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를 안 하면 생기는 일
인사는 공짜라는 생각에게
우리나라 직장인이 16,000,000명을 넘습니다.
그들이 일터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있죠.
<안녕하세요>
인사를 주고받는데 1초가 필요하다면 1번씩만 해도 16,000,000초입니다.
이는 267,000분으로 4,400시간입니다.
일수로 183일이며, 일 년 365일의 절반입니다.
3시간짜리 영화를 무려 1,460편이나 볼 수 있는 이 엄청난 시간을 우리는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 만들어냅니다. 사람을 만나는 게 직업인 사람은 하루에 10번, 20번도 합니다. 그런 흔한 인사를 안 하면 어떻게 될까요.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가 엄마손을 잡고 거리를 나갑니다. 위태위태한 발걸음에 지나는 사람들이 아이를 보며 미소 지으면 곁에 있던 엄마가 말합니다.
"안녕하세요. 00야, 안녕하세요 해야지."
중간자 역할을 하는 엄마는 이쁜 아이를 위해 대신 인사하고 무의식 속에 '안녕하세요'를 새겨 넣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세상에 첫발을 내딛으며 배우는 말입니다.
우리는 의식이 자리하고 자아를 형성하기 훨씬 이전부터 그 말을 듣고 배우며 자라 몸에 익혔습니다. 거기에 <배꼽인사>라는 몸을 엎드려는 행동을 첨가했고, 그것이 사회를 살아가며 지켜야 할 약속 같은 예의가 됐습니다. 이는 우리 사이에 자연스럽고도 깊숙이 들어와 만남에 있어 언행의 첫 기준이 되었죠. 이젠 거스르면 부작용까지 초래하는 힘을 가진 존재가 됐기에 인사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게 아닌, 해야만 하는 것으로 굳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인사를 안 하면 상대는 몸에서 이상 반응을 일으킵니다.
'뭐지. 왜 인사를 안 하지? 못 본 건가? 아님 봤는데 안 한 건가? 내가 뭘 잘못했나?'
여기서부터 상대는 '안녕하세요' 다섯 글자로 인해 불편하고 필요 없는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인사를 안 한 사람은 안 받아도 될 평가절하의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본의 아니게 적이 되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적어도 상대의 마음속에서 말이죠. '첫인상'의 중요성에 대해 빠지지 않고 강조하는 것이 '인사'입니다. 눈을 보고 밝게 하라, 유쾌하게 하라, 정중하게 하라 말들 많은데 공통점은 '하라'입니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인사를 주고받는 절차에서 한쪽이 어기면 받지 못한 쪽은 어떤 형태로든 기분이 나쁠 수 있습니다. 좀 더 발전하면 '무시'로 연결되어 결정적인 순간에 큰 영향을 끼치죠. 특정인을 대놓고 무시하는 행위의 첫 번째가 얼굴을 봐도 인사를 않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아무리 훌륭한 직원이라도 '인사'가 인색한 사람은 자신의 역량을 순도 100%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승진과 표창을 위한 평가는 불가피하며, 거기에는 반드시 정량(계량지표, 객관적)과 정성(비계량지표, 주관적)이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억울하죠. 하지만 인사에 인색한 값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특정한 인사 캐릭터가 있습니다. 사람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눈을 마주하고 인사하는 유형, 무리를 지어놓고 한 방에 하는 유형, 둘 다 섞는 유형. 무엇이든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는 인사 하나만 가지고도 차별을 느끼는 사람이 있지만 거기까지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적어도 인사가 풍성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손해 보는 일이 훨씬 적을 테니까요.
인사를 공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돈을 지불해야 하는 행위는 아니지만, 싫은 상대에게 불편이라는 심리적 가치를 지불해가며 인사해야 하는 경우가 있죠. 나를 무조건 미워하는 사람에게 인사하면 '무시'라는 피드백으로 기분을 망쳐 마이너스가 될 수 있습니다. 허나 가망 제로(0)인 자는 목례로써 패싱 하세요. 그럼에도 인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악조건을 이겨내고 예의를 지키는 '아름다운 나'로 승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사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하진 않았지만 나이 든 사람을 예우하는 모습은 보기 좋습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고수하는 입장은 '꼰대' 상이죠. 오히려 윗사람이 먼저 인사하는 모습은 부하직원을 존중하는 가치로 보입니다. 저 역시 출근하면 회진 돌 듯 부서를 돌며 인사합니다. 업무가 섞이지 않은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유일한 시간인 경우도 많기에 일부러 눈도장을 찍습니다.
"내가 여기 있고 당신도 여기 있으니 우리 잘 지내봐요. 잘 부탁드립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는 없어도 그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인사는 내 몸값을 올리는 남는 장사임에 틀림없습니다. 특별히 잘하는 게 없어도 모양 빠지지 않게 힘주어 말할 수 있는 게 '저는 인사를 잘합니다' 일 겁니다. 적어도 그 재주는 모두에게 반가운 특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