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H Mar 27. 2024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5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었다

출근을 했다. 컴퓨터를 켜고 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하려는데 팀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팀장님은 다시 연락을 줄 테니 그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셨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어 천천히 일을 하나씩 처리하고 있었다. 다시 팀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저녁이나 내일 다시 연락을 줄 테니 오늘은 그만 퇴근을 하라고 하셨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더 자세하게 물어볼 수 없었다. 


출근을 한지 한 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에 팀장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오늘부터 우리 팀은 이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는 것. 일방적인 통보였다. 억울했다.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팀장님도 이 사실을 나와 마지막 통화를 하기 전 전해 들었다고 하셨다. 다른 팀의 팀장 짓이었다. 하지만 그 팀장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더 윗선에서 이 결정을 승인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다고 이 결정이 진행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이미 윗선에서 결정 난 일이었고 팀원 중 한 명일 뿐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도 우린 다음날 출근을 했다. 마무리를 지어줘야 할 일이 있었고 사무실을 정리해야 했다. 사무실을 정리하는 내내 내가 이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게 되었다는 사실이 거짓말인 것만 같았다. 


누군가는 내게 이런 꼴을 보고도 이 바닥에 있고 싶냐며 하루라도 어릴 때 도망치라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앞으로도 이것보다 최악인 상황은 만나기 힘들 거라며 이런 일까지 겪었으니 오히려 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무슨 말을 믿어야 할지. 아니 스스로도 무슨 말이 믿고 싶은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작은 크기의 사무실이었지만 정리는 하루 만에 끝이 나지 않았다. 몇 번을 더 사무실에 나가고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버린 후에야 진짜 더 이상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계약직이고 끝이 정해져 있는 프로젝트였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와 버릴 것은 아니었는데... 나는 그렇게 원래의 예정보다 훨씬 앞당겨진 날짜에 실직자가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은 하기 싫지만 떡값은 받고 싶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