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인기척
유현숙
수리산 골짝, 소한은 춥다 마스크를 써도 입술은 차고 안경알은 흐려지고 그만, 얼어붙는 것은 마음이다 언 마음을 주머니에 넣는다
다 보지 않아도 편안한 세상에 내가 있다
헝클어진 은사 같은 겨울 햇살 아래에서 낙서하듯 내 몸에 내가 쓰는 은유의 몇 마디
수리사 처마 아래
흰, 문수文殊의 고무신 한 켤레 적막하고 기왓골을 쓸고 내려온 서북풍에 명부전 풍경소리가 부서진다
섬돌이 밝다 나는 한 발을 올려 놓는 것으로 기척을 낸다
늦게 안은 아이의 산일이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