되었다가 다시 전직했던지, 혁신학교의 내부형 공모를 통해 평교사에서 바로 교장이 되었던지 간에 관계없이 모든 교장이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교장이 된 동기와 과정은 모두 다르더라도, 학교를 직접 경영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 분들이 해주시는 이야기는 교육청에서 정책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근거가 된다. 장학사 개인적 차원에서도 향후 전직하여 학교로 다시 돌아갔을 때,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장학사가 되면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진다는 것이 무조건 좋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 과정에서 너무나도 큰 스트레스와 시행착오를 겪게 되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그냥 편하게 교사의 시각으로 교사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차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고 그 일을 책임있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배운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로도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이었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는 이러한 변화가 전환점이 될 수도 있고, 전직을 도전하게 되는 동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