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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titude May 26. 2023

내가 만난 쓰기의 순간들

은유 - '쓰기의 말들'을 읽고

'쓰기의 말'들은 은유작가가 글쓰기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작가로서 있기까지 자극이 되어준 문장들을 모은 책이다. 어떻게 자극을 주었고 글쓰기에 무슨 변화를 주었는지 작가라는 직업 이면에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은유 작가를 엿볼 수 있었다. 책의 문장과 에피소드들을 통해 글 좀 써본 사람들은 계속 쓰다가 겪게 되는 고민들을 같이 볼 수 있다.


작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글 안 쓰는 사람과 비교하면 ‘쓰는 사람’으로서 글쓰기를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쓰는 나'를 만든 순간들을 떠올려봤다. 나름 글쓰기 책을 많이 읽었지만 이번 은유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 바, 글쓰기 독학을 그렇게 진지하게 하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분명 글이 예전보다 나아지고, 계속 쓸 수 있고, 한참 쉬다가도 다시 쓸 수 있게 만들어 준 쓰기의 순간들을 만났다.


글 쓰는 게 싫었던 나

글쓰기 과제가 학창 시절 글쓰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싫었다고 단호하게 말 못 하는 건, 숙제나 백일장으로 어쩔 수 없이 써야 했던 순간들 중에 단 한순간도 글을 쓰면서 느끼는 몰입의 즐거움이나, 써냈을 때의 성취감이 아예 없었을 거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입상하는 글들을 보면 격차를 느꼈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글쓰기 과제가 반갑지는 않았다.


글쓰기 시작

그렇게 수년이 흐르고, 아싸에 집돌이던 내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들어간 소셜 플랫폼에서 인기 있는 모임을 찾던 때, 글쓰기 모임을 하나 발견했다. 많은 기수가 진행되었는데, 기수마다 사람들이 꽉 차서 여러 사람들이 다음을 기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글쓰기를 어쩔 수 하더라도, 그 모임에 들어가고 싶었다. 운 좋게 들어가서 써도 써도 마음에 안 들었던 첫 글을 가지고 갔다.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칭찬하고, 나의 이야기와 나의 문체에서 내가 몰랐던 가치들을 발견해 주니 어서 다음글을 쓰고 싶어졌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원해서 그렇게 글쓰기를 싫어하던 내가 오직 글쓰기 모임을 찾아다녔다. 익명 모임에서는 표현이 섬세해서 여성분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그렇게 공개적인 글을 축적해 갔다.


브런치 작가

브런치를 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블로거들처럼 꾸미고 모양내는 걸 까다로워하면서 브런치 특유의 단조롭고 심플한 인터페이스가 마음에 들어 신청했다. 글을 심사받을 줄 몰랐는데, 갈수록 글이 쌓이면서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가운데 운이 좋게 일찍 작가로 선정되었다. 이따금씩 지난 글들이 다른 브런치 작가들과 나란히 어깨를 기댈 수준이 아닌 거 같아서 수시로 서랍에 도로 넣어둔다.


매일 쓰다

2년 전 코로나 시절 네이버에서 매일 글 쓰는 오늘일기 챌린지를 했다. 2주 쓰면 끝이었는데, 매일 쓰던 탄력을 받아서 홀로 이어가서 무려 150일을 연속으로 썼다. 모든 글에 질을 따지면 형편없을 수 있지만, 가끔 다시 읽어보면 생각과 의식의 흐름이 재밌다. 하루하루 글 써야지 하면 발행하기까지 퇴고를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던 내가 이때는 오히려 오늘 쓰지 않았다는 것을 몸이 기억할 정도로 글 쓰는 쪽으로 관성이 생겼다.


매일 못 써도, 자주 안 써도, 계속 쓴다

150일 연속 써던 글들, 서랍에 저장해 둔 글들, 발행한 지 오래된 글들 모두 지금 다시 읽어보면 유치한 문장도 있고, 이 날은 뭐가 이리 분노가 찼을까 싶은 문장도 있고. 때로는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쓰게 됐나 스스로 감탄을 하기도 한다.


글쓰기에 있어서 불필요한말 빼기, 간결하게 쓰기, 등 글 자체에 대한 팁들을 글쓰기책으로부터 많이 배웠다. 시간을 낸다던가 무엇을 담아야 한다거나 철학적인 부분은 읽으면서 공감해도 결국 마이웨이로 돌아온다. 글쓰기 책을 보다 보면 어떤 모범담안이 있는 것 같지만, 다른 글들을 보다 보면 그렇지만도 않아 보인다.


인생과 같아 보인다. 나만의 인생이 있고, 그들만의 인생이 있다. 성공의 방법을 어느 정도 배우고 따라 할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의 삶을 살 수는 없듯이 그 사람의 글을 쓸 수도 없다. 나는 나만의 호흡대로 쓰면 족하고, 조급할 필요 없다. 부자가 되는 법이 따로 있는 것처럼 팔리는 글을 쓰는 것도 나름의 방법이 있다. 물론 그때는 운이 좋아서 조회수가 폭발하지 않는 이상, 나만의 호흡을 버려야 할 것이다. 다수의 유명한 작가들은 꾸준히 자기만의 글을 썼지, 하루아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작가로서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다면, 다른 분야에서 쌓인 내공과 실력이 뒷받침되었다.


은유작가가 주워 담은 쓰기의 말들과 순간들을 보면 조급함이 덜할 것이다. 작가님처럼 글 쓰는 누구나 인내하고 통과해야 하는 시간과 단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장이 삶의 순간으로 바뀔 때 인생이 바뀐다. 은유작가님은 쓰기의 말들을 글 쓰는 순간들로 잘 가져온 듯하다. 글쓰기를 싫어하던 때에 비하면 나 역시도 많은 순간들이 바뀌었다. 의식적인 노력을 들여서 더 양질의 문장과 나만의 문체로 채워지는 글을 쓰기 위해 문장이든 환경이든 무엇이든 흡수할 용의가 있다. 그렇기에 어제보다 오늘, 오늘 보다 내일 더 잘 쓸 기대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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