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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lina Apr 25. 2024

[EP-1] 원인불명 난임으로 시험관을 선택하다.

1년의 자연임신 도전과 원인불명 난임을 진단받기까지

21년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고 2년 정도 신혼을 충분히 즐겼다.


주변에서 2세 계획을 물어볼 때면 "23년 4월에 임신해서 1월생으로 출산할 거야!"라고 답변을 했는데,

10이면 10명 모두 "근데 그게 쉽지 않더라."라는 반응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생각이 얼마나 오만했는지, 가장 후회가 되는 부분이다.


결혼 2년 후, 중요하지만 미뤄놓았던 임신 준비를 1년간 열심히 했지만,  

결론은 화유도 없이 깨끗한 단호박 1줄. 


시험관 이야기를 꺼내기 전 1년간의 나의 자임도전을 글로 남기려고 한다.




1개월 차 : 배란테스트기 시작 

3개월 만에 임신한 친구가 배테기는 필수라고 하여 그중 좋다는 스마일 배테기를 주문했다.

놀라웠던 것은 캘린더상의 나의 배란 날짜보다 배란이 일주일이나 빨랐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조기 배란은 자궁 내막이 착상을 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지 않아서 

임신이 어렵다는 글을 보았던 게 기억이 난다.



2개월 차 : 배란테스트기와 배란 초음파 그리고 프로기노바까지

한 방에 성공하리라는 기대가 부서지고 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자 산부인과로 향했다.

13일 차에 내원해 배란 전까지 총 3번의 초음파를 보고 내막이 얇다며 프로기노바까지 복용을 했다.


이제야 말하지만 프로기노바 두통 부작용이 강하게 와서 중간에 복용도 중단하고 정말 힘들었었다.


숙제 날짜를 받고 싶었지만 프로기노바를 복용하며 난포가 성장을 멈춰버렸고, 

선생님은 이번달 무배란 생리가 예상된다며 더 이상 병원에 오지 말고 다음 생리 때 내원하라고 하셨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배테기를 계속해보니 무려 예상 배란일보다 10일이나 지나서 배란이 되었다. 


아마 프로기노바롤 복용하는 기간 동안 난자가 쉬었다가 약발이 다 떨어지고 나서 일을 하지 않았을까?



3개월 차 : 파워 J가 예상하지 못한 연속 임신 실패, 난임병원에서 부부 검사를 받다

나는 지독한 계획형 인간으로 모든 일에 Plan B, C까지 세우곤 한다.

그런 내게 1월생 아이를 만나겠다는 계획이 틀어지면서 몸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주변의 권유를 받아 메이저 난임병원에 가서 부부 검사를 진행했다.


공포스러운 후기가 가득한 나팔관 조영술까지 마쳤지만 우리 부부 모두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내 Amh 수치가 6.5로 다낭성 소견이 있었고 그래도 그간 생리가 규칙적이었기 때문에 

자연임신을 도전해도 된다는 원장님의 피드백을 받았다.


난임병원이라 그런지 마지막에 시술을 영업하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는 건... 비밀이다.



4~6개월 차 : 6개월 안에 50% 이상의 부부가, 1년이면 80% 이상이 임신을 한다고?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아서 그런지 비록 1월생은 아니지만 

화창한 봄도 좋지 않을까 정신승리를 하며 6개월 안에는 생기겠지라는 마음으로 

배란초음파와 배란테스트기를 병행하며 준비를 했다.


산부인과 원장님은 초반 초음파를 볼 때마다 내막도 너무 좋고 느낌도 좋다며 

이번엔 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지만 결과는 단호박이었다.


심지어 세 달간은 착상에 도움을 준다는 iVFC도 맞았지만 엉덩이만 아플 뿐 매직아이조차 보지 못하였다.


기대와 실패를 반복하면서 어느 순간 병원 가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어차피 1년 안에는 대부분 생길 테니 초음파는 보지 말고 배테기로 열심히 날짜를 맞춰보기로 했다. 



7~12개월 차 : 상실감의 연속

배테기와 온갖 민간요법(숙제 후 엉덩이에 베개 받히기, 3시간 동안 안 씻기 등)을 해봤지만,

임테기는 답이 없었고 마지막 세 달은 흑염소즙까지 주문했지만 역시 묵묵부답.


비슷한 시기에 준비했던 친구들에게 하나 둘 출산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간 살면서 이렇게 무력한 순간이 있었을까? 눈물이 핑 돌았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말은 지금 이 순간을 말하는 것인가.


임신은 하늘의 뜻이라는 것을 알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절에 가서 시주도 하고,

기운이 좋은 팔찌도 여럿 사 왔지만 나는 결국 용띠맘이 되지 못하였다.



또 다른 도전 : 시험관을 선택하다

자임준비 1년, 나는 80%에 들지 못하였고 난임병원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내심 인공은 2차까지만 해봐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원장선생님이 바로 시험관을 권유하셨다.


인공도 정자를 약품처리 해서 보내주긴 하지만 성공 확률이 자임과 별반 다를 게 없고,

직장도 다니기 때문에 난임 기간이 길어지기보다는 성공률이 높은 시험관을 하자는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말씀에 혼이 나가서 어영부영 네, 네 대답만 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엔 원인불명 난임이 적혀있는 보건소용 진단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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