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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Oct 22. 2023

에필로그(epilogue)

불안하고 흔들려도 괜찮아.

마흔에 관한 글을 처음 쓸 때는 청소년기에 겪지 않았던 사춘기가 나이 40살이 되어 찾아와 처음 겪는 거라고 생각했다. 잘못 생각한 것 같다.

마흔 이전에는 사는 게 바쁘고 커리어를 쌓느라 몰랐는데 삶에, 인생에 한 줌의 숨을 쉴 수 있게 되고 나니 번아웃과 함께 권태기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회사 생활에서의 권태기, 사랑에서의 권태기가 오면 즐거움보다는 우울함과 슬픔이 더 크게 다가오듯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거기에 한 번도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을 해보지 않고 살았던 사람들에게 마흔이라는 나이와 함께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인생에 완전하게 굴곡이 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큰 어려움 없이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성인이 되었고, 주어진 인생에 만족하며 살았던 나에게 예상하지 못했던 유산의 아픔, 결혼 생활의 권태기가 더해졌고,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했던 일이 실패라는 답안지를 받고 나니 맥이 풀려버렸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 불안해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사로 잡히니 걷잡을 수 없는 불구덩이에 처박히는 것 같았다.

남들에게는 나의 감정을 되도록이면 드러내지 않는 게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더 깊이 어두워졌는지도 모른다. 남편이 있는데 왜 그래? 하겠지만 말 그대로 남! 편!이지 않나.

내 내면의 일을 결코 해결해 줄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러니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한다.


마흔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의 마음에 크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 영향을 주고 있는 분은 김창옥 강사님이시다. 일명 소통 전문가라고 하니 속 시원한 답을 내려줄 것 같았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는 강사님이 남자이기에 남자들의 사고방식에 대해서 잘 이야기해 주니 더 좋았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하여 모두가 침체되어 있는데 강사님의 어두운 얼굴을 유튜브를 통해서 보게 되었다. ‘아, 소통전문가라는 이 사람도 뭔가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날 자신과의 불통으로 고생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깨닫게 된 것은 전문가들도 자기와의 대화가 잘 안 되는 때가 있구나라고 말이다. 그런데 왜 뭔지 모를 안도감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심정일까. 아마도 일명 잘 나가는 사람도 보통 사람들과 같구나에서 오는 안도감인 것 같다. 

전문가들도 컨트롤이 안될 때가 있으니 나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자고 주문을 외워보게 되었다.


김창옥 강사가 인생을 세 가지 시기로 나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열정기, 두 번째는 권태기, 세 번째는 성숙기라고 한다. 권태라는 말은 '이전에는 의미가 있었는데, 이제는 의미가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마흔 앓이를 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인생의 권태기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가 자신만의 발달 속도가 있듯 어른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런데 남들처럼 따라가지 못한다고 비교를 하니  조급해지는 것이다. 나만의 속도를 이해하고 현명해져야 하는 어른이지만 감정조절이 안되면 스스로가 감당이 안된다는 것에도 한심하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한다.


삶이 내 뜻대로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 어쩌면 찬스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뜻대로 안 될 때 사고의 깊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삶의 본질, 문제의 근본을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은 힘이 넘치고 셀 때보다 힘이 없을 때 자기 자신을 받아들입니다. 그러니 나이가 들고 힘이 빠졌을 때, 예전에는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됐을 때, 좌절할 일만은 아닙니다. 나를 가득 채우고 당당해 보이게 만들었던 삶의 허세, 자존심, 아집을 비워내고,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채워보세요. 사람들과 함께 하고,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마음을 키워보세요.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 고생했어. 대견하고 기특해.'
<김창옥의 나를 살게 하는 것들 중에서>


나이가 어떻든 불안함은 언제나 있다. 마흔이라고 더 힘든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른이라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다른 나이 때보다 마흔을 기점으로 힘들어하는 이유는 내가 잘 살고 있다고 인정받고 싶은 것이 아닌가 싶다. 비록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돈을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음이 불안할 때는 불안해도 되고, 흔들리면 흔들려도 괜찮은 것 같다. 나 자신을 잃지 않은 선에서 말이다. 

마흔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나를 잘 이해하고, 잘 살고 있다고 믿고 싶다. 마흔을 잘 살아내고 꼭 성공적인 글을 쓰도록 노력을 해보도록 하겠다. 평범한 사람이어서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모두 열심히 잘 살고 있고, 살아내고 있는 한 인간이다. 그 점을 꼭 기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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