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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연 Apr 12. 2024

참 정치적인 김미영 팀장(2)





김미영 팀장의 달력은 빈틈이 없다.


무엇인고 하면 모두 점심약속이다.

선배, 동기, 후배 가릴 걸 없이 김미영 팀장은 약속을 잡는다. 선배라고 해서 무작정 얻어만 먹지 않고, 후배라고 해서 그럴듯하게 비싼 걸 골라 사는 부담을 사지 않는다.

그래서 사내에서 김미영 팀장은 밥 잘 사는 선배, 밥 같이 먹기 편한 후배로 알려져 있다.


오늘은 후배들과 즉석 떡볶이를 먹기로 했다. 김미영 팀장은 후배의 제안에 자신이 밀가루떡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걸 떠올렸으나 저녁은 간편히 샐러드나 선식을 먹는 것으로 내면(?) 합의를 한다.

 

"팀장님 그거 들으셨어요? 기획팀 김 대리랑 물류팀 송 차장이랑 사귄대요."


소소한 사내 소식부터


"홍보팀 박 차장 얼마 전에 아버지 부고 기사 났었잖아요. 장례식장 갔었는데 아버지가 금융위 간부셨더라구요."


알지 못했던 누군가의 개인사까지.

김미영 팀장은 식사 자리에서 많은 정보를 듣는다.


"보고서 쓸 때 결론을 맨 위에 써. 그게 좋아."


가끔은 일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주기도 하고


"너네 팀장 거기가 좀 까칠해서 사실 속은 되게 여려. 가끔 사소한 거 챙겨주면 엄청 감동받을 걸?!"


가끔은 선배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후배에게 중간 다리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 이후 사내에 저녁 회식이 사라진 것이 김미영 팀장은 매우 좋다. 그녀는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몽롱한 상태로 형님 아우 하는 문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술이 들어간 늦은 밤 회식은 몸에도 마음에도 부담스럽다. 짧기도 길기도 한 1시간 30분가량의 점심, 간단한 식사와 커피, 디저트가 사내 동료들과의 친분 쌓기는 훨씬 캐주얼하고 편하다고 생각하는 김미영 팀장이다.


김미영 팀장은 가끔 선배를 따라 아침을 먹기도 한다. 임원진과의 조찬 회의를 초대를 받을 경우였다. 김미영 팀장은 그곳에서 저녁 회식보다 더 끈끈한 관계 형성이 이루어지고 귀중한 정보가 오고 간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김미영 팀장은 새로 들어온 부사장이 신제품 출시를 위해 TF를 구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점심시간에

작년까지 자신이 데리고 있었던 일 잘러 후배 하나가 팀장 이직으로 중간에 붕 떠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미영 팀장은 행동에 옮기기로 한다.

TF팀을 짜는 것은 박 전무의 몫이다.

똑똑.

김미영 팀장이 박 전무의 방문을 두드렸다.







참 정치적인 사람이 되는 법 (2)


사내 정치는 사무실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함께 음식을 나누고 가벼운 가십을 공유하는 것만큼 정치적인 행위는 없다.

특히 긴밀한 부탁이나 보고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하는 것이 성사되기에 좋다.


밥 한 번 같이 먹은 사이, 두 번 먹은 사이, 가끔 먹는 사이는 중요한 순간 매우 큰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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