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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림 Oct 22. 2023

나무

나무


내게 숨결을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그늘이 되어 달라고 조르는 너.

얘야,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그리도 숨이 차도록 뛰어 올라와 앉았니.

기대어 앉은 너의 어깨를 안아볼 수 없어 내 돋아난 잎의 주름을 펴는 수밖에 없구나


세상의 숨이 날이 갈수록 차가워질 때, 너를 잠시 가려줄 잎이 떠날 때란 걸 안단다.

곱게 입혀서 보내주려 했건만, 고운 옷 하나 입히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잎이 있다는 걸 너는 아니.

얘야, 너는 어떤 이별을 했기에 지난 봄의 미소를 잃은 채 서 있는 거니


하얀 꽃이 내 머리 위로 앉을 때면, 사람들은 내게 행복을 심으러 온단다.

찬란한 빛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리가 되어 달라고 내 머리 위로 빛나는 화관을 걸었어.

얘야, 지나가는 길에 나를 잠시 봐다오. 지난 봄의 미소를 지어 주렴.


세상이 초록으로, 분홍으로 물들 때 어느 세상은 기울기도 한다는 것을 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더욱 잎의 주름 하나하나를 바짝 세워야 한단다.

얘야, 몇 번의 계절이 흘러도 나는 너를 잊지 않았다는 것을 부디 알아주렴.


네 시선에 묻은 모든 나무는 너를 잊지 않았다는 것을 부디 알아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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