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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리매트릭스 Jun 08. 2024

공황장애 이해하기

3. 공황장애가 낫는다는 것


증상이 없으면 나은 것일까?




이전의 나는 증상이 없으면 나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나는 꽤 오랜 기간(수년간) 1단계에 머물며 불편 없이 일상을 보냈다. 물론 비상약은 늘 함께였지만 비행기와 잠수함 해외여행 중 모르는 곳에서 당황했을 때 빼고는 내가 환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멀쩡한 상태로 일상을 유지했다. 


저 기간보다는 오히려 두려움(3단계)을 넘어선 이후 이 글을 쓰기 시작한 때가 증상들은 더 심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증상이 거의 없을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이 병이 좋아진 상태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1~4단계 중 어느 곳에 있다는 것이 병의 나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어차피 나는 그 싸이클안에 있고 그 안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병이 나아진다는


1. 내가 어느 단계에 있던 그 상황을 인지오류 없이 잘 보내고 이것을 더한 증상으로 확장시키지 않을 수 있다.-공식파괴


2.1을 반복해서 사이클의 범위 자체가 줄어들게 만든다.-긍정적인 새로운 공식의 체결


이것이 왜 중요할까? 잘 생각해 보자. 나는 이 병을 13년째 앓고 있다. 1~3단계를 몇 번이고 사이클을 탄 것이다.

나아진다는 것은 더 이상 같은 사이클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지 증상이 없다는 아니다.  지금 당장 증상이 없다고 해서 다시 2~3단계로 되돌아가지 않을까? 내가 0단계로 돌아가지 는 이상 이것은 불가능하다. 이 병은 언제 어느 때고 다시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느 단계에 있든 그 순간의 인지오류를 겪지 않고 끊임없이 그것을 재시도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다시 같은 사이클을 타지 않는다.


내가 처음 발작을 했을 때의 불안 사이클은

4단계의 경험으로 인한 싸이클 시작

위의 그림처럼 분명 4단계를 겪고 나서  사이클이 시작되었지만, 이후 나의 발작은 더 이상 없었다.

발작 이후 3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서서히 1단계로 내려오면서 나의 사이클은 아래와 같이 자리 잡게 되었다.


11년간의 나의 불안 싸이클


이것은 나에게  4단계를 딱 한 번만 겪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만들었.  


내가 유추한 답은 이렇다.

발작이 있기 3년 전 나는 갑상선암 선고를 받았다. 일반 유두암이 아닌 여포암으로 치사율이 높은 암이었지만 그 조직이 작아 다행히 지금도 이렇게 건강히 살아있다. 수술 이후 나는 3년간 알 수 없는 신체 증상들이 단 하루도 떠나는 날이 없었고  공황발작이 있기 얼마 전에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3번 정도 방문했다.(과호흡이었다.)
응급실에 방문할 때마다 나는 수술에 관련된 검사를 받았는데 그때마다 건강하다는 결과만 나올 뿐이었다.
아마 그때 신경정신과를 방문했다면 불안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을 것이다. 나는 그 당시 매우 침착하게 암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마음 깊은 곳에는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크게 자리 잡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3번째 응급실에서 건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뭔가 정신적인 문제가 아닐까? 하고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며칠 뒤 강한 스트레스의 외부 사건이 시발점이 되어 공황발작까지 일으키게 되었다. 분명 나는 그날 과호흡, 죽음, 정신줄을 놓는 것, 기절, 주마등의 통제 불가능의 상황인 4단계의 인지오류를 겪었지만 몸이 깔아지는 그 순간에도 마음 한편에 이건 분명 정신적인 문제다. 내 몸은 아무 이상이 없다잖아.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가방에 들어있는 작은 천가방을 꺼내어 얼굴에 씌우고 호흡을 시작했다. 과호흡일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발작의 날이 마지막 응급실이 되었다.
발작 이후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나서 난 내가 죽는 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더 이상의 공황발작을 겪지 않았다. 물론 그 직전까지는 몇 번이고 갔었지만 더 이상 심장마비나 죽음 그리고 미치는 것 등의 인지오류는 겪지 않았고 그로 인해 나는 발작의 직전에서 안절부절못하며 통제불가의 상황(3단계)만을 겪게 되었다.
이 일련의 사건은 내가 다시 단계를 올라가지 않는 상태가 되는데 매우 중요했다. 4단계는 죽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온몸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분명 발작을 겪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그 직후에 내 몸의 문제가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던 것이다. 발작의 순간에는 인지오류를 겪었지만 그 순간에도 이성의 끈은 몸의 이상이 아닐 거라는 확신과 반복된 병원검사의 결과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3단계부터 1단계까지 차례대로 극복이 남아 다는 것을 눈치챘어야 했지만 나는 죽지 않는 병이라는 안도감에 약을 먹으며 어떻게든 낫겠거니 하는 안일함을 갖게 되면서 10년 이상이라는 세월을 무의미하게 보내게 되었.


재발은 계속 반복되었고 증상은 더욱더 레벨 업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나는 결국 심한 우울증을 동반하며 무기력과 자살사고를 하기까지 이르러서야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공황장애가 11년째 되던 해부터 병과 완치자들에 대해 찾아보고 공부하며 나름의 루틴을 만들어 꾸준히 시도하면서 3단계를 넘어서게 되었이것을 시작으로 1~2단계로 좁히는 것을 시작했다. 현재는 그보다 더 작은 사이클을 그리며 루틴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나의 싸이클

병의 초반에 나는 증상에서 벗어나는 것 이외에는 보지 못했다.  이것이 이 병을 제대로 내 안에 자리 잡게 한 근본이 되었다는 것 또한 그때는 몰랐다. 내가 오랜 기간 증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했던 모든 비루한 방법들이 오히려 이 병이 길어지게 하는 먹잇감이 된 것이다. 당장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이 회피 행위를 10년을 반복한 후에야 깨닫게 된 것은 이것이 뇌에 실체 없는 이 불안이 위험한 것이 맞다고 재확인시켜주는 루틴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디테일한 설명은 이후에 나오겠지만 3단계가 왔을 때 벗어나기 위한 비루한 방법들 중에는 손을 빨리 놀려야 하는 게임하기, 미친 사람처럼 걸으며 돌아다니기, 비상약 먹기, 증상이 온 그 자리에서 도망치기 등등이 있다. 어떤 분들은 구구단을 외우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야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루틴이라도 증상을 느끼는 것이 두려워 그것을 회피하는 마음이 깔려 있는 루틴이라면 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먹었다. 더 이상 나의 뇌에게 잘못된 정보와 판단을 심어주고 불필요한 공식이 생성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장의 증상을 회피하는 루틴일수록 사이클이 작아지는 것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1~3단계를 제대로 자리 잡게 하는 바탕이 되었다.


이후 병에 대해 공부하고 완치자들을 탐구하며 내가 만들었던 루틴은 아래와 같다. 특히 내가 지하철을 극복할 때 크게 도움이 되었던 루틴이다.(디테일한 설명은 이후에 있을 것이다.)


3단계 때마다 실천했던 루틴


1. 몸의 이완


2. 느린 호흡


3.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신체 증상에 대한 객관적인 사고


4. 안전을 확신할 수 있는 움직임


물론 이것이 쉬운 일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며 막상 3단계가 닥치면 보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나도 꽤 오랜 기간 실패와 성공을 거듭했다. 그 과정 안에는 무리한 시도로 3단계를 넘어서는 것을 실패하며 그 후유증으로 몇 달을 고생하게 된 적도 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결국 나는 수많은 시도 끝에 3단계를 넘어섰으며 더 이상은 겪지 않게 되었고 설령 온다고 해도 이제는 두렵지 않다. 그 일련의 과정은 내가 초연할 수 있게 되면 결코 그 상황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알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두려워할수록 커진다.


나는 싸이클의 임계점을 점점 낮추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나 자신 또한 성장시켜 주었다. 공황장애뿐 아니라 나의 전반적인 모든 것들이 점점 더 나아져 갔다. 나는 완치자들이나 불안을 넘어선 이들이 말하는 흔히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또 다른 희망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공황장애는 이런 삶은 내가 진짜로 원한것이 아니라고 내가 나에게 보내던 신호들을 무시하며 살던 나에게 마지막으로 보내준 신호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임계점을 낮추고 0단계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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