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싶어요.
지금 시각 새벽 2시 47분.
지독한 비염으로 콧구멍 두쪽다 막힌 지 10시간째다. 임신 전 잘 드는 약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떤 약도 맘대로 복용할 수 없기에 끝끝내 잠들지 못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임신 6주부터 16주까지 꼬박 입덧으로 울렁거리는 나날들을 보냈다. 시험관으로 힘들게 가진 아기기에 FDA에서 안전하다고 승인한 입덧약조차 먹는 것이 조심스러워 매일 술 마시고 다음날 느끼는 토하기 일보 직전의 고통을 느끼며 버텼고 16주가 되어서야 조금씩 완화가 되었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었고 한 번 비염이 오면 축농증까지 풀코스로 가곤 했다.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있듯 약하게 비염기가 있을 때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강한 약을 복용하면 2~3일 사이에 끝났지만 그 시기를 놓치면 한 달을 항생제를 먹으며 씨름해야 했다.
그래서 아이 계획이 없었을 때도 막연하게 임신을 하면 약도 맘대로 못 먹는다는데 비염은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21주인 지금. 나는 살면서 가~장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주 3일부터 시작된 비염은 맑은 콧물이 쏟아지는 증상에서 현재는 앉기만 해도 양쪽 코가 꽉 막히고 그 근처로 열감이 생겼다.
코가 막히는 순간 그 용하다는 코세척조차 효과가 1도 없어진다. 코세척은 한쪽 코에 식염수를 분사하여 다른 쪽 코로 콧물을 빼내어 콧 속 깊은 콧물까지 제거하는 게 목적인데 일단 비강이 부어서 식염수를 집어넣으면 반대쪽 코로 나오는 게 아니라 귀로 나오는 상황이다. 이러다가 중이염까지 올까 걱정되어 결국 중단하였다.
유튜브를 보며 비염에 좋은 마사지, 따뜻한 차 마시고 가습기 등등 별 짓을 다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오늘 자려고 누웠는데 양쪽 코가 막힌 탓인지 갑작스럽게 숨쉬기가 답답하며 공황처럼 이러다가 갑자기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 걸치고 있는 옷조차 갑갑하게 느껴져 침대에서 뛰쳐나와 입고 있는 속옷까지 다 벗고 펑펑 울었다. 뒤늦게 인기척을 느낀 남편이 산책을 권유했고 나갔다 오고 조금은 좋아졌으나 역시 집에 와서 눕자마자 코가 다 막혀서 결국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하루종일 코를 풀고 기침을 한 탓인지 평소보다 태통도 2~3배 정도 강하고 많다. 아기한테 너무 미안해진다. 사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없다. 그냥 나의 기분을 어딘가에 적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적기 시작했을 뿐. 다음 글은 임산부 비염 극복 후기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