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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엽 Jan 09. 2024

6. 교육의 조건

학습자의 태도(동기, 욕구, 자세)

 교육의 조건에 대해 교육의 정의나 개념 등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교육이라는 것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려 한다. 

교육에 관여하는 주체는 교사와 학습자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전수하고 전달받고자 하는 어떤 지식이나 내용이 있겠다. 교육이 일어나는 우리가 그리는 가장 기본적인 모습이고 요소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과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삼각대의 어느 한 발과 같이 하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교육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교사가 아무리 열심히 수업을 준비해서 효율적인 자료를 투입하고 열정적인 강의를 한다 하더라도 학습자가 딴청을 피우면 그만이다. 


"안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정대만을 만들게 한 안 선생님의 한마디와 안 선생님을 다시 만났을 때 터져 나온 그의 한마디다. 
학습자의 태도, 즉 배우려는 동기와 자세, 열망은 교육이 일어나는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다. 혹자는 학습의 8할 이상을 좌우하는 요인이라고도 이야기한다. 학습자의 인지적 능력, 교사의 자질, 뛰어난 학습의 방법이나 자료 등을 넘어서는 가장 상위의 조건으로 학습자의 태도를 꼽는다. 우리의 뇌는 기억된 것만 지각한다. 그리고 지각된 것만 기억으로 넘긴다. 뇌에 남아있는 기억들이 많으면 그만큼 학습의 동력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원리인데 이것은 뇌는 무엇이든 연결하려고 하는 속성에 따른다. 잘 알려져 있듯이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 접속하는 부위를 시냅스라 하는데, 신경세포 1개에 1만 개 정도의 시냅스가 존재한다. 시냅스는 감각 자극 반응으로 생겨나기도 하지만, 자극이 없다면 감소하기도 한다. 우리 인간의 뇌에는 1000억 개 정도의 신경세포가 있고 각각의 신경세포에는 1만 개 이상의 시냅스가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 정신의 실체는 1000조 개의 시냅스의 동적 상호작용이라고 부를 수 있다. 

자극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뇌가 기존의 신경세포에 자극으로 시냅스가 활성화되어 있어야 한다. 시냅스는 접촉이 아닌 두 신경세포 사이의 공간이고 시냅스를 형성하는 신경세포의 돌기를 스파인이라고 한다. 즉 1만 개의 스파인은 인접한 신경세포와 전압 펄스 신경 전달물질의 작용으로 서로를 자극한다. 

학습된 정보를 정서적 느낌. 이것으로 채색하면 의미는 지각으로 연결되고 오랜 기억으로 남는다. 즉, 반복이 없이도 훅 들어온 정보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것은 뇌에 되새겨질 가능성이 크다.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를 일으키는 발문과 같다. 아직도 그렇지만 지도안에 명시된 수업의 도입부는 '동기유발'이다. 학습자의 기존 사고 체계를 흔드는 강력한 동기유발은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수업에서도 핵심이라 아직도 지도안에 그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숫자 '0'이 '없다'는 의미만을 인지하고 있는 학습자에게 '0'은 '시작'의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시키고 수업을 시작한다면 수학에서 '측정'의 수업은 강한 학습자의 학습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신라시대 유물이 스키타이인의 금동장식이나 사슴뿔 장식 등과 흡사함을 보여준다면 신라의 대외관계나 국제도시였던 당나라와 교류했던 흔적을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지구 산소의 대부분(99.5%)이 대기나 수중이 아니라 광물에 녹아있다는 사실은 다양한 학습의 출발점이 된다. 광물의 다양성, 생물과 공진화 등을 건드릴 수 있는 것이다. 

뇌과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이론은 감히 한 문장으로 '의식은 곧 지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인간의 확장된 의식이 가능하려면 명시적으로 이미지 패턴을 처리해야 하는데 명시적 정보처리는 시각 작용처럼 공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한다. 지각, 개념, 의미는 현재 입력된 감각과 이전의 기억을 비교함으로써 출현하기에 기존의 학습자들의 인지적 수준을 살피고 그것을 건드리는 교사의 발문, 학습의 주제, 학습자료 등은 강력한 학습의 동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문리(글의 이치)가 텄다.'라는 말이 있다. 한학을 공부했던 우리 조상들이 어느 순간 술술 문장이 해석되고 스스로 한자로 문장을 만들어 내게 되었을 때 그런 표현을 썼다. 우리도 어느 순간 어려운 책들이 쉽게 읽히고, 그림처럼 보였던 수학 공식이 뇌 속에서 해석되는 그런 순간이 느껴본 경험이 있다. 반복 즉 훈련에 의한 지식의 체화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한번 터진 '문리'는 다른 학습의 욕구로 이어진다. 

내 속에 잠재되어 있는 '학습자로서의 나'를 깰 수 있는 것은 스스로이기보다는 '줄탁동시'의 이치에 더 가깝다. 우리가 말하는 수많은 천재들이나 스포츠 스타들도 결국 그를 깨친 훌륭한 스승이나 한순간의 경험이 분명히 존재했던 경우가 많다. 다시 한번 정리해서 말하자면 강력한 학습의 동기, 욕구는 학습자의 이전 기억, 그리고 감정을 건드렸을 때 촉발이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스며들듯이 서서히 올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순간에 폭발하듯 터질 수도 있다. 나를 꽂히게 하는 문장이나 장면, 그리고 영감을 주는 외부의 인물이나 사건 또는 대상은 잠재된 학습자로서의 시작에 발동을 걸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반복이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새로운 학습을 용이하게 한다"


루틴, 리추얼 등 습관에 대한 자기 계발서가 인기다. 인간 행동의 43%가 습관에 기인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의도적으로 설계된 습관을 우리는 훈련이라고 부른다. 운동선수나 연주자 등 특히 몸의 기능이나 기술을 강조하는 직군에서 훈련은 필수적이다. 훈련을 통해 체화된 기능은 새로운 창의성을 발현하게 만든다. 수만 가지 경우의 수로 날아오는 공을 트래핑하여 슛을 날리는 스트라이커나 매번 다른 공을 때려야 하는 테니스 선수의 예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반복을 통해 어떠한 공도 내가 의도한 바대로, 원하는 방향과 속도로 정확하게 보낼 수 있는 선수가 훌륭한 선수다. 그런 선수는 새로움을 창조한다. 공을 어디든 받쳐서 떨어뜨릴 수 있고 상대의 움직임을 간파하여 왼발이든 오른발이든 슛을 원하는 곳으로 그것도 강약을 조절하여 때릴 수 있다. 

상대가 친공을 포핸드나 백핸드로, 슬라이스나 탑스핀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로브로 올릴 수 있다. 한발 더 들어가서 발리나 하프발리로 처리하던지 드롭샷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내 몸이 기억한 훈련된 기능과 기술은 어떤 순간이든 표현될 수 있으며 그것은 상황에 따라 독창적이고 유창하며, 예술적이라고 까지 표현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창의적이다라고 이야기한다. 

학습도 마찬가지다. 아직 외부의 지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시공간적 의식과 이미지가 선명하지 않은 초등학생에게 무작정 문제상황을 파악하게 하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내는 탐구나 조사학습 등은 어려움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교사의 정교한 의도에 따른 안내된 탐구(Guided Inquiry)는 초등학교 수업에서 많이 사용되며 또한 권장되고 있다. 어느 수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기 위해 꾸준한 반복적 학습은 기술이 강조된 교과가 아니더라도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이것은 학습자가 학습에 다가가기 위한 조건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구구단이나 원소주기율표, 사건의 연대나 조선의 왕을 순서대로 암기하는 예가 그렇다. 과거 글자의 뜻도 알지 못하는 코흘리개 어린이에게 사자소학이나 천자문을 외우게 했던 우리 선조들의 교육방식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뇌과학적으로 보더라도 습관적 행동은 반복적 자동반응으로 뇌의 부담을 줄여준다. 습관은 행동에 관여하지 않기에 전전두엽은 새로운 학습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의도된 습관적 행동 즉 훈련은 무엇이든 연결하려는 뇌의 부담을 줄여주고 외부의 자극에 대해 반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됨으로 새로운 지식으로 나아가는데 큰 힘을 발휘하게 만든다. 내용을 다루는 교과에서도 핵심적 지식이 이미 반복적 학습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것은 학습자의 내재적 요구에 더 큰 동력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우리의 뇌가 외부의 자극이나 정보를 새롭게 받아들이는 데 있어 이전의 기억이나 선행 지식을 통과해야 한다면 첫 번째 주제에서 언급했던 기존 지식이 정교하게 많이 들어있을수록 새로움에 대한 부담은 줄어든다. 무엇인지 하나도 모르는 말들로 가득한 강의나 책들을 보면서 맥락조차 잡지 못하여 갈팡질팡 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에 새로움을 더하는 강의나 책 속의 내용을 본다면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세계사를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느껴봤을 것이다. 각 나라나 시대의 모든 사건들은 다른 나라나 다른 사건들과 모두 연결되어 있다. 또한 반복된 학습의 경험이 다른 학습의 경험으로 이어지게 할 수 도 있다. 영어를 강력한 루틴으로 '울트라러닝'한다면 독일어를 익히는데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에서 특히 이런 교육방식을 여전히 강조하는 것 같다. 구몬수학 같이 지겹도록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가정방문 학습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고,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학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입시교육도 결국 기출문제의 유형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즉 반복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을 통해 우리는 배움으로 나아가는 길을 뚫을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이 부족한 특히 어린 학습자들에게는 세계지리나 역사와 같은 학습도 반복을 통해 학습해 본다면 어떨까 한다. 세계지도를 수많은 반복을 통해 습관적으로 그릴 수 있고 각 나라의 위치나 크기를 비교적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수많은 역사적 지식이 저절로 들러붙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아직도 연표를 외우면서 역사를 공부하나?라고 반박할 수 있지만 기원전 753(로마건국), 331(알렉산더 아케메네스 왕조 멸망), 221(진나라 통일), 202(한나라 건국), 기원후 476(로마 멸망), 800(샤를마뉴 신성로마제국 황제 즉위), 1234(금나라 멸망), 1392(조선건국), 1492(콜럼버스 아메리카 대륙 도착), 1592(임진왜란), 1789(프랑스혁명), 1914(1차 세계대전 발발), 1939(2차 세계대전 발발) 등의 연도만 뇌 속에 기둥으로 박아두면 다른 사건들을 그 사이사이에 배열하는데 용이하다. 

반복이 기능이나 기술적 교과에만 효과적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지식들을 우리는 개사하여 노래로 불러왔나? 아마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노래들도 꽤 있을 것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한때는 표절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문장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되었다. 우리의 뇌에는 거울 신경세포(Mirror Neuron)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누군가를 닮고 싶고 따라 하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그와 같은 수준으로 올라가게 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좋든 싫든 말이다. 유럽의 르네상스를 이끈 '도제식교육'의 핵심도 바로 '따라 하기 교육'이다. 지금도 일류 요리사들은 그의 스승의 레시피를 따라 하며 교육받고 있고, 어깨너머로도 배우려면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하는 몸값이 비싼 선생님들은 디지털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한 현대사회에도 여전히 인기가 많다. 박세리와 김연아를 보며 수많은 어린이들이 꿈을 키워왔을 것이고 서태지나 박진영의 음악은 많은 음악 하는 친구들에게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올바른 표상을 보여주기 위해 우리는 그렇게 좋은 선생님들을 찾아 나서고 정해진 공교육의 담임 선생님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도 귀추를 주목하는 것일 게다. 따라서 학습자의 욕구를 북돋우기 위해 거실을 벽면을 책장으로 만들고, 클래식을 틀며 부모가 함께 책을 읽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환경 따라가는 '맹모삼천지교'보다 더 한 어머니들을 우리는 알고 있고, 유튜브에 그래도 내가 닮고 싶은 똑똑한 사람의 채널 하나쯤은 우리가 구독하고 있는 것이다. 


학습자의 태도(동기, 욕구, 자세)는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기보다는 만들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위의 세 가지 경우를 통해 알아보았다. 학습하고자 하는 의지가 만들어졌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보면 수월하게 나아간다. 표현할 수 있는 학습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 주면 된다. 하지만 시간은 짧고 배워야 할 지식은 끝이 없다.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이고 더 효율적으로, 즉 빠르고 강하고 효과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우리는 배움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수많은 교육학자들의 고민이기도 했고 심리학자, 철학자, 그리고 뇌나 심성을 다루는 과학자들의 연구 영역이기도 하다. 실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절실하게 체감했던 '핵심적 지식'에 대해 다음 편에는 이야기해보려 한다. 분명 건드려야 할 '핵심적 지식'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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