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그믐밤
유현숙
까맣게 탄 뼛조각이 눌어붙어 있다 불씨 일 듯 밝은 산국 그림자가 가까운 섬돌에 박혔다
선운사 처마 끝
마른 나무고기가 진종일 바라보고 있는 허공길이 멀다
흙 바른 선방에 들어 앉아 문 닫아걸고 한 계절 보내는 이는 누구인가
절 집 귀퉁이를 비질한 절 머슴이 윗저고리를 훌렁 벗어서
먼지를 턴다 사내의 등짝이 차돌 같이 단단하다
마른 몸이 타며 긴 시를 받아 적는 밤
이것들! 겨우 목숨 얻는 언어의 스펙트럼 아닌가
깜깜한 하늘에 여자의 가슴뼈가 돋을새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