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선수를 위한 진로탐색, 일반학생을 위한 스포츠 진로 교육
나는 교육청에서 학교체육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교육전문직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학교 현장의 체육 교육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분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면 재미도 있고 보람도 느끼게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체육 수업을 위하여 교사들과 함께 연구하고 고민하며 내실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기획하고, 학교스포츠클럽활동 등과 같은 자율체육 시스템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는 일. 생각만 해도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는 일들이었다.
그런데, 막상 장학사가 되어 이 일을 담당하게 되어보니 내가 해야 하는 일의 대부분은 학생선수와 학교운동부와 관련된 일이 되어버렸다. 어디 가서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 할 수 없는, 수 많은 일들...학생선수와 학교운동부는 학교 교육 안에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학교와는 별개로 생각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문화와 이해관계가 공존하고 있는 특별한 현실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지엽적인 문제는 지엽적인 문제대로, 거대하고 구조적인 문제는 또 거대한 담론으로 끊임없이 문제를 지적받고 해결하라고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교사로서 교육전문직으로서 교육적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방향을 제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참으로 많다. 우리만 한다고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들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에 몸 담고 있는 교육전문직원이기에 정책 방향이 결정되면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교가, 교육청, 교육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학교교육의 틀 안에서 교육적인 방향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결국 '교육'이라는 방법적 접근을 시도해야 하고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참 어렵다.
스포츠(체육) 관련 분야의 심화 교육 역시 이러한 방향에서 강조되고 있는 맥락에 있다. 흔히 체육 분야 심화(진로) 교육이라 하면, 학생선수들이 전문적인 선수로서의 진로를 중도에 포기했을 때 필요한 적응교육으로 이해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스포츠 문화 산업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전문적인 선수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학생선수에게 맞춤형 진로 교육을 제공하는 것보다, 일반학생 대상의 스포츠 관련 분야의 진로교육을 내실화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학생선수의 적응을 돕는 의미의 진로교육은 과도기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궁극적으로는 학생선수의 학교생활이 일반학생과 다르지 않도록 하여 별도의 진로교육이 필요한 집단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들은 체육 교과 수업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모든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으로 제공되기를 기대한다.
스포츠 선수 경험의 가치는 왜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일까
많은 연구사례를 통하여 접하는 외국 문화에서는, 운동 선수로서의 경험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솔직히 해당 문화권에 살아보지 않아서 확신하지는 못하겠지만). 예를 들면, 미국의 대학 입시에서 고등학교 운동부 선수 경험은 입학사정관이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한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던 것 같다. 특히 단체 스포츠 선수였고 그 팀의 리더였다면 리더십이 검증되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고도 들었다. 스포츠의 좋은 가치를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으며, 스포츠 선수들이 경험적으로 이런 부분을 학습하고 실천하는 능력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스포츠 선수 출신들이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사람들이 미디어 속의 스포츠 선수를 실제로 만날 기회는 많지 않다. 스포츠 경기 장면을 제외한 선수들의 이미지는 결국 학창시절 만났던 친구들 중 학생선수였던 친구로부터 형성될 수밖에 없는데, 그 때 만났던 운동선수 친구들의 좋지 않았던 학교생활 이미지들이 머리 속에 각인되어 다른 좋은 면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들이 모여 여론이 되어 '운동선수란 말 그대로 운동만 하는 운동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명제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도쿄 올림픽 당시에 외신에서 소개한 중국 운동선수들이 학습권을 존중받지 못했다는 사례를 보며, 우리 나라 운동 선수들보 비슷한 상황이라며 불쌍하게 여기는 반응이 많기도 했다. 무엇인가 잘 못 되어도 한참 잘 못 된 상황인 것 같다. 스포츠가 얼마나 좋은 가치들을 내포하고 있으며, 선수로서 스포츠를 경험했다면 자연스럽게 좋은 스포츠 가치들을 경험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존중을 받아야 타당할텐데 말이다. 이런 안타까운 프레임이 만들어질 때까지의 역사가 잘 못되었다고 밖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HuuHFa3WdhQ
2021년 제정된 '체육인복지법'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인생을 바쳤던 선수들을 위해 국가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인생을 바쳐 국민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주었던 선수들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이 제정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가 나서서 선수들을 운동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국가가 당연히 이 사람들의 삶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며,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운동만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길러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법률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체육인이 왜 복지를 보장받아야 하는 존재가 되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체육인들을 위한 별도의 복지법이 필요하지 않은 스포츠 문화 선도 국가가 되어야 바람직하지 않을까. 교사의 입장, 학교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학생선수가 학교생활에서 배제되지 않고 일반학생들과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귀결되는 것 같다.
학생선수를 위한 교육
언론을 통하여 접하는 2022년을 살아가는 일반적인 젊은이들 대부분이 보편교육 성격의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성인이 되어서도, 20대의 대부분을 진로를 탐색하고 전문성을 함양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선수들의 고민 역시 일반적인 학생들과 다른 특별한 것으로 인식하지 않아도 될것 같은데, 여전히 학생선수들을 위한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다. 학생선수들이 일반적인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전제가 성립하는 느낌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학생선수를 위한 교육'이라는 문장처럼 희한한 문장이 없는 것 같다. 학생선수라는 단어 속에 학생의 의미가 들어있고, 학생을 위해 학교가 존재하는 것인데 무슨 특별한 교육이 또 필요하다는 뜻일까. 오랜 기간 동안, 학생선수와 학교운동부는 일반적인 학교문화와는 결이 다른 특수한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였다. 왜 학교문화와 융화되지 못하였고, 왜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되었는가의 문제를 비선수 출신에다가 현재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내가 이야기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면이 많다. 하지만, 많은 학생선수들이 경쟁에서 도태되거나 또는 경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젊은 나이에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하여 불안해 하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강하늘아름, 홍미화(2019)의 연구에 따르면 학생선수가 선수생활을 중단하게 되었을 경우에 자유로움과 부담을 동시에 느끼며 학생으로서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점에 대한 후회를 바탕으로 이후의 삶을 개척해 나가게 된다고 하였다. 구자영, 노정환(2021)은 학생선수가 재능이나 기량이 아닌 학교운동부의 문화적 특수성 때문에 중도포기하는 경우가 있으며, 오히려 중도포기 이후 갈등에서 해방이 됨으로써 올바른 생각과 의지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학생선수들을 부족한 존재로만 인식하는 사람들의 시각과는 조금 다른데, 학생선수들에게도 학교에서 충분한 기회를 준다면 시행착오 없이 사회적 존재로서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횡설수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학생선수의 가능성을 스포츠 관련 직종에만 가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인문학 열풍이 불어닥쳤을 때 '기업은 인문학 전공자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공학 전공자'를 원한다는 웃픈 이야기가 인터넷 공간에서 공감을 얻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스포츠 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다양한 지표를 제시하며 비전을 선포했지만, 이것이 운동선수로서의 전문성이 발휘될만한 기회가 늘어나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역량을 갖춘 스포츠 분야의 전문가가 더 많이 필요한 세상이지, 스포츠 분야에만 전문적인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한 세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선수 진로교육의 방향이 스포츠 관련 직종에 취업하기 위한 경쟁력을 키워주는 방향이 되어서는 운동중단 이후의 삶을 보장해 줄 수 없을 것이다. 운동선수 출신이라고 해서 전문스포츠지도사,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을 취득해서 지도자로 취업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안내할 수밖에 없다면, 이들은 제한된 자리를 두고 은퇴 이후에도 또 다시 끝없는 경쟁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 선수 시절 내 앞 길을 막았던 경쟁자와 선수생활이 끝난 이후에도 동일한 분야에서 또 다시 경쟁해야만 한다면, 한 번 경쟁에서 도태된 학생선수가 은퇴 이후의 삶에서도 이를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선수들이 은퇴 이후에도 관련된 분야에서 일을 계속 하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도 해봐야 한다. 이 바닥을 떠날 수 없어서 남아있는 것과, 너무 하고 싶어서 남아있는 것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외국의 사례처럼, 학생선수로서의 경험이 다른 분야와 융합될 수 있는 적응력을 길러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https://welfare.sports.or.kr/job/index.do
학생선수와 학교운동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접하면 접할수록, 궁극적으로 학생선수를 일반학생과 구분짓지 않아야 모든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교에 다니고 있으면서도 학생으로서의 기본적인 경험들을 포기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학교가 지지해주기는 어렵다. 학생선수 출석인정결석 허용일수, 학생선수 최저학력 보장제도 등의 모든 시스템이 과도기에 등장한 제도이며, 지금이 바로 그 과도기라고 이해하며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고등학교까지는 보편교육의 성격이 짙어지고 있기에, 학생선수들의 학교생활 역시 마찬가지의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습권이라는 것의 개념이 단순히 몇 개 교과를 지정하여 수업이수 여부와 성취도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이 학교를 통해서 누릴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이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설명드리기는 어렵지만, 경기의 흐름이 독일로 넘어왔습니다.
독일이 승기를 잡았습니다.
2002년 월드컵, 독일과 미국의 8강전 경기 중계방송에서 나왔던 차범근 해설위원의 발언이다. 시간이 오래 지나서 경기 내용까지는 완벽하게 복기할 수 없지만, 차범근 해설위원의 저 멘트 만큼은 기억하고 있다. 왜냐하면, 당시에 미국이 예상 외로 경기를 굉장히 잘 하고 있었고, 점유율이나 슈팅 등의 대표적인 지표 역시 전혀 밀리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범근 해설위원의 눈에는 경기의 흐름이 보였던 것이다. 실제로, 차범근 해설위원의 멘트가 나오기 무섭게 독일이 득점을 했고, 미국이 경기운영을 아주 잘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1-0으로 독일의 승리로 끝났다. 맞는 사례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수 출신만이 인식하고 느낄 수 있는 전문성이라는 것이 있기에 의견을 자신있게 이야기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스포츠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 전문가가 필요해졌다고 해도,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안목이 없다면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데이터 분석 능력을 바탕으로 스포츠 분야에서 과거에 없던 전문적인 분야를 개척한 사례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이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도 해당 종목의 선수 출신이 자신들과 같은 기술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자신들이 설 자리는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다. 모든 것이 융합되는 시대에 학생선수들에게 지도자로서의 삶이나 신체적인 능력을 활용하는 직업들만 권하는 방식의 진로교육은 점점 더 효과성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1990년대 말 경부터 위성방송 등을 통하여 유럽 축구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을 때, 축구 선수 출신의 유럽 축구 전문가는 찾기가 어려웠다. 유럽 축구를 좋아하던 이른바 매니아 출신의 전문가 또는 유럽 축구 소식을 전해주는 미디어 전문가들이 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유럽 축구 변방 국가의 4부리그 구단주 가족 이름까지 알고 있을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의 전문지식을 갖춘 것으로 유명했던 한준희 축구 해설가 역시 자신들은 과도기적인 성격에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를 했던 바 있다. 관련한 내용은 나 역시 별도의 글로 다룬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sobong3/29
전문적인 운동선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운동선수들이 담당했던 영역으로 진출하는 사례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엄청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방식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반대로, 운동선수들 역시 자신들만의 메리트를 인식하고 자신감있게 다른 영역으로 뻗어나가야 선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스타 선수와 유명한 지도자의 이야기만 들려주고, 일단 시작했으니 다른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이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방식의 교육은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100세 시대, N잡의 시대다. 학생선수 역시 일반적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야를 탐색하는 방향으로 진로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학생을 위한 스포츠 진로 교육으로, '스포츠 리터러시' 함양을 위한 체육 수업
바야흐로, 빅데이터 시대다. 스포츠 산업에서도 빅데이터는 깊숙하게 융합되어 있으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분야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분야라는 것이다. 범죄수사에서 과거에는 없었던 프로파일링이 이제는 당연히 필요한 과정으로 정착되었던 것처럼, 스포츠 경기에서의 데이터 분석 역시 이제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존에 존재하던 데이터를 다시 융합하여 의미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해당 스포츠 종목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면 무의미한 데이터 분석에 시간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 분야의 개척자들을 보면, 대부분 데이터 분석 전문가가 해당 스포츠 분야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http://www.jumpball.co.kr/news/newsview.php?ncode=1065621684447229
https://basketkorea.com/news/newsview.php?ncode=1065571371829801
비선수 출신의 스포츠 분야 전문가들은 점점 더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점점 더 확산되리라 생각한다. 스포츠 문화가 우리 삶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시대에, 과거보다 더 나은 학교체육 프로그램을 경험하였고, 하고 싶은 운동을 할 수 있는 생활체육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선수 관련 정책을 운영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는 장학사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가 있다. '1%의 학생선수'와 관련된 여러가지 이슈에 매몰되어, '99%의 일반학생' 체육 교육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하지 못하는 현실이 아쉽다는 이야기다. 1%의 학생선수도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들이기에,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 해서 지원해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분명하다. 다만, 학교교육을 통하여 학생들의 스포츠 리터러시를 함양한다는 학교체육 제1의 목적을 잊지 않기 위해서 하는 이야기다. 학생선수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 훈련을 하는 것도 지원해야 하지만, 선수가 아닌 학생들도 학교체육을 통해서 마음껏 스포츠를 누릴 권리가 있기에 이를 보장하기 위해 균형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스포츠 진로교육 역시 마찬가지의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학생선수에게만 스포츠 지도자의 길을 알려주는 것은 일반학생에 대한 차별이며, 일반학생에게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직종을 소개하는 것도 학생선수에 대한 차별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융합되는 시대에 자신의 역량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감을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방법은 체육 교과 수업을 잘 하는 것이다. 스포츠 문화의 전문가인 체육 교사가 스포츠 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체육 교과 수업을 통하여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체계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시간을 할애하거나,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만 스포츠 진로교육이 되는 것이 아니다. 체육 교과 수업에서 스포츠 리터러시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더 나은 스포츠 문화를 자연스럽게 만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sobong3/28
지금까지 일반적인 학생들에게 체육 분야의 진로라고 하면 체육계열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강했다. 그런데, 체육계열 대학교의 커리큘럼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체육 교사, 체육 지도자를 길러내는 것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체육 분야의 진로라는 것이 체육 교사가 되거나 생활체육 현장에서 지도자가 되는 좁디 좁은 경쟁으로의 입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체육 교사가 되고 싶어 관련 학과에 진학을 결정한다면 대학교육이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다른 스포츠 분야에 진출하고 싶은 학생이 어쩔 수 없이 체육교육과에 진학할 필요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폭은 매우 좁을 수밖에 없었다. 스포츠 관련 산업의 경우, 반드시 대학의 관련학과를 졸업해야만 전문가가 될 기회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체육 분야 진로교육의 방향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창한 브랜딩으로 포장된 새로운 체육 진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에게는 이미 역량 있는 체육 교사들과, 체육 교과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체육에 희망이 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바로 학교 현장에 훌륭한 체육 교사들이 많고,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학교로 들어오고 있는 체육 교사들은 지난 2000년대 이후 양질의 체육교육을 경험하며 체육교육 분야로 진출한 사람들이다. 과거의 열정적인 선배들이 체육 교육에 대한 인식을 좋게 변화시키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했다면, 이들은 이러한 부담감도 가지고 있지 않다. 전문적인 역량을 쌓아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는 성취감,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고 싶다는 내적 동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학교체육의 대부분이 멈출 수 밖에 없던 시기에 젊은 교사들이 체육 교과 수업에 더욱 집중하며 수업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도 인상적이었다. 이들이 더 즐겁게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열정적으로 체육 수업을 통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참고문헌
강하늘아름, 홍미화(2019). 운동중단 학생선수의 학업태도와 진로고민에 관한 질적 연구.
구자영, 노정환(2021). 중도 포기 학생선수 출신의 진로전환 경험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