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가지는 힘
관계는 확률에서 시작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축에서 움직이는 확률론적 세계입니다. 확률이 상태(형태)를 만들고 상태(형태)가 관계로 이어집니다. 연결과 관계의 가장 큰 차이는 ‘인식’의 유무입니다. 존재는 인식의 틀 안에서 형성되는 그 어떤 세계일 수도 있습니다. 대상을 나와 연결시키는 순간 그것은 존재하게 되고, 우리는 그것과 관계되었다 표현할 수 있습니다. 대상 간의 관계도 개념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사물과 시간의 관계는 변화, 공간과 시간의 관계는 운동, 움직임과 방향의 관계는 의도나 관점으로 드러납니다. 사람과 자연의 관계는 환경, 의식과 대상의 관계는 주관, 기억과 기억의 관계는 시간입니다. 감각과 기억의 관계는 지각이 됩니다. ‘관계가 우주 그 자체다’라는 말이 있듯 관계라는 개념의 힘은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관계가 작동하는 세계
인간만이 만들어내어 향유되고 전수되는 삶의 양식으로서의 ‘문화’는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자연환경과의 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삶의 양식(문화)은 그 지역의 색깔을 더해갑니다. 산맥과 하천이 지역의 경계를 이루고 그 색깔을 더해 갑니다. 지형과 지질에 따라서, 그리고 기후와 식생에 따라 그 지역의 문화는 형성됩니다. 그밖에 정치, 종교 등의 인문적 요인이 더해져 독특한 문화로 정립되겠지요. 수업의 적용 예로 역시, 의식주가 대표적입니다.
그 후 주변 나라와의 관계, 다른 나라와의 관계,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문제, 해결 방안 등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연소와 소화의 관계
연소는 물질이 빛과 열을 내면서 산소와 빠르게 결합하는 반응입니다. 연소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탈 물질(연료), 산소, 발화점 이상의 온도의 조건이 필요한데 이것이 ‘관계’가 되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소화는 그 반대가 되겠죠.(제거소화, 질식소화, 냉각소화) 즉, 각 관계를 차단시키면서 연소가 제거되는(소화되는) 현상을 탐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밖에도 우리 주변의 여러 조건들이 관계 맺음 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더 적용해 보고 그러한 조건들이 함께 결합할 확률로써의 ‘관계’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질문>
·물질이 탈 때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은 무엇인가?
·물질이 산소와 빠르게 반응해 빛과 열을 내는 현상을 무엇이라 하는가?
·연소가 일어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연소 후 생성되는 물질은 무엇인가?
·불을 끄는 것을 무엇이라 하는가?
·소화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위의 질문들은 핵심질문이지만 그것을 조금 더 확장하여 다음과 같이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산소와 관계 맺는 다른 현상들은 무엇이 있을까?
·빛과 열은 어떤 관계일까?(빛이 있어 열이 생기는 것일까? 열이 있어 빛이 생기는 것일까?)
·주변에 조건들이 관계 맺어져 일어나는 다른 현상들은 어떤 것이 있나?
탐구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입니다. 학습자의 주도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교사의 협력, 즉 교과에 대한 지식의 기입문자로서의 교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교과의 구조를 꿰뚫는 ‘질문’은 협력에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합니다. 본 탐구 단원에서 ‘관계’는 확률로써 상태를 만들고 상태로서 관계가 되는 현상에 대한 이해입니다. 갈변현상, 금속의 산화 등 산소가 생명의 호흡이나 연소 이외에도 다양하게 다른 상태와 관계 맺어지는 것을 확장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 생물(세균)이나 박테리아를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빛과 열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매개체이지만, 상관관계를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빛과 열은 일정 조건에서는 관계가 있지만 서로 다른 상태의 에너지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조건을 다른 상태로 가져가면 동일한 탐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질문에 의한 사고 실험이지만, 이러한 탐구의 경험이 쌓이면 절차적 지식은 형성될 것입니다.
관계에 대한 일반화
우리가 도출해 낸 관계에 대한 일반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관계는 새로운 현상이나 상태를 만들어 낸다.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관계로 이루어졌다.
의미는 인간이 출현하면서 이미 존재했지만 우리는 이름을 붙이며, 즉 개념을 통해 더 확장되었습니다. 어쩌면 인간들만이 가지고 있는 ‘개념’이라는 렌즈. 그 가운데서 ‘관계’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는 자연과 사회라는 교과(지식의 형식)를 관통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