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 사랑을 몰라~ 조금 더 기다려~
작가 『김랄라』
지금부터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가질만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도 귀가 쫑긋 세워지고 한국 드라마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재, 사랑. 연애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들이 연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연애담을 꺼낼 준비를 할 때 안타깝게도 나는 이런 대화에 끼지 못한다.
2n년간 살면서 한 번도 연애를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하면 한결같이 똑같은 반응이 돌아온다. “모태솔로였어?”라며 비아냥거리거나 “네가 뭐가 부족해서?”라며 은근히 내 흠을 찾기 시작한다. 나는 상한 기분을 억누르고 애써 쿨한 척 “연애? 안 하는 거지”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이 말을 뱉는 동시에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정말 연애를 ‘안’ 한 것일까. 그렇다면 왜?
7년 넘게 한 애인과 연인 관계를 이어온 친구 A에게 연애의 좋은 점을 진지하게 물었다.
“음 적어도 혼자 있을 때 보다는 덜 심심하지.”
오래 연애한 사람답게 설레거나 싱그러운 느낌은 없다. A의 현실적인 대답을 듣고나니 나는 추가로 한 가지 의문이 더 생겼다.
‘혼자 있는 게 그렇게 심심한 일인가?’
이번엔 1년도 안 된 애인과 죽고 못 사는 연애를 하고 있는 친구 B에게 물었다. B는 연애를 쉬지 않고 했으며 친구들 사이에서 연애 박사로 통한다.
“삶이 풍부해지지. 사랑을 하기 전과 후는 하늘과 땅 차이야.”
가히 큐피드라고 불릴 만한 연애 박사의 대답이었다. B의 대답을 듣고 그 ‘느낌’이 궁금해 연애를 시도해보려 했지만 얼마 못 가 또 사그라들었다.
지금도 나는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 물론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은 있다. 상대에게 마음을 고백하려 시도도 해봤다. 결국 다른 친구에게 기회를 빼앗겼지만. 슬픔은 오래가지 않았고 이내 좋아했던 마음까지 잊어버렸다. 인정하는데 난 연애에 관심이 없다. 연애를 못한 게 아니라 굳이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연애를 왜 하지 않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차이가 있다. 지금은 연애가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나처럼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보거나 오래 쉰 사람을 묘하게 비아냥거린다. 몇몇 이들은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연애를 꼭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에게 반박해 보자면 나는 혼자 있어서 심심해 본 적이 없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일을 벌인다. 백수인 지금은 게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 하루를 보낸다. 아침에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다양한 자격증 공부를 했다. 최근에는 기타를 배우는 일에 빠져 있고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도 정 심심하다고 하면 동네 친구들을 불러내 간단하게 맥주를 마신다. 연애를 한다면 지금의 삶보다 감정적으로 풍요로워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 내 삶에 심심이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건 확실하다. 하루하루 혼자서 살아가는 게 재밌기까지 하니까.
타고난 성격 때문에 연애를 꺼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장녀로 자라와서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내 손으로 직접 해결하고 싶고 친밀감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관계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인간은 함께 있어도 외롭지 않은가. 나 역시 종종 외로움을 느끼지만 이 감정이 싫지만은 않다. 가끔 찾아오는 외로움은 혼자를 견딜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
지금도 적당한 틈이 있는 관계가 좋다. 누군가 내가 정해둔 선을 침범하려 하면 나도 모르게 거리를 둔다. 그렇다고 사람들과 관계 맺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들과 이야기 나누는 걸 즐기는 편이다. 그런 시간들이 내겐 아주 소중하다. 적당히 거리를 둔 채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사이가 나는 좋다. 연애를 한다면 이 사이를 좁혀야 할 텐데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연인을 사귀는 이유가 모두 다르듯 솔로가 솔로인 이유도 모두 다르다. 나는 내 모든 것을 보여줄 준비가 돼 있을 때 연애를 시작할 생각이다. 그러니 행여나 노파심에 남의 솔로사(史)에 관여하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