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줘서 고마워
새로 이사한 집을 정돈하고 가까운 사람을 초대하는 집들이는 일본에는 없는 한국만의 문화다.
대학생 때 자취를 하는 친구 집에 종종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작은 자취방이지만 아기자기한 자기만의 세상을 꾸미고 사는 친구가 멋있어 보였고 혼자만의 공간이 있는 것이 좋아 보였다.
아 이런 자유가 있었구나!
뒤늦게 이제는 일본 도쿄에 작은 둥지를 틀게 된 나는 얼마 전 일본인 친구와 한국인 친구를 드디어 집들이에 초대했다. 좁은 방이지만 청소하고, 요리하고, 정돈하면서 그동안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남을 위해 요리한다는 것에는 또 다른 행복감이 깃들어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닭도리탕과 잡채는 은근 낯선 음식이었을 텐데 맛있게 먹어준 친구들이 너무 고마웠고,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왜 엄마가 우리들을 먹이는 것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셨는지 그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집밥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더라도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점에서 요리를 해서 내어주는 그 일련의 과정들이 얼마나 남을 위하는 마음에 가 있는지 집들이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렇게 요리에 진심이었다니 요리사가 될 걸 그랬나.
일본은 장마가 시작되려는지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지만 먼 길 찾아와 시간 내어준 친구들이 참 고맙고 소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