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여자로 살아가는 사람의 고단함
작가 『김미아』
"운동해야 하는데......"
수년째 하는 말이다. 근력이 너무 없어 지하철 계단을 오르며 헉헉댄다. 병뚜껑 하나 못 따서 남에게 부탁하는 처지다. 인바디를 하면 근력이 너무 적어 그래프에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다. 내 몸을 이루고 있는 건 80퍼센트가 물, 나머진 지방과 뼈 정도일 것이다. 근육은 없다. 한 번 시작하면 분명 인생이 달라질 걸 아는데, 시작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예전부터 건강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초등학교 때는 오래 달리기 선수를 할 정도로 체력이 넘쳤다. 그런데, 마른 여자란 타이틀을 얻기 위해 몸을 혹사했다.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영혼에 조금도 스치지 않을 허울뿐인 남들의 칭찬과 코르셋, 그리고 깨진 스마트폰과 같은 몸뚱이만 존재할 뿐이었다.
"아프면 죽지, 뭐"
한 때 달고 살았던 말이다. 친구들이 불규칙한 식습관과 게으른 나의 생활을 보고 걱정할 때마다 하는 말이었다. 정말로 저 말을 믿었던 건 아니다. 다만, 그렇게까지 아플까? 난 아직 젊은데?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람은 쉽게 죽지 않지만, 쉽게 아팠다. 깨진 스마트폰 같은 몸으로 약정이 끝날 때까지 살아가야 한다. 매우 불편하고, 불안하다.
운동을 하지 않은 결과, 난 안 가본 병원이 없을 만큼 약과 병원을 달고 산다. 고작 26살인데 암센터도 다녔다. 조직검사를 받고 홀로 돌아오는 길, '아, 이러다가 정말 죽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반복한 결과가 이거라니. 20대에 암센터를 다니고, 우울증 약을 먹는 거라니. 겨우 계단 하나 못 오르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게 벅찬 게 내 삶이라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생에서 사이렌이 울리고 있었다.
힘이 약한 여자로 살아간다는 건 일상생활이 무력감에 지배된다는 이야기와 같다. 전 남자 친구는 남자들 사이에서 힘이 없는 편이었다. 팔씨름도 매번 지고 운동은 질색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나를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경향이 있었다. 장난처럼 내 두 팔을 한 손으로 잡고 간지럼을 태우거나, 원치 않는데 키스를 하려고 침대 위로 넘어 뜨리거나, 거친 섹스를 했다. 이중에 내가 원하는 건 하나도 없었고 진지하게 '날 힘으로 누르지 말아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알았어, 알았어'라고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분명 연인 사이고 그와 나는 동등하다고 믿었는데 이럴 때마다 나는 알 수 없는 무력감에 휩싸였다. 사랑 표현 방식이라는 그의 말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내가 진지하게 운동을 해서 근력을 기르겠다고 말하자, 그는 "굳이 그럴 필요 있어? 어차피 나 다 시키잖아"라고 말했다. 그제야 무력감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있었다. 그에게 나는 귀여운 강아지 정도였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연약한, 그래서 챙겨줘야 하는 강아지. 그는 자신이 다 들어줄 테니 내가 힘이 세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병뚜껑 하나 못 따는 사람에게, '넌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라고 속삭이며 주체적 행위를 강탈했다. 삶을 강탈당했다고 생각했다. 우린 동등하지 않았다.
여전히 근력 운동은 하지 않고 있다. 매일 산책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갔다 와서는 헉헉 대며 온 몸이 땀에 젖어 있다. 그래도 나는 딱 한 발자국 더 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내 인생을 리퍼하기 위해 고단한 몸을 이끈다. 남자 친구가 장난으로 힘자랑을 하는 것에 약간의 불쾌감과 공포심을 느낀 적이 있다면, 다이어트를 하느라 매일 아사해가고 있다면,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 게 벅차다면, '난 약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운동하길 바란다. 나의 자매들이 남을 위해 내 몸을 부수는 행위를 나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