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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Jan 26. 2024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기다

서울로 최종 이사 하기

15년 정도 살았던 곳 수원.


남편이 서울 공덕동으로 회사를 옮기고 나서 도저히 출퇴근이 힘들다 하여 이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이사할 집을 보러 다닐  없어 남편에게 맡겼죠. 적당한 집이 있어 알겠다고 했어요. 결혼 후 이번 이사까지 네 번을 하는 것이고 아이들도 있으니 어련히 잘 구했겠지 생각했습니다.

수원 집이 이래저래 고칠 곳도 많았지만 최선의 선에서 해주는 것으로 세입자와 이야기를 하고 집 전체 도배, 싱크대 상부장 교체, 방문 및 현관문 안쪽 페인트, 베란다 및 창틀 페인트까지 시공을 한 후 1월 17일에 세입자 입주를 했습니다. 우리가 이사를 갈 집도 도배 및 싱크대 교체가 필요하다고 하여 기다린 후 1월 19일 저녁 부산에서 서울행 기차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남편을 만나 이사 갈 집에 싱크대 및 도배와 한 번도 집을 보지 못했으니 잠깐 방문을 한 후 호텔로 이동을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해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이사 갈 집으로 처음 발을 들였습니다. 여기 아파트도 지은 지 꽤 오래된 아파트이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짐이 없는 상태의 집은 얼핏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하나씩 뜯어보던 중 방문과 벽 한 부분에는 나무로 된 부분들이 색이 바래고 벗겨져 지저분해 보였습니다.

창틀 역시 먼지가 소복하다 못해 시커멓고, 화장실도 너무 더러웠습니다.

입주 청소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어? 이게 필요 없는 집이야?”

이 집 도배랑 했다며? 문 상태가 이러면 페인트칠을 했었야지.”

남편, “페인트칠할 거야. 내가 시간 날 때마다 하면 되지.”

“그냥 도배할 때 미리 해달라고 하지. 그게 뭐야? 내일 집에 짐 들어올 건데 이 상태에서 어떻게 해. 이삿짐 정리가 문제가 아니라 청소가 문제구만.”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습니다.

남편, “내일 오전에 잠깐 청소하면 돼. 금방 할 수 있어.”

“새벽에 가서 청소를 할 거야? 금방 끝날 게 아니더구먼. 어휴~~ 내일 집에 가기 전에 고무장갑이랑 사서 가. 상태가 심각한데 뭐가 아니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집을 나와서 하룻밤 잘 호텔로 향하며 “들어가기 전에 뭐 먹을 거 사갈까?”라고 말하는 남편에게 뭐라고 더 화를 내기 어려웠습니다.

그저 속마음으로 ‘우리가 돈이 없어서 이런 집 밖에 못 구했겠지. 꼼꼼히 보라고 했지만 더블 체크를 안 한 나도 잘못을 한 것이지.’라며 자책을 했습니다.

호텔에 들어와 무심히 컵라면을 끓여 먹는 남편이 왜 그렇게 미운지. 너무 속상했습니다.

급한 볼일을 끝낸 후 나중에 서울로 올라와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 봤습니다.

1. 짐 재 정리(중고 거래 생각 중)

2. 현관문 및 집 방문 페인트 셀프 시공

3. 집 청소

내일 일단 이사를 한 후 다시 생각을 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 2시입니다.


1월 20일 이사하는 날,

아침 8시에 문장 한통 '고객님, 저희가 8시 40분쯤 도착할 것 같습니다. 준비해 주세요.'라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집으로 향했습니다. 조금 있으면 짐이 가득 들어올 테니 급한 대로 바닥 청소를 했습니다. 

'잉? 왜 잘 안 닦이지? 일단 닦고 보자.'


8시 50분, KGB이사 트럭이 집 앞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현관문을 열고 기다렸습니다.

"고객님,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이제부터 보관이사했던 짐들이 올라올 겁니다. 짐을 어디에 놓을지 말씀만 해주세요."

그렇게 짐들이 거실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짐을 옮기다 "사모님, 여기 집이 수원 집보다 베란다가 더 작네요. 베란다에 두었던 짐들을 놓을 곳이 없는데 어떻게 할까요?" 말을 했습니다.

"그러게요, 집 구조를 지금 확인해서 이렇게 수납공간이 적을지 몰랐네요. 일단 앞 베란다에 놓아주세요."

"고객님, 싱크대가 전 집 보다 작네요. 냄비와 프라이팬 들어갈 공간이 없어요."

"그래요? 어머, 그러네요. 일단 넣을 수 있는 것만 정리해 주시고 나머지는 한쪽에 놓아주세요. 제가 생각해 보고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짐들을 옮기고 정리를 하려고 하다 난관에 봉착을 했습니다. 가지고 온 짐들을 보관할 공간이 너무 없는 것이죠. 그렇다고 거실 한쪽에 수납을 하기에는 너무 지저분해 보일 것 같았습니다. 

겨우 짐들을 대충 쌓아두고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짐들을 어떻게 처리하지?'

수원에서 나름대로 정리해서 가지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서울집에 깔끔하게 정리가 안 되는 것을 보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지?'

서울로 이사로 와서는 방 한 개를 아이들 방으로 만들어 주려고 하다 보니 나머지 짐들이 갈 곳을 잃게 된 것입니다. 안방 침실은 그저 자는 공간이기에 서재에 있던 책상과 책장을 한쪽에 놓아 사용을 하기로 했습니다. 

짐 정리를 하다 힘들면 집 청소를 하나씩 하고, 청소를 하다 힘들면 짐 정리를 하곤 했습니다. 이사를 해놓고 친정 부모님 댁에 아이들을 두고 왔기에 빨리 부산으로 내려가야 할 상황이었기에 잠을 줄여가면서 청소며 정리를 했습니다. 수원에서 정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온 남편의 짐들을 그제야 정리를 하기 시작을 했습니다. 오랫동안 사용을 하지 않았던 것들이 많아 망가진 것들도 있고, 오래되어 삮은 물건들도 있기에 버릴 물건들이 많았기도 했습니다. 쓰레기가 계속 나왔습니다. 나의 물건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남편 "네 물건이 많은 거 알아? 이거 다 사용할 거야? 지금까지 안 한 것도 많고 앞으로 안 할 확률도 높은데 이거 끼고 살 거야."

이 말에 순간 화가 났습니다. "하든지 말든지 내가 알아서 해. 집이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없잖아. 내 물건이 많은 것보다 이 집 베란다 공간이 없는 거야."

속마음은 '고작 이런 집을 구해놓고 짐이 많다는 얘기를 하면 어쩌자는 거야. 애초에 잘 보고 집을 구했어야지.'라는 욕이 나왔습니다. 

서로 말없이 청소 및 정리를 이어나갔습니다. 포장이사를 한 것이 무색할 지경이었습니다. 짐만 집안에 놔두었을 뿐 모든 짐들을 다시 재배치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새벽 2시에 겨우 몸을 뉘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간단히 커피 한잔을 마신 후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이사를 했으니 어떻게든 잘 정리를 해서 살아야 하니 짐들을 다시 훑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버리기 아까워 가지고 물건들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정리하기 시작한 짐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1. 옷 (지금 입을 수 없다면 계절이 지나고 입을 것인가)

2. 책 (종이책을 가지고 있다고 가치가 있는 책인가)

3. 공예용품(비누공예 용품, 그림용품, 자수 용품등 두고 계속 사용을 할 것인가)

기준을 두고 쓰레기봉투를 열어 담기 시작했고, 재활용품으로 내놓을 물건들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50리터의 쓰레기봉투 2~3장을 쓰고도 20리터 2장을 더 담아 버렸습니다.  최종적으로 짐을 정리한 것이 아닙니다. 1차로 정리를 한 것뿐입니다. 많은 물건들을 버렸는데도 깔끔하게 정리가 된 것이 아니라서 다시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집의 구조 문제인지 냉장고도 딱 들어맞게 들어가지 않아서 애매하고, 최선을 다해서 물건을 버렸는데도 아직 쌓여있는 짐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하고 고민이 되었습니다. 

냉장고 사이즈를 줄여서 일단 바꾸기로 했습니다. 주문하고 금방 설치를 했지만 여전히 냉장고 들어가는 자리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창문틀, 벽 쪽의 틀의 나무 턱이 나와있어 들어가지 않아 애매한 자리로 놓아둘 수 없었습니다. 최종 정리 후 커튼 가림막을 쳐두려고 합니다. 냉장고 설치 및 도시가스 연결을 마친 후 저는 부산으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나머지 정리는 남편이 하기로 했습니다.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고 공간을 분리할 파티션을 설치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답답한 공간들도 있어 계속 혼자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의 이사로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의외로 물건들을 많이 쌓아두고 사는구나, 라고요. 

답답한 공간들을 조금 더 잘 사용하려면 더 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집 평수가 더 넓었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비슷한 평수의 집인데 본의 아니게 전에 살던 집 구조와 다른 구조로 와서 보니 자주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설 연휴까지 아이들과 부산에서 지낸 후 서울집에 가서 다시 정리를 해야할 것입니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어떻게 잘 살 수 있을지 잘 고민을 한 후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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