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가볍게 가볍게
12월의 시작과 동시에 마음속에는 올해를 쓸어 보내주는 듯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주말 오후다.
어찌저찌 나에게 분 바람을 타고 유학 경험도 없던 내가 일본에 와서 직장인이 되어 보낸 2024년은 참 내 인생에서 주어진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왁자지껄함이 당연하던 일상에서 조금 떨어져 나와 혼자 사색하는 일이 잦았던 올해는 그래서인지 정신적으로 한 발자국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주변의 소음과 정신없이 반복되는 영화필름 같은 일상의 광경을 싹 걷어내고 떠나본 이 길에서 자신을 진심으로 마주하고 내 모습을 똑바로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에 올해는 선물 같은 시간인 것 같다.
그동안은 나의 예민함 때문인지 일상에서 느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명상을 하고, 복싱과 달리기를 하고, 수 십 권의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퇴근하고 새벽까지 논문을 써냈던 시간이 있었지만
요리하고, 편하게 앉아 책을 읽고 사색하거나, 미술관이나 공원을 거닐며 천천히 여유롭게 혼자서 나의 모습을 진심으로 느껴보고 나니 그때 느꼈던 갈증이 이제는 촉촉한 옥토가 되어가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앞으로 이 옥토에 무엇을 심어 기를지 기대가 된다!
올해 일본에서 살면서 배운 가장 소중한 것은 간단하게 말하면 '가볍게 사는' 마음의 방향과 자세인 것 같다.
어떤 것에도 편중되거나 집착하는 상태가 아니라, 온전히 중심을 잡고 중화를 이루는 긴장감이 없는 상태.
소비하는 삶에서 떨어져 나와 고요히 사색해 보니 삶에서 반복되는 패턴이 보였는데 그러고 나니 세상에서의 나의 쓰임새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되고, 그렇게 날 것의 내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니 조금 더 가볍게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자연과는 먼 도시 일상에서 그런 평화는 누리기 힘든 거라고만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
내 스스로가 제대로 깨어서 내 삶을 내가 가볍게 살기 위해서는 그런 것들을 못 보게 하는 자극적인 이슈, 소비를 위한 자본의 기획, 그리고 무언가에 취해 있는 사람들을 잘 걷어내고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저 내 내면의 의식이 외치는 작고 큰 "NO"를 잘 들을 수 있도록 내면의 귀를 활짝 열고 맑게 맑게 순수하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더 현명하게 살아가고 싶고 노력도 해야겠지만 2024년은 그러한 방향성의 시작을 알리는 한 해였던 것 같아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