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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May 01. 2022

미래의 학교 체육 #5 - 블렌디드 스포츠

진짜인 것 같으면서도 가짜인 것 같은 디지털 기반 융복합 스포츠 경기

TV 채널번호는 서비스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비슷한 원칙이 있는데 카테고리 별로 그룹화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가입한 IP TV 서비스는 200번대 초반에 스포츠 채널이 뭉쳐 있고 400번대 후반에 어린이 채널이 모여 있다. 스포츠 채널들 중 가장 마지막에 있는 거의 보지 않는 채널이 있는데 바로 EUROSPORT 채널이다. 우리나라와는 시청자가 좋아하는 경향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자동차 경주, 마라톤, 자전거 투어 대회 등이 주요 콘텐츠이기 때문인지 평소에는 몇 초면 다른 채널로 넘어가고는 했다. 그럼데 이번 토요일 오후, 습관처럼 리모콘으로 스포츠 채널을 넘기다가 평소에는 보지 않던 EUROSPORT 채널에서 갑자기 손가락을 멈추고 넋을 놓고 보게 되었다. 굉장히 흥미로운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Arena Games Triathlon (실내 트라이애슬론 경기)


TV에서 송출되고 있던 영상은 게임의 한 장면 같았다. 이제 유럽 스포츠채널에서도 이스포츠 중계방송을 하는구나싶어 신기했다. 어떤 선수(캐릭터)가 자전거 경기를 하는 모습이었는데, 화면 한 쪽에 여러 명의 선수들이 실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주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만 봤을 때는 '아, 코로나 시대에 자전거 선수들이 모여서 투어를 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온라인에서 만나서 경쟁을 하는 모양이구나...'정도로 생각했다. 충분히 상상했던 일이고 실제로도 있는 일이기에 아주 놀랍지는 않았다. 다만, 이런 것도 중계방송을 해 주는 것이 신기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어떤 공간에 모여서 함께 자전거를 열심히 타던 선수들이 코스를 마치는 순서대로 헐레벌떡 트레드밀(일명 '러닝머신')로 뛰어가 달리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잠시 후, 전환된 화면은 어떤 선수(캐릭터)가 달리기를 하는 장면이었다. '어? 이거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같은데?'하는 생각에 화면 한 켠을 보니 'Arena Games'라고 쓰여 있었다.


실내 체육관(Arena)에 모여서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하다니!!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코로나 시대에 각자의 공간에서 비대면으로 아쉬움을 달래는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경험의 아이디어들이 모여서 디지털 테크놀로지 기반의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 경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실내 체육관에서 트라이애슬론 대회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관중들이 모여서 경기를 관전하기도 좋고 대회 운영의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에 트라이애슬론을 대중적인 스포츠문화로 발전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수영은 어떻게 하려고 하지? 잠시 후 그 궁금증도 쉽게 해결 되었다. 달리기를 끝낸 선수들이 수영장 자신의 레인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수영장의 한 켠에 실내자전거와 트레드밀을 설치해두고 하나의 공간에서 경기용 시스템에 접속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혼합된 형태의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하는 것이다. 예상했던대로 경기장에는 관중들이 들어와서 선수들을 응원하며 환호하고 있었다.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수많은 스폰서들이 대회를 후원하고 있었으며, 골프와 테니스처럼 세계 각지를 돌면서 투어 형태의 대회가 개최되고 있었다. 프로 스포츠에 반드시 필요한 스타 선수와 수많은 이야기도 만들어져가고 있는 중이었다.


Arena Games Triathlon 경기 중계방송 장면


불과 십여분의 시간이었지만, 우연히 보던 TV 속에서 많은 느낌을 받았던  같다. 기술과 자본이 결합하면 앞으로 어떤 형태로 스포츠가 발전할  있을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학교 현장에 있을 때는 나름 이런 쪽으로 아이디어가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자평하고 있었는데,  정도에 놀라는  모습에 괜히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https://superleaguetriathlon.com/




학교 체육에서 당장 적용 가능한 블렌디드 스포츠가 있을까


업이 업인지라 이러한 맥락을 학교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고민하게 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 기반의 운동 기구와 시설 등의 가장 큰 장점은 정확한 기록이 자동으로 수집된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휴대전화 기반의 앱은 부정확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움직임 센서 기반의 만보측정 앱의 부정확성이나 20m 이내의 거리에서는 정확도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GPS 기반 앱의 한계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정확도가 향상되고 있으며 고가의 시스템이 필요하던 일들을 추가비용 없이 간단하게 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런 경향은 더 커질 것이다. GPS 기반의 움직임 기록 앱을 활용한 장거리 달리기 수업이나 자전거 수업 등은 십여년 전에도 가능했고 충분히 정확했었다. 2010년대 중반에 많은 학교에서 이런 방식의 수업을 시도했고, 나 역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운영하고 평가까지 했었다.


휴대전화의 GPS 기반 움직임 추적(피트니스 트래킹) 앱을 활용한 자전거 수업(2017. 창덕여자중학교)


체육 교과 수업을 넘어 스포츠 경기대회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시도되기도 하였다. 2020년 서울시교육청에서 시작한 '온라인 스포츠 한마당' 대회는 여러가지 형태로 가다듬어지며 발전해오고 있다. 적절한 수준의 인원이 각자의 장소에 모여 온라인 공간을 통해 실시간으로 스포츠의 틀 안에서 경쟁한다는 개념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또 다른 형태의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Afowx8tdI1k

2021 서울학생 온라인 스포츠 한마당


개인적으로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지만, 일반적인 학교현장(규모, 학생특성, 교사 구성, 디지털 환경 등)에서 가능한 블렌디드 스포츠 경기대회는 어떤 방식이 있을까 범위를 좁혀서 생각해본다. 첫번째로는 체육대회 중 온라인 중계방송을 혼합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중학교 교내 체육대회에서 한 개 학년이 학급별 단체줄넘기 종목으로 경쟁한다고 하면 운동장 한 켠에 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하고 학생들이 생중계를 하는 방식으로 대회를 더욱 재미있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학부모님들 역시 온라인 중계방송을 통하여 자녀들의 체육대회를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음은 물론이다.


둘째로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체력왕 선발대회가 가능할 것이다. 과거에는 프로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GPS 추적 장치가 대중화되어 학교 현장에서도 10~20여개는 확보할 수 있는 정도의 가격대가 형성되었다. 이 장치로 일반적인 축구 경기와 관련된 다양한 체력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데, 이렇게 수집되는 자료를 적절하게 재가공하여 실시간으로 경쟁하게 하면서 중계방송과 버무릴 수 있다면 새로운 형태의 온오프라인 통합 체력운동 대회가 가능할 것이다. 현재 가능한 수준인지는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영상 인식 AI 알고리즘 등을 활용하면 비교적 동작이 명확한 형태의 과제인 턱걸이나 팔굽혀펴기 등의 대회도 수많은 학생들이 동시에 참여하는 방식의 대회가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RtX2fbyFlZg


셋째로는 기계적 장치를 활용한 경쟁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면, 로잉 머신을 활용하여 팀 단위로 동시에 시작하여 동일한 시간에 가장 많은 거리를 움직이는 조정 경기를 한다던지, 탁구 머신의 특정한 조건(속도, 스핀, 각도 등)을 동일하게 설정한 후 특정한 과제를 달성하는 경쟁을 하는 경기를 하는 등의 방식이 가능할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동일한 조건으로 동일한 수행을 균일하게 제공할 수 있는 로봇을 활용한 스포츠 기술 수행과제 등을 활용한 경쟁까지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미디어와 자본이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스포츠 경기대회를 접하고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뭐, 상상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손해 볼 것은 없다. 비단 테크놀로지 기반의 스포츠만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학교 현장에 적합한 형태의 더 많은 방법이 개발되고 보급되어 학교에서 즐겁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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