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사랑을 정의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실패했다
작가 『김미아』
사랑이 뭘까, 이 질문에 집착하던 때가 있었다. 강의 시간에 '사랑이 뭘까요?'란 질문을 받았는데, 선뜻 이거다! 싶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한다고 말해왔던 난데, 막상 그래서 사랑이 뭔데? 넌 지금 뭘 하고 있는데?라고 물어보니 말문이 턱 막혔다.
연애 경험이 9번 있다. 또래에 비해 꽤 많은 편이다. 17살 때 첫 연애를 했고, 그 이후로 단 1년도 쉰 적이 없다. 가장 긴 연애는 4년 만난 8번째 연인이었다. 그와 사랑에 관한 논쟁을 자주 벌였다.
나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그 잘 모르겠어.
나 그럼 우리가 하는 건 뭔데?
그......... 연애?
나 사랑은 아닌 거네.
그리고 전쟁같이 싸웠다. 그는 관계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었다. 단 한 번도 친한 친구가 없었고 가족과도 서먹한 사이였다. 연인은 있을 리 만무했다. 모든 게 다 내가 처음이었다. 밥을 먹는 것도, 손을 잡는 것도, 데이트를 하는 것도, 카페에서 공부를 함께 하는 것도. 그래서 어떠한 책임감을 느꼈던 것 같다. "내가 사랑을 알려주겠어!" 그때까지만 해도 사랑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하던 때였다. 그때의 내게 '사랑이 뭔가요?'라고 물어보면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벅차오르는 감정, 몽글몽글해지는 기분, 같이 있으면 좋은 것. 이게 사랑 아닌가요?
지금의 나는 이렇게 말한다.
모르겠습니다.
사랑을 알려주겠노라 큰 소리 뻥뻥 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이 뭔지 알 수 없어졌다. 죽일 듯이 그가 밉고, 때론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고, 그러다가 그가 떠나면 창자를 찢는 것만큼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에게 희생하는 부분도 거의 없었다. 내 삶, 내 미래가 중요했고 그건 서로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그리는 미래에 서로가 없었다. 그럼에도 우린 매일 밤, "사랑한다" 말했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색을 잃었다. 그 말은 그저 끝맺음 말에 불과했다. "안녕"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사랑한다는 건 그저 안부를 빌어주는 것과 비슷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헤어지기 전 날, 그에게 다시 한번 "사랑이 뭘까?" 물어봤다. 그는 여전히 모른다고 답했다. 그리고는 나는 아냐고 되물었다. 그렇게 사랑 앞에서 자신만만하던 내가 이젠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게, 사랑이 뭘까"라고. 그리고 우린 헤어졌다. 마지막에 내가 뱉은 '사랑이 뭘까'는 답이 필요치 않은 말이었다. 그리고 그게 어쩌면 사랑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혼자 되뇌는 말. 말해도 되돌아오지 않는 인사. 그래서 끝맺음 말의 뒷 이야기를 찾아 헤매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게 끝맺음이 되지 않도록.
헤어질 때, 그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4년 간 사랑이 뭔지 알려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다만, 외로움은 알려줬으니 그걸로 충분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는 "너는 참 시처럼 말하는구나. 그런 면을 좋아했어"라고 답했다. 그는 끝끝내 사랑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