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공황장애가 낫는다는 것
내가 유추한 답은 이렇다.
발작이 있기 3년 전 나는 갑상선암 선고를 받았다. 일반 유두암이 아닌 여포암으로 치사율이 높은 암이었지만 그 조직이 작아 다행히 지금도 이렇게 건강히 살아있다. 수술 이후 나는 3년간 알 수 없는 신체 증상들이 단 하루도 떠나는 날이 없었고 공황발작이 있기 얼마 전에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3번 정도 방문했다.(과호흡이었다.)
응급실에 방문할 때마다 나는 수술에 관련된 검사를 받았는데 그때마다 건강하다는 결과만 나올 뿐이었다.
아마 그때 신경정신과를 방문했다면 불안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을 것이다. 나는 그 당시 매우 침착하게 암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마음 깊은 곳에는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크게 자리 잡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3번째 응급실에서 건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뭔가 정신적인 문제가 아닐까? 하고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며칠 뒤 강한 스트레스의 외부 사건이 시발점이 되어 공황발작까지 일으키게 되었다. 분명 나는 그날 과호흡, 죽음, 정신줄을 놓는 것, 기절, 주마등의 통제 불가능의 상황인 4단계의 인지오류를 겪었지만 몸이 깔아지는 그 순간에도 마음 한편에 이건 분명 정신적인 문제다. 내 몸은 아무 이상이 없다잖아.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가방에 들어있는 작은 천가방을 꺼내어 얼굴에 씌우고 호흡을 시작했다. 과호흡일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발작의 날이 마지막 응급실이 되었다.
발작 이후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나서 난 내가 죽는 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더 이상의 공황발작을 겪지 않았다. 물론 그 직전까지는 몇 번이고 갔었지만 더 이상 심장마비나 죽음 그리고 미치는 것 등의 인지오류는 겪지 않았고 그로 인해 나는 발작의 직전에서 안절부절못하며 통제불가의 상황(3단계)만을 겪게 되었다.
이 일련의 사건은 내가 다시 단계를 올라가지 않는 상태가 되는데 매우 중요했다. 4단계는 죽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온몸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분명 발작을 겪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그 직후에 내 몸의 문제가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던 것이다. 발작의 순간에는 인지오류를 겪었지만 그 순간에도 이성의 끈은 몸의 이상이 아닐 거라는 확신과 반복된 병원검사의 결과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