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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첫,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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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재 Nov 12. 2024

외치

-by simjae

   외치 


   유현숙


   1

   청동도끼와 돌촉을 멘 남자가 집을 나섰다     


   협곡으로 들어간 남자는 돌아오지 않았고, 침엽수림 아래에서 목 긴 짐승이 오래 우는 밤

   나는 숨죽이고 불면했다

   터진 손으로 부싯돌을 치는 동안 지축이 기울었고 나무는 뿌리째 뽑혔고

   눈 속에 파묻혔던 남자가 게놈분석으로 돌아왔다

   눈두덩이가 패이고 붉고 서늘하다

   갈비뼈 사이에서 물 흐르는 소리 듣는다 남자를 재웠던 내가 흘린 물소리다     

  

  잠든 동안 남자는 무슨 꿈을 복제했는지 별 조각 같은 아이들과 꽃잎처럼 흩어지는 手話와 짐승처럼 허기진 내 언어를 만났는지     

  

  윗 이빨에 눌린 혀끝에 눈물 한 점이 얼어 붙었다

 

  눈이 녹는 동안 새가 우는 동안 그런 만 년 동안

  그리웠던 것은 마른 살갗과 살갗이 주고받은 이야기다



    2

   젊은 머리칼을 날리며 집을 나선 당신은 아직 돌아오지 못하는지 외진 곡벽(谷壁)에 기대어 서서

   여전히 궁벽(窮僻)을 꿈꾸는지 

   나는 지금 어느 골짝의 만년빙에 누워 등이 얼었는지



   3 

   외치는 오래됐고 외치는 낡았고 외치는 헐었고 그리고 

   말랐다, 혀는 여전히 젖어 있다


              *Oetzi : 1991년 북부 알프스에서 발견된 5,300년 된 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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