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de in x Jan 15. 2024

저의 20대와 함께 한 도전을 마무리합니다

1년 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 이야기 & 마지막 인사

며칠 전 브런치에서 알림이 왔습니다. 2022년 2월에 적은 ‘첫 퇴사를 고민하는 신입사원의 40가지 질문’이 조회수 9,000회를 기록했다는 소식이었어요. 2년 전 올린 글의 조회수가 꾸준히 오르는 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또래 친구들이 많다는 뜻일까요? 퇴사를 고민하던 신입사원은 지난해 진짜 퇴사를 하고 개인 프로젝트에 도전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 1년의 시간을 정리하고 브런치 구독자분들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 합니다.



무모한 도전을 했던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마케터로 일하며 고객이나 사용자의 의견을 들을 때마다 일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어요.


‘고객을 위해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무엇일까?’

‘그들의 의견을 제품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


처음엔 무작정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똑똑하고 유명한 전문가의 책을 읽고 강연을 들었어요. 잘 나가는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분석하며 그들의 생각을 맹목적으로 믿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험처럼 정해진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만 올바른 아이디어를 찾았는지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퇴근 후엔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찾고 해결방안을 고민했습니다. 아이디어를 기획서로 정리했고 실행하고 싶은 욕심이 점점 커졌습니다. 첫 기획은 20대 청년들의 고민을 다룬 추상적인 내용이었어요. 불안한 시간을 보내는 청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퇴사했을 때 작성한 기획서


처음으로 시작했던 프로젝트는 '우리네컷'입니다. ‘우리네컷’은 당시 유행했던 네컷사진을 활용해서 친구와의 추억을 롤링페이퍼로 기록할 수 있는 프레임이에요.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친구와 협업해서 사진의 본질적인 목적인 기록에 초점을 둔 특별한 프레임을 제작했어요. 제작한 후엔 ‘인생네컷’을 운영하는 회사에 찾아가 협업 제안을 발표하거나 프레임 활용 방법을 알려주는 숏폼 영상을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스스로 부족한 점을 많이 느낀 프로젝트였지만, 프레임을 만드는 과정은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즐거웠어요. 다음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이전보다 더 분명해졌습니다.


'우리네컷' 제작 과정 영상


두 번째 프로젝트는 ‘디 아마추어 컴퍼니’입니다. 그림, 작곡 등 각 분야의 재능을 가진 20대 청춘 5명이 모여 ‘아마추어’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어요. ‘나는 여전히 무엇이든 될 수 있지’라는 프로젝트의 핵심 메시지를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인디 게임 ‘디 아마추어 컴퍼니’를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게임 속 메시지를 현실에서도 기억할 수 있도록 업사이클링 키링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밤낮없이 매진했던 게임이 공개될 땐 동료들 모두 기쁨의 환호를 질렀어요. 업사이클링 키링 펀딩은 공개 4시간 만에 목표금액의 100%를 달성했고 총 210%를 기록하며 성공리에 종료되었습니다. 청춘들과 협업한 두 번의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청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으니 퇴사할 때 세운 막연한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디 아마추어 컴퍼니 게임 바로 하기

(PC를 통해 플레이 가능합니다)

▼디 아마추어 컴퍼니 펀딩 구경하기


프로젝트 리더가 아닌 평범한 20대의 한 사람인 제이드인엑스의 가치관도 달라졌습니다. '제이드'라는 이름으로 지낸 8년 동안 고민하던 답을 찾았거든요. 2016년에 ‘jadeinlife’라는 이름으로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후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일단 시도했습니다. 작가로 글을 쓰고 유튜버로 영상을 만들고 게임 제작까지 분야를 넘나드는 일이었어요. 산티아고 순례길, 영화 리뷰, 20대들의 인터뷰, 아빠와 떠났던 히말라야 트레킹, 사회초년생의 회사 생활 등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세상엔 다양한 삶이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누구나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니까 인생의 중요한 결정엔 정답이 없고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든 틀리지 않았다는 의미예요.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모든 이야기는 항상 같은 질문으로 끝났어요.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질문의 답을 찾기에 올해는 최고의 한 해였어요. 2년의 자취 생활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새로운 일에 온전히 몰입하며 지냈고 나름대로 원하는 결과를 얻었어요. 나 자신과 사랑하는 누군가, 그리고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니 미래가 두렵거나 불안하지 않았어요. 매 순간 후회 없이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인디게임 '디 아마추어 컴퍼니' 스틸컷


그래서 제이드인엑스를 마무리하고 오래 사랑했던 일을 새롭게 시작하려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여행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따라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여행했습니다. 사계절 변화무쌍한 자연은 멋진 놀이터였고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를 지킨 문화재는 훌륭한 선생님이었습니다. 해가 뜨고 지는 별거 아닌 순간에 함박웃음을 짓던 기억은 언제나 기분 좋은 설렘을 떠올리게 해요. 부모님의 사랑 속에서 떠난 모험을 통해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낯선 환경에 도전할 용기를 배웠습니다. 어른이 되어 더 넓은 세상을 찾아 8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아빠와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을 걸을 정도로요.


여행을 떠난 어린 시절 모습


넓은 세상을 돌고 돌아서 다시 출발지로 돌아왔어요. 오래 사랑받은, 오래 사랑받을 우리나라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공부와 준비하는 기간을 거쳐 올해 하반기부터 우리나라와 우리나라의 브랜드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에요.


▼이 글을 통해 여행에 대해 이야기했던 적이 있는데 포기와 다짐을 반복한 끝에 이제야 방향을 찾았습니다


그동안 제이드인엑스의 글을 읽고 도전을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게 되어 죄송한 마음입니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브런치에서 글을 쓴 건 짧은 인생을 통틀어 가장 잘한 일이었어요. 글을 한 줄씩 적으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고 하고 싶은 말이 점차 분명해졌습니다. 덕분에 20대의 불안한 마음을 제대로 마주하고 저만의 방향을 찾을 수 있었어요. 지금도 어떤 감정을 느끼거나 고민이 생기면 제일 먼저 글을 씁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읽어 주신 덕분에 혼자만의 일기는 서로를 연결하는 편지가 되었습니다. 누군가 제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른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댓글이 달리면 하루 종일 마음이 두근거렸어요. 서툰 글에 보내 주신 시간과 관심이 아깝지 않도록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당신이 쓰는 마지막 글은 어떤 문장으로 끝날까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당신에게 틀린 답은 없으니까 오늘도 가장 나다운 하루를 보내길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 하루 괜찮으셨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