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씨 May 28. 2024

바람을 읽는 계절

방 바닥에 손이 긴 머리카락

여기 저기 흐드러지게졌다

다리 벌린 조명이 밝다 날 속으로 데려간다


수국을 따다 이불 속에 파묻고

뛰어다니는 발바닥을 잠재운다

술 취해서 들었던 목소리

강 너머에서 넘실 넘어오고

기억 속에 사는 오랜 사람은

흐려진 색으로 마음에 스며든다


떠오르는 해가 무서워

질끈 묶어둔 눈을 꽁꽁 싸매지만

주홍빛 동그라미는 결국 눈 앞에서만 번진다


숫자를 잃은 셈은 운율을 갖고

몸짓은 뜻을 가진다

다정한 단어를 갖기 위해


잔잔한 바다 위

서두르는 배

바람이 불어오고

아무도 듣지 못한

울음은 넓게 퍼진다


따뜻한 심장을 가지고 싶은 눈사람처럼


작가의 이전글 죠까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