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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lina Apr 25. 2024

[EP-2] 경험하지 못해서 더 두려운 시험관

과배란 - 자가주사가 가장 쉬운걸 나는 왜 몰랐을까?

1년간의 자연임신 도전을 끝내고 시험관을 결정한 순간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다만, 나의 마음과 멘탈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글을 적는 이 순간도 두려움에 휩싸여 있을 뿐


초진을 끝내고 바로 보건소에 가서 난임시술비지원을 신청했다.

수도권 기준 부부 소득에 상관없이 지원 가능이었고 시험관 신선의 경우 110만원이 지원된다고 했다.


돈으로 주는 것은 아니고 보건소에서 지원통지서를 받아 난임병원에 제출하면

결제할 때마다 급여 항목의 90%는 지원해 주고 나머지 10%만 본인부담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채취 전까지의 날들을 기록해 보겠다.




과배란 1일 차 : 초진 그리고 자가주사 바로 시작

생리 3일차 난임병원을 방문했다.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초진을 받은 그날부터 자가주사 시작이다.

아마 시험관을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가주사에 대한 두려움이 클 것이다.


채취를 앞둔 지금 나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자가주사가 시험관 과정에서 가장 쉽다.


4일간 과배란을 위한 벰폴라 300과 데카펩틸 주사를 처방받았다.

간호사 선생님이 자가주사 방법을 설명 해주며 내 배에 직접 주사를 놔주셨는데 극도의 긴장감으로 식은땀과 과호흡이 왔다.

선생님도 놀라며 5분간 안정을 취하고 가라고 할 정도였다.


사실 크게 아프지는 않았다. 배에 주사를 맞는다는 것 자체가 두려웠을뿐.



과배란 2~4일 차 : 안 아프다고 무섭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주사가 아프지 않다고 스스로 주사를 놓는 행위가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완벽하게 별개다.


유튜브를 수 없이 돌려봐도 도저히 못하겠어서 결국 2~4일 차까지 난임병원에 가서

자가 주사를 맞았다.

갈 때마다 간호사 선생님이 결국 혼자서 놔야 하는 순간이 올 텐데 계속 오면 안 된다고 

혼냈지만.. 그래도 어떻게 하나요 무서운걸...



과배란 5~6일 차 : 1차 초음파와 통증

과배란 주사를 시작한 지 3일 차부터 6일 차까지 왼쪽 난소 쪽에 통증이 있었다.

누우면 그나마 괜찮지만 회사에서 앉아있으면 신경이 쓰일정도의 통증이었다.


병원에서 5일간 자가주사를 맞으며 1차 초음파를 보았고 우려했던 난포 개수를 들었다.


바로 좌, 우로 각각 7~8개의 난포가 자라고 있다는 것이었다.


난저이신 분이 내 글을 보면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 수 있으나, 

나는 다낭성이 있었고 첫 시험관이었기 때문에 저자극으로 1차를 진행하고 싶었다.


난자 채취를 15개 이상하는 경우 난소과자극증후군 영향으로 복수가 찰 수 있다.

그래서 10~12개 정도를 희망했으니 벌써 16개가 보여버린 것이다.


조심스럽게 내 생각을 원장님께 전달했으나, 20개는 채취하는 게 좋다면서 

용량을 낮추지 않고 벰폴라 300을 4일간 추가 처방해 주셨다.

조기배란억제주사라는 유레릭스와 함께.



과배란 7일 차 : 어쩔 수 없이 오는 순간, 자가 주사 도전하다

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혼내며 말했던 그 순간이 바로 돌아왔다.

병원에 갈 수 없는 일. 요. 일


긴장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대신 놔준다고 했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마우면서도 남편 역시 처음이니 무서웠다.


내가 직접 주사하기로 결정한 후 유튜브에서 가장 맘에 드는 동영상을 선택했다. 


인터넷에서 전수해 주는 여러 꿀팁들을 수집했는데,  그중 효과 있었던것들을 공개한다.


1. 무조건! 얼음찜질을 해준 후에 주사한다.

2. 주사 각도는 90도로 하고 망설임 없이 찔러야 한다. 망설이는 순간 지옥문 열린다.

3. 뱃살을 꼬집었을 때 하얀 피부에 찔러라. 빨간 곳은  혈관이 지나가는 곳이라 더 아프고 피난다.

4. 가장 중요한 마지막, 주사를 끝가지 밀어 넣은 후 바늘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손가락 힘을 빼지 말 것, 

    힘을 빼는 순간 플린저가 위로 올라가면서 압력으로 피가 채혈할 때처럼 뽑혀버린다. 

    바로 피멍~

5. 지혈은 문지르지 말고 주사 바늘이 들어간 만큼 꾹 눌러주고 필수는 아니지만 

    그 위로 얼음찜질을 해주면 붓거나 멍드는걸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꿀팁들을 머릿속으로 달달 외우면서, 손도 달달 떨면서 첫 자가주사를 시작했다.

냉찜질 효과인지 통증은 생각보다 적었다.


다만 주사 바늘 캡을 열면서 반동으로 손가락을 찔렀는데 그게 대박 아프다.

조심 또 조심!


주사를 다 맞고 문득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남들과 비교하면 끝도 없지만 다들 쉽게 하는 임신을 나는 왜 이 고생을 하면서 하는가,

정말 그 정도로 내가 아이가 갖고 싶은 건 맞는 걸까.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다 눈물이 나기 시작했고 남편 앞에서 펑펑 울었다.



과배란 8~9일 차 : 2차 초음파, 대망의 채취 날짜가 잡히다.

신기하게 7일 차 끝부터 과배란으로 인한 통증이 100이라면 20 정도로 줄어들었다.


왜일까? 


9일 차까지 주사를 열심히 맞고 2차 초음파를 보기 위해 난임병원을 향했다.


고용량으로 4일 더 맞은덕에 (or 탓에..ㅋㅋ) 원장님께서 좌, 우 합쳐서 난포가 20개 정도 보인다고 하셨다.

대부분의 후기를 보면 초음파에서 보이는 것보다 채취를 더 많이 하던데, 걱정이 앞섰다.


채취 날짜는 이틀 후인 목요일 오전 9시.


채취를 위한 주사 5대가 처방되었다. 5일치 아니다. 하루에 다 맞는 거다. 세상에.

오전 주사는 병원에서 맞았고, 밤이된 지금. 나는 저녁 주사인 오비드렐 3대와 데카펩틸 1대를 자가주사 해야 한다. 


시간이 생명이기 때문에 9시에 시작해서 4대를 10분 안에 다 맞아야한다.


병원 문을 나서기 전까지 간호사 선생님이 정말 신신당부를 했다.

아무리 두려워도 저 시간은 꼭 지키라고, 그동안 과배란한 거 한 번에 수포로 돌아가는 수가 있다고.


이만 글을 마무리하고 나는 4대의 주사를 맞으러 가고자 한다.

두려움, 고통 이 또한 모두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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