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의 사전적 의미는 '귀를 기울여 들음'이다. 영어로는 'listening closely(면밀히, 자세히), attentively(조심스럽게, 신경 써서), intently(몰두하여, 열중하여), respectfully(정중히, 공손히)'라고 해석되어 있다. 그냥 listen이 아니라 '듣다'라는 단어에 보충 설명하는 수식어가 같이 있다. 그냥 '듣다'로 '경청'이라는 단어가 온전히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청은 그냥 듣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그리고 '잘' 듣는 것이다.
경청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니 행복한 관계와 소통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청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과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나와 가장 가깝고 가장 소중한 관계에서의 경청, 지인이나 자주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의 경청, 일 하면서 하는 경청, 리더의 자리에서 하는 경청, 팔로워의 자리에서 하는 경청 등 경청의 종류도 다양하고, 경청의 강도도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배려의 마음을 바탕으로 한다.
요즘 시대에 가장 필요로 하는 리더십이 소통의 리더십이라고 한다. 소통의 리더십이 곧 경청의 리더십이다. 소통이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고자 하는 겸손한 태도에서만이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경청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을 경청하고, 선생님은 학생들을 경청하고, 생산자는 소비자를 경청하고, 부모는 아이를 경청하고, 부부는 서로를 경청하는, 원만한 조직과 공동체 운영을 위해서는 조직원들의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하는 경청의 자세가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실력이 아무리 탁월해도 소통 능력이 없으면 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예방하기 어렵다. 진정으로 자신이 집중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원만한 관계와 소통이 필요하며, 이것의 시작이 경청이다.
1. 내 행복을 위한 경청
내 마음이 답답하고 힘들다면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이해해 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봐야 한다. 상대가 나를 이해하지 못해서 내 마음이 답답하고 힘든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이 옳다고 단정 짓는 내 마음이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것이다. 이를 알아차리고,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순간 마음이 편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상대가 나를 먼저 이해해 주고 상대가 나를 위해 변해주면 좋겠지만, 이를 기대하는 것은 내가 타인의 감정 상태에 언제나 끌려다니는 노예와도 같은 삶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먼저 경청하는 자세로 상대를 이해하고 내가 먼저 변화하면, 그 어떤 사람과도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내가 먼저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을 내는 것은 결국 상대가 아닌 내행복을 위한 길이다.
상대를 이해하면 내 마음이 편해지고,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내 마음이 답답해진다. '상대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이해하는 마음을 내게 되었을 때 내 마음이 편안하고 답답함이 사라진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겸화한 마음가짐으로 상대를 경청하면, 이해되지 않던 상대가 이해되는 순간, 답답하고 괴로웠던 마음이 편안해진다. 서로 다른 경험과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소통을 할 때 의견이 다른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크고 작은 갈등을 잘 풀어갈 수 있는 경청의 기술이 원만한 관계와 소통을 만들고, 이것이 결국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배움과는 다르다. 배움은 내가 모르던걸 알게 되는 희열과 기쁨이 있기 때문에 나에게 이득과 효용을 줌으로 배울 것이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경청은 상대로부터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관심과 이해를 받고자 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 아니라 배려와 사랑을 주고자 하는, 더욱 주인 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상대에게 바라는 마음을 내는 것이 아니라 주고자 하는 마음을 내는 것, 이해받고 싶은마음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방법이며, 이러한 주체적인 삶의 방식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이처럼 경청은 상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내성장과 내 행복을 위한 것이다.
2. 원만한 소통과 관계를 위한 경청
관계의 시작은 경청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가장 기본적 전제이다. 경청은 나를 겸허히 내려놓고, 진심으로 상대에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는 행위이다. 원만한 소통과 관계를 위한 방법과 기술을 제시하는 수많은 책과 강연이 넘쳐난다. 하지만 우리는 관계와 소통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소통과 관계의 비밀은 경청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 주장만 내세우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자세로 경청하려 한다면, 이것이 상호존중의 시작이며 원만한 관계와 소통의 출발점이다.
소통을 할 때, 의식적으로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기반으로 경청을 하는 것과, 그냥 습관적으로 대화를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요즘 나는 습관대로 언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경청의 힘을 길러보고자 일상생활에서 경청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가족부터 시작해 경청이 내 일부가 되고 습관이 될 수 있도록 실생활에서 매 순간 연습하려고 노력한다. 가장 소중한 관계에서의 소통에서마저도, 내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는 달리, 경청할 줄 모르는 아주 안 좋은 대화 습관을 가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어 깊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의식적으로 경청의 훈련을 계속하다 보니 신기했던 것은, 경청의 힘을 기르려고 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나에게 나타난 변화는 대화할 때 더욱 긍정하고, 격려하고, 인정하는 사랑과 존중의 언어를 사용하게 됨을 알게 되었다.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오랜 단련을 통해 몸에 근육을 기르면 결과적으로 더욱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듯이, 오랜 훈련을 통해 경청의 근육을 키우면 결과적으로 더욱 행복한 관계와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행복한 관계와 소통의 핵심은 경청이다. '듣는 것'이 아니라 '들어주는 것'이다. 경청은 그냥 저절로 알아서 되는 것이 아니다. 경청하는 마음을 기꺼이 내고자 하는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행위이다. 경청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행위가 아니다. 주도적으로 실천하고 실행하는 나의 에너지가 들어가는 능동적인 행위이다.
면밀히 말하면 소통을 하는데 갈등이 생기고 부딪침이 생길 수가 없다. 소통을 하려고 해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대로 내 고집대로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해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소통의 핵심은 들어주는 것인데, 상대한테 내 말을 들으라는 마음을 내기 때문에 부딪침이 생기는 것이다. 소통을 하려고 하는데 내가 할 말이 잔뜩 있고, 상대의 말을 계속 끊고, 내 의견만 옳다고 주장하며, 상대를 경청할 마음이 없다면, 그래서 내 마음이 답답하고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미 소통의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다.
나 중심적인 생각을 내려놓고, 옳고 그르다는 시비심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내어, 대화하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상대의 말과 마음에 집중해서 경청의 마음을 내고자 하는 행위는, 내 마음을 더욱 성장시키는 길로 나아가는 용기 있는 행위이다.
3. 수행적 관점에서의 경청
내가 요즘 명상을 하고 마음 알아차리기를 하는 것처럼, 경청 또한 수행의 한 방식이다. 그렇다. 경청은 수행이다.내 몸이 힘들거나 마음에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있을 때 상대를 경청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내기가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나를 겸허하게 낮추고, 상대를 경청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내는 것은 깊고 단단한 내면의 힘을 전제로 함을 깨달았다.
경청은 명상 기법에서의 알아차림과 유사하다. 경청과 알아차림 모두 자동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내 몸과 마음에 습관화가 되기까지 의식적으로 경청하려고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경청은 나를 알아차리기보다 훨씬 고도의 수행 기법이다. 경청은 상대를 알아차리는 나를 알아차려야 한다. 떠돌아다니는 내 생각과 마음을 다잡고, 내 관심을 오로지 상대에게 집중시키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행위가 필요하다.
경청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나올 때까지 내 습관으로 만들기 위한 알아차림의 훈련이 늘 일상에서 필요함을 느꼈다. 삶의 모든 순간을 수행의 관점에서 본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다. 나에게 닥치는 모든 상황을 내 마음의 성장을 위한 수행의 기회로 보는 것이 수행적 관점이다.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 나를 짜증 나게 하는 상황이 아니라, 내가 수행할 수 있는 연습의 기회로 보는 것이다.
요즘 명상을 하면서 명상하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님을 자각하게 되었다. 명상하고 수행을 하는 것은 진심으로 참회하는 마음, 진정으로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낼 수 있도록 내 마음의 성장을 도와주는 수단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행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행위를 하면서 내가 갖는 마음 자세가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경청도 마찬가지다. 경청이라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겉으로만 이해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써 경청하는 행위가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말하고 싶고 말을 자르고 싶은 욕구를 절제하고, 겸허한 마음 자세로 상대를 존중하는 고도의 수행 행위이다.
경청을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마음을 내기 어려운 순간마저도 수행적 관점에서 마음성장의 기회로 볼 수 있다면 더욱 행복하고 견고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