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악기 배우고 운동하는 한량이 여기 있소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원래 혼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했는데 이건 좀 길어도 너무 길다. 몇 평 되지 않는 원룸에서 내 하루의 대부분 시간이 흘러간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분명 얼마 전 일을 할 때까지만 해도 내 하루 중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생각했는데. 집은 그저 씻고 옷을 갈아입고 잠을 자는 공간일 뿐이었고 아침, 점심, 저녁까지 사무실에서 해결했다. 물론 주말도 예외는 없었다.
그때는 얼른 이 일이 끝나 나의 자유를 찾고 싶다고만 생각했다. 친구들과의 약속에 매번 빠지는 것도 싫었고 SNS에서 나만 빠진 친구들의 사진을 보는 것도 참 싫었다. 그렇게 바쁘기만 했던 날들이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갑자기 시간이 많아져 버렸다. 이젠 친구들이 부르는 모든 약속에 나갈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잘 수 있고 원하는 시간에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상황이 이러니 다양한 생각들이 내 마음속에 떠오른다. 이렇게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도 되는 것일까. 언제 또 이런 여유가 있는 생활을 보내게 될지 모르는데 조금은 즐겨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 그새 매일을 출근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K-직장인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여유에도 마음이 흔들린다.
요즘엔 악기를 배우고 운동을 한다. 일을 하고 있었다면 꿈도 못 꿨을 일들. 일을 할 때는 30분 운동을 할 시간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제는 혼자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가만히 있지 못해 자꾸 뭔가를 계속하면서도 불안하다. 그럼에도 이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쓰려고 노력해 본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