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믿어라.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Trust yourself, you know more than you think you do._by Benjamin Spock)
메타인지는 자신을 잘 아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으로,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자신의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이 무엇인지 아는 능력이다. 더 나아가 자신의 장점과 단점, 강점과 약점, 나의 성장과 아픔을 모두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는 것이 메타인지다. 그러한 나를 스스로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마음이다. 완벽하지 않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것이 인간이고, 그것이 나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겸허함이다. 때문에 메타인지가 높으면 자존감이 높다는 연결고리도 유추해 볼 수 있다. 결국 나 자신을 잘 알고, 내 모습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자존감이기 때문이다.
메타인지와 자존감이 높은지는 평소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위기의 순간이나 갈등의 순간에 나타난다. 당혹스러운 사건이나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면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내면의 성향이 튀어나오게 되어있다. 이때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혹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메타인지와 자존감의 정도를 나타낸다. 예측하지 못한 사건을 객관적으로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타인의 비판에 감정을 배제하고 도움이 되는 것은 취하고, 버릴 건 버릴 수 있는 냉정함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그 상황에서는 어려운 일이라 해도, 시간이 조금 지나 평정심을 되찾았을 때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메타인지다.
우리는 수많은 불예측과 불명확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메타인지와 자존감을 높이는 내공이 삶에서 필요하다. 나를 깊게 탐구하고 이해하면 최악의 순간에도 내가 내 편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고, 그 어떤 일도 잘 헤쳐 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스스로를 단단하게 지켜줄 것이다.
메타인지로 나를 잘 알아야 하는 것 중 중요한 것은 나의 '한계'를 잘 아는 것이다. 나와 타인과의 경계 설정을 잘하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까지의 한계 설정이 중요하다. 한계 설정을 해도 때로는 사람들이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요구를 하거나 기대를 할 수 있다. 이럴 때 경계설정과 한계설정이 잘 되어있는 사람은 '현재 상황에서 나의 한계는 여기까지라서 정말 도와드리고 싶지만 도와드릴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임을 알리고 정중하게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한계설정이 잘 되어 있지 않아 누군가 무리한 요구를 하면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면, 나중에 이것이 나비효과가 되어 나와 내 일상을 무너뜨리게 하는 안 좋은 습관이 될 수 있다.
타인과의 경계설정을 못하면 거절을 해야 할 때 거절을 못하는 사람이 된다. 내 능력에 대한 한계 설정을 못하면 무리한 요구를 계속 받아들여 점점 업무가 과중된다. 혹시 나는 이런 성향의 사람이 아닌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거절을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먼저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아야 한다. 내가 거절하지 못해 몽땅 떠안은 일들이 어느 순간 내 능력을 넘어가게 되면, 내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 생기고, 내 한계를 넘어섰을 때 일이 내 손 안에서 통제가 되지 않으니 자꾸 실수가 늘 수밖에 없고, 그러면 내 일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으로 비쳐서 안 좋은 피드백을 자주 듣게 되고, 열심히 해도 피드백이 좋지 않으면 점점 자신감이 떨어져서 자책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 심한 관계 갈등이나 번아웃이 찾아오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이런 경우 관계를 회피하거나, 직장을 그만두거나 하는 식으로 당장 문제를 부정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한계설정을 잘 못해서 거절하는 것이 어려운 성격을 계속 가지고 가게 된다면, 결국 다른 사람, 다른 직장, 다른 상황에서도 또 똑같은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오면 회피하는 것보다 타인과의 경계 설정과, 내 능력의 한계 설정을 해보는 기회로 삼아 자주 연습을 해봐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타인을 실망시킬 수도 있고,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고, 안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선까지의 한계 설정을 명확히 하는 것이 나를 지키는 일이다. 타인의 인정과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타인의 실망도 견뎌낼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가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나의 평가가 안 좋아지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것이 조직과 관계에서 내가 잘 버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거절을 못하는 사람 외에도 일 욕심이 많은 사람이 있다. 일과 나를 동일시하는 성향이 있거나, 내가 해 보이겠다는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도 한계 설정을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내가 타인의 인정과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내 능력 이상을 떠안으려고 하는 성향은 없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사람들도 결국 자신의 한계를 넘게 되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해도 사람마다 긴장도와 불안도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 다르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 보다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는 않는지, 상황을 더 부정적이고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지, 비교적 불안도와 긴장도가 높은 지를 스스로 자각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를 스스로 인지하게 되었다면, 여기서 자책하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잘 알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고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다.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스트레스를 잘 풀어주는 일이다. 출근 전 새벽이나 퇴근 이후에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나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서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반대로 내 한계를 넘어서 보고 싶다면 쓰러지기 직전까지 무리하게 한계까지 밀어붙이지 않으면서, 조금씩 내 한계의 그릇을 넓혀가야 한다. 내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내 한계의 범위와 그릇을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다. 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도 역설적으로 내 한계를 잘 알아야 한다. 한 번 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하루하고 쓰러질 것이 아니라면,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과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계의 범위를 넓혀갈 수 있을까? 한계에 가까워질 때마다 버텨낼 수 있는 맷집을 길러줘야 한다. 한계를 완전히 넘지는 않으면서, 한계 가까이 갔을 때 버틸 수 있는 정신력과 체력을 다져놓으면 고비를 조금씩 넘으면서 범위를 넓혀갈 수 있다. 내 경우 명상을 매일 하면서 평소 평점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운동을 통해 강한 체력을 기르고, 독서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글쓰기를 통해 정신적으로 힘든 문제를 극복하고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면서 어떤 상황에도 버텨낼 수 있는 내공을 키워나간다.
100미터 달리기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마라톤을 매일 뛰는 것처럼 페이스 조절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완주할 수 있는 체력과 방법론을 훈련하고, 그다음은 완주가 목표이고, 그다음은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목표일 수 있다. 처음부터 마라톤 완주에 좋은 신기록을 목표로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하고, 지금 내가 한계를 넘지 못해서가 아니라, 과도한 욕심을 부리면서 터무니없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한계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한계를 극복하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한계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다. 한계를 넘어서지 않아도 되도록 스스로 통제 가능한 삶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도전보다 생존이 먼저다. 내가 없는 도전은 없다. 일단 생존을 해야 도전도 할 수 있다. 한계를 넘어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내 한계를 넘지 마라. 먼저 내 한계의 그릇을 키워야 한다.
나는 다이빙을 좋아한다. 다이빙을 하면 카타르시스와 같은 전율을 온몸에 느낀다. 해변에 가면 수십 번을 파도에 몸을 던져 다이빙을 한다. 큰 파도가 와도 파도가 올라오는 타이밍에 맞춰 정면으로 뛰어들면 물 위는 거센 파도로 혼란스럽지만 정작 물 안은 아주 고요하다. 강한 파도가 밀려올 때 버티고 서 있으면 파도의 힘을 못 이겨 쓰러지거나 파도의 힘에 완전히 휩쓸려 고꾸라진다. 오히려 파도가 밀려올 때 바운스를 주어서 파도의 리듬에 맞춰 폴짝 같이 뛰어주면 붕 뜨는 느낌과 함께 쓰러지지 않는다. 아니면 파도가 올라오는 타이밍에 맞춰 파도 안으로 다이빙을 하면 파도의 저항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나는 가끔 삶의 파도에서도 정면으로 맞서 고요한 바닷속 안으로 들어가듯이 밖에서 시끄러운 모든 상황들을 뒤로하고 깊은 내면의 고요함으로 다이빙을 한다.
10대, 20대 때는 자연이 준 아름다움 자체로 빛이 나지만, 30대 이후부터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껍데기가 아닌 내면의 깊이와 내공으로 존중을 받는다. 나는 타인의 존경보다 내가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일수록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랬었다.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보니 내가 지금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은 과거에 내가 갖고 싶어 온갖 노력을 했던 것들임을 깨닫는다. 이제는 내 삶을 행복하게 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이미 갖추고 있음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나은 나를 위해 꾸준히 시도해 가는 것이라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메타인지란 나와 내 삶의 관계를 이해하고, 타인과 세상과의 관계를 깨달아 가는 여정임을 안다. 이상적인 나를 만들어 놓고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나를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한계를 알고, 내 한계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면서, 내 페이스로 묵묵히 내 길을 가는 것이 메타인지로 나를 더 깊게 아는 방법이다. 어떤 상태에 있어도 나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미 충분히 자유와 행복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메타인지로 행복한 나를 만들어가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