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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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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르르 Brr Oct 06. 2022

칭찬하면 춤춘다며?

얘기가 틀린데...




오랜만에 참신한 직원이 들어왔다.

앞뒤 가릴 것 없이

이제는 나보다 어리면 '참신'하다.





사무실 분위기가 홍홍하며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이만큼 늙은 처지를 잠시 잊던 차

팀장이 불렀다.





"차장님, 저 친구 일 좀 가르쳐주시죠?"

"제..가요?"





두렵고 더럽고 당황스러운 얼굴로

'내게서 배울게 뭐가 있다고'를

묵음으로 처리하는 중

이미 '참신한'이 바짝 붙어 인사했다.





'뭐지, 이 날렵함?!'





팀장은 앞가림도 못해

매일 한숨에 머리 뜯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 걸까, 꼴 보기 싫었던 걸까.

나는 그와 참신한을 번갈아보며





입 밖으로 나오려는

거친 말을 삼키느라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조만간 팀장으로 나갈 사람한테...'

'말년 병장한테...'

'좀 쉬고 싶은데...'





점점 서운함과 섭섭함과

막막함과 답답함이

서서히 분노로 변해갈 때

참신한이 다가서며 90도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발령받은 '참신한' 입니다"





입사 3년 차.

일잘러로 소문난 직원.

그동안 견적을 보면

기댓값은 실망값과 비례했기에

애당초 '일잘러' 따윈 귀에 넣지 않았다.





"보고서 쓰는 법부터 좀 가르쳐주세요."





내 말의 한 호흡 먼저 치고 들어오는

팀장의 끼어들기에

나는 살며시 눈을 감고

손을 들어 화답했다.





"보고서는 좀 써봤어?"





질문이 틀렸다.

영업점에서 온 친구에게

미안한 물음이었다.





"커피 한잔할까?"





일주일간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다.

그냥 옆에 앉혀놓고

내가 하는 일을 보게 했다.

어깨너머로 배우든

따라서 써 보든

책을 펼쳐놓고 비교를 하든

그냥 자기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간단하지만

꼭 필요한 일감 하나가 생겼다.





숫자만 적어서 내게 주면

참신한이 할 일은 끝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하자

책상 위에 A4 한 장이 놓여있었다.

하단을 보니 참신한의 사번이 찍혀있었다.





"이렇게 빨리?"





속도에 흡족하던 찰나

놀라움을 목격했다.





참신한은 내가 쓰던 보고서의

표를 나름대로 따라해 그 안에

내가 필요한 숫자와 산출근거,

심지어 관련 법령까지 넣어 놓았다.





이런 ...

'참신한' 친구를 봤나.





불러다 앉혀놓고

몇 달을 가르쳐도 진척 없던

과거 실패작들을 떠올리면

참신한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운 반가움이었다.





나는 격한 칭찬을

사정없이 날렸다.





바짝 쫄았던 참신한은

내 칭찬에  몇 초간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눈물을 글썽거렸다.





울어?

뭐야?​​








칭찬하면 춤춘다며?!

춤은 안 추고 왜 울어...

연출이야 진심이야, 뭐야!





또로록 흘리지는 않았지만

그렁그렁 맺힌 게 맞았다.





아니, 이게 지금 울 일인가?

 혹시 나의 칭찬을

혼내는 것으로 착각하는 건가?





별별 생각이 다 드는데

참신한이 답했다.





"차장님, 감사합니다..."





3년간 일하면서 담당 책임자에게

단 한 번도 칭찬을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당장 그 책임자

이름을 대라 다그쳤다.

(그렇다고 딱히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리액션이었지만 그것마저 좋았나 보다.





사람을 못 알아본 것이든

그만한 능력이 안된 것이든

원래 칭찬에 박한 사람이든

뭣중 하나였다.





도대체가 어떤 녀석이었길래

이토록 스마트한 친구에게

얼마나 칭찬을 안 해줬으면

나의 몇 마디에 눈물이 고이나.





좀 미안하지만 우연을 의심하며

다시 한번 테스트를 했다.

여지없이 1+1 아웃풋으로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나는 백사장에서

24K 금을 주운 것 마냥

신이 났다.

내가 춤추게 생겼다.





이런 훌륭한 인재가

제 발로 나를 찾아오다니.





감사의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인생 칭찬을 또 한 번 뿌렸다.





몇 마디 했다고

내 일을 다 가져갈 태세였다.





칭찬이 원래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나.

나날이 놀라움의 연속이다.





참신한 덕분에

지루하던 내 회사 생활이

좀 참신해졌다.





아무튼 고마워!

참신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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