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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와 랄라 Jul 20. 2020

원고료가 없는 글쓰기의 어려움

지금도 혼자서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작가 『김랄라』

쓰다
고단하고 외로운 일. 혼자 하기 어려울 땐 동료를 만들어 보세요.


작년 내 통장으로 5,200원의 인세가 들어왔다. 3명의 동료들과 함께 만든 독립출판물의 인세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작은 언론사에서 기사를 쓰며 돈을 벌기도 했지만 내 이야기를 담은 글로 돈을 번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와퍼주니어를 세트로 먹지 못할 만큼 적은 돈이지만 적어도 이 돈 덕분에 난 쓰는 행위를 계속해나갈 용기를 얻었다.     


지금은 글쓰기를 통해 돈을 벌고 있지 않다. 이전 직장에서 기사를 쓰며 생계를 이어나갔으니 다음에도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할 것인가. 사실 잘 모르겠다. 글이 직업이 될 때 나는 오히려 글쓰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렇다고 쉬웠다는 건 절대 아니다. 후딱 쓰고 빨리 집에 가기 위한 마음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글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은 점점 줄어들었다. 보태어 말하자면 나는 좋은 기자도 아니었을뿐더러 기사를 쓰는 일에도 영 소질이 없었다. 기사 특유의 짧고 딱딱한 문체는 쓰면서도 흥미가 생기지 않았으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언론사 성격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내용도 쓰기 힘들었다. 결국 올해 퇴사를 했고 지금은 미아와 함께 글을 쓰고 있다.               


지금의 글쓰기는 직업적 글쓰기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원고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 지금의 글쓰기는 오직 나를 위한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누가 얼마나 읽을지도 알 수가 없다. 아무도 청탁하지 않은 글을 쓰며 나는 자신을 알아가는 일에 만족할 뿐이다. 목적보다는 쓰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달까. 두 번째 차이점은 내가 쓰고 싶은 말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글에 대한 모든 책임과 권한이 나에게 있다. 쓸 때는 신나게 쓰다가도 발행을 누르기 전 계속해서 재검토를 하게 되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글쓰기의 원동력이 돈에서 성장으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직장인의 모든 행동의 근본이 되는 힘은 한 달에 한 번 통장으로 들어오는 급여이지 않은가. 나의 글쓰기도 예외가 아니었다. 반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까하는 마음에서부터 쓰기가 시작된다. 직업인이었을 때와 비교하면 하나의 글에 시간과 정성이 배로 들어간다. 그렇다고 좋은 글이 되는 건 아니지만 어제보다 잘 쓰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더한다.           


반면 직업적 글쓰기와 혼자 글쓰기의 공통점은 둘 다 허벌나게 어렵다는 점이다. 기사 쓰기는 내가 해온 취재의 양에 따라 기사의 질이 결정되는 날이 많았다. 내용을 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면 대신 헤드라인과 포스터용 글을 쓰는 일은 나를 아주 괴롭게 만들었다. 기사의 내용을 함축하면서도 사람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헤드라인 짓기 때문에 제목만 20번 넘게 수정한 적도 있다.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신문에 쓴 기사를 온라인 포스터로 옮기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온라인 독자층을 고려해 옆집 언니나 오빠가 읊어주는 느낌(당시 콘셉트)을 줘야 했다. 내가 맡은 일이기 때문에 하긴 했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가야 하는 깜찍한 이모티콘과 느끼한 어투는 퇴사하는 날까지 익숙해지기 힘들었다.

미아야, 우리 열심히 써내려가보자.


지금의 글쓰기도 다를 게 없다. 미아와의 글쓰기는 글감을 찾는 것부터 고뇌와 좌절의 연속이다. 도저히 좋은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근사한 경험 하나 만들어놓지 않은 과거의 나를 탓하며 내 주변에 소재가 될 만한 사람들을 하나씩 꺼내본다. 그다음엔 내 능력껏 그들에 대한 나의 생각이나 그들이 내게 들려주었던 경험을 맛깔나게 글로 옮긴다. 이 과정에서 내게 없는 글쓰기 재능을 또 한 번 탓하며 고통 속에서 글을 마무리한다. 좌절로 시작해 고통으로 끝나는 나의 글쓰기에서 글자를 빼면 자책만 남을 수도 있겠다.


원고료 없는 글쓰기는 마감 시간을 맞추는 것도 더욱 힘들다. 순전히 나의 의지와 책임감만으로 정해진 시간 내에 글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글쓰기 외에 더 재미있는 다른 유혹에 빠지기 쉽다. 개인적인 일이 많을 때는 우선순위가 최하위로 추락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글쓰기를 추천한다. 나 역시 미아와 함께 글을 쓰며 마감에 대한 책임감을 견뎌내고 있다. 종종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마감일을 넘길 때도 있다. 그러면 나는 사죄하는 마음으로 미아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오늘도 그러진 않겠지. 글쓰기는 정말 모든 게 어려운 작업이다.                


이 글 역시 꾸역꾸역 마지막 문단을 써내려 간다. 언제쯤 처음부터 끝까지 내 마음에 드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단하고 외로운 일이지만 나는 이 어려운 작업을 계속해서 해 나가고 싶다. 꾸준히 읽고 쓰면 어제보다는 낫겠지하는 마음으로. 좋은 글은 아니더라도 만족스러운 글을 쓸 수는 있겠지. 그렇게 믿으며 오늘도 고통스러운 글쓰기 시간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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