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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우 Nov 20. 2020

어쩌다 동물 연구자가 되다.

탐조인에서 남극 펭귄 연구자, 그리고 멸종위기종 연구의 길을 가다. 

춥다

뼈도 얼려 버릴 것 같은 공기가 피부를 타고 몸을 찔렀다. 침낭 안에 넣어놓은 핫팩은 아직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어쩌면 열이 나기도 전에 찬 공기에 져버렸는지도 모른다. 체온으로 침낭 안이 덥혀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가만히 훤한 텐트 안 천정을 바라보았다.  난 무얼 하러 이 먼 남극까지 와서 고생을 하는 것인가. 한국에 있을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보조배터리에 연결된 휴대전화 화면에는 온도가 낮아 충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연결선을 분리하고, 가족들의 사진을 몇 장 열어보았다. 한국에는 저녁이 막 시작될 시간이고, 이미 세상은 어둠에 들어섰을 것이다. 하루 종일 해가 떠 있는 이곳에서는 이젠 어두운 하늘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휴대전화에 하루 일과를 몇 가지 단어로 정리했다. 금세 손가락이 얼어 휴대전화를 침낭 안으로 밀어 넣었다. 기록들은 기지에 복귀해 잊어버리기 전에 문장으로 정리할 생각이었다. 처음 새를 보기 시작하던 대학시절과 대학원에 들어가던 때, 운이 좋아 남극 연구원으로 오기까지의 일들이 떠올랐다. 텐트 밖에서 휘이이잉하는 바람소리에 가르르륵 카르르륵 펭귄들의 울음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시작

자연을 연구하고 싶었다. 막연하지만 그 생각만은 확고했다. 그렇지만 대학교를 진학하며 생물학과를 선택할 때만 하더라도 어떤 생물을 연구하게 될지 결정하지 못했다. 남들처럼 악기동아리는 하나 들어가야지 생각하고 동아리 홍보책자를 살펴보다 발견한 야생조류연구회라는 이름은 마치 운명처럼 뇌리에 박혔다. 입학식을 마치자마자 나는 홍보책자를 들고 동아리방으로 향했다. 그렇게 나는 새의 세상에 한 발자국 발을 담갔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그 이후에는 마치 미리 준비되어있듯 고민할 필요 없는 길이 나타났다. 좋은 길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었지만 그리 불안해하지 않고 뛰어들었다. 생태계 조사회사, 생물학과 대학원을 거치며 남들보다 뛰어나다 할 순 없지만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 있었다. 

새를 보는 것이 좋았다. 쌍안경과 새 도감 하나만 들면 서울 도심지도 훌륭한 탐조지가 되었다. 어느 곳을 가든 새는 있었고, 내 가방에는 쌍안경이 있었다. (지금도 일 년 내내 내 가방엔 쌍안경이 들어 있다)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새에 미쳤다는 핀잔도 자주 들었지만 쌍안경 하나 들고 이곳저곳 새를 보러 다니는 것이 마냥 좋기만 했다. 그거 보러 다녀서 먹고살겠냐는 부모님과 지인들의 걱정의 말도 많이 들었는데 운이 좋았던지 나는 지금 그거 해서 먹고살고 있으니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동물을 연구한다는 것 

탐조를 하는 것과 동물의 생태를 연구하는 것은 많이 달랐다. 가만히 새가 있는 곳을 찾아가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은 동물과 나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유지된다. 눈에 띄는 화려한 옷을 입지 말 것, 동물에게 방해가 되는 큰 소음을 내거나 놀라게 하는 행동을 하지 말 것, 어린 새나 번식 중인 둥지 주변에서는 특히 더 주의할 것 등 탐조 수칙을 지키면 동물과의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령, 희귀한 새를 만났더라도 그 새를 괴롭히지 않을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설령 이런 방식 때문에 새를 오래 관찰하지 못하더라도 아쉽지만 탐조인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탐조인은 그저 새를 좋아하는 관찰자에 불과하니까. 간혹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둥지를 훼손하거나 서식지를 파괴하는 일부 사람들의 사례를 듣게 되더라도 탐조가로서 나는 떳떳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구자로서 동물을 마주하는 것은 탐조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대학원에서 쇠물닭이라는 새의 번식생태를 연구하려고 마음먹고 번식지인 수초 사이에서 둥지를 찾아다니면서 처음으로 연구자로서 나는 새와의 거리를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음을 알게 됐다. 쇠물닭의 번식 성공에 어떤 요인이 중요한지 밝혀내기 위해서는 새의 은밀한 둥지를 발견해 위치와 모양을 기록하고 알의 개수나 크기를 측정해야 하며, 언제 부화하는지, 성공률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각각의 측정치가 번식 성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필연적으로 동물의 공간을 침범해 방해를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소한의 시간에 조사를 마지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에는 그 행위 자체가 탐조가로서는 도저히 용납이 안 되었다. 하지만 어물쩍거리다가는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연구기회를 놓치게 되고, 졸업이 일 년 연기될 수도 있다. 자연은 인간을 기다려주지 않는 법이니까. 일주일에도 서너 번씩 번식 중인 둥지를 찾아가는 행위는 여태껏 단순 조류 애호가로 지낸 나로서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시기였다. 새에게 방해를 덜 주면서 좋은 데이터를 얻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구차한 변명이지만, 둥지를 찾을 때마다 어딘가로 피신해있는 둥지의 주인에게 미안함을 전하곤 했다.      

 쇠물닭의 번식생태 연구를 가까스로 마치고, 남극 펭귄 연구로 넘어갔다. 하루에 열심히 하천을 돌아다녀 운이 좋아야 겨우 대여섯 개의 둥지를 만날 수 있던 쇠물닭과 달리 세종기지의 펭귄마을에는 한눈에도 수 천 개의 둥지가 모여 있었다. 연구자라면 누구나 원하는 연구 표본의 크기가 많고, 연구장소가 가까우며(물론 세종기지에서), 연구비가 많이 들지 않는 (물론 남극까지 가는 비용을 제외한다면) 연구대상종을 만난 것이다. 언뜻 봐서 펭귄들은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크게 놀라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쇠물닭 때보다는 편하게 둥지 관찰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펭귄들은 나의 움직임을 언제나 주시하고 있고. 나로 인해 불필요한 경계행동을 해야 했으며, 나의 행동은 도둑갈매기와 같은 펭귄 포식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내가 주로 다니는 길과 다니지 않는 길의 펭귄이 서로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이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연구를 위한다고 하지만 펭귄의 번식에 나는 방해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생명윤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실험동물로 활용되는 동물의 숫자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고, 엄격한 채식주의자들은 동물을 먹지 않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동물원료의 의류나, 제품까지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동물을 이용하는 실험은 많은 과학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연구자로서 생명윤리를 준수하면서 좋은 연구성과를 얻어내는 일은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성과가 중요하고, 경쟁적인 과학분야에서 연구자의 양심에 맡겨 생명윤리를 준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비록, 실험동물이 아니고, 동물을 죽이는 일이 아닐지라도 연구자로서 더 많은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고, 접근하여 더 많은 데이터를 얻고 싶은 유혹은 늘 곁에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펭귄도 사람이 가까이 접근하면 심장박동이 증가하고, 인간 활동이 많은 지역의 펭귄 번식성공률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접하고는 동물 연구자로서 고민이 많았다. 최근에는 남극 관광이 증가하고, 연구자의 발길도 늘어나고 있었지만, 남극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땅이었다. 아직도 사람이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지역이 있고, 이는 펭귄 번식지도 마찬가지다. 장보고기지에서 약 350km 떨어진 케이프 할렛(Cape Hallett)이라는 곳에서 3년간 아델리펭귄의 번식생태를 연구했다. 이곳은 과거 미국과 뉴질랜드에서 1957년부터 1973년까지 기지를 운영하던 곳이었다. 기지가 철수하고 난 뒤에도 기지 터의 뒷정리와 연구를 위해 매년 사람이 방문하던 곳이다. 우리 팀이 이곳에 캠프를 정하고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도 과거 이 지역에 기지가 운영되던 곳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이런 연유로 이곳에서 번식하는 아델리펭귄은 70년 가까이 사람을 보아 왔을 것이다. 처음 케이프 할렛에 방문해 아델리펭귄 번식지로 다가갔을 때 펭귄들은 격한 경계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불과 2~3일 만에 그러한 반응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과 며칠 만에 펭귄들은 사람에 익숙해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게 불안 반응은 있을지언정 외향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이후 다른 몇 곳의 펭귄 번식지를 방문하는 기회가 있었다. 그곳들은 케이프 할렛과는 다르게 사람이 거의 방문하지 않은 지역이어서 아델리펭귄들의 반응을 영상으로 기록해보았다. 케이프 할렛과는 확연히 다르게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람에 익숙하지 않은 펭귄들은 상황과 종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데, 둥지를 지키는 아델리펭귄의 경우 극렬한 경계 반응을 보였다. 사람이 자신들의 포식자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보다 월등히 덩치가 큰 존재를 잠재적인 포식자 또는 번식의 방해자로 인식해 공격 반응을 모인 것이다. 반면, 번식지와 떨어진 장소에서 만난 아델리펭귄은 많은 경우 딱히 경계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일부는 사람에게 호기심을 느껴 다가오기도 했다. 지켜야 하는 무언가(가령 둥지나 새끼)가 없는 경우에는 사람을 잠재적 포식자로 인식하지 않는 듯했다. 이러한 행동은 황제펭귄에서 극명하게 나타나는데, 황제펭귄의 번식지에 다가가면 멀리서부터 황제펭귄들이 사람들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한다. 이 종은 아직 사람을 경계의 대상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듯했다. 

반면, 세종기지에서 만난 펭귄들은 이와는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세종기지 주변에는 세종기지를 포함하여 총 8개의 남극기지가 위치해 있어 사람의 이동이 많다. 세종기지는 1988년 건설되어 30년이 넘게 운영되었다. 펭귄 번식지는 기지에서 직선으로 약 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사람들의 방문이 많다. 자연스럽게 펭귄들은 수십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것이다. 이곳에서 번식하는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은 사람에게 다가오는 비율이 장보고기지 근처의 아델리펭귄, 황제펭귄보다 월등히 낮다. 오랜 시간 사람을 접한 세종기지 인근의 펭귄들은 사람이 비록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방해요인으로 여기고 있는 듯했다. 이는 새끼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의 행동을 보면 확연해지는데, 올해 태어나 둥지를 벗어난 새끼들은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다가왔다. 가만히 있으면 바짓가랑이를 물어볼 정도로 주변을 둘러싸기도 했다. 아직 철이 덜 들었던 탓일까. 태어난 해에는 사람을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지 않던 펭귄이, 성체가 되면 사람을 피하게 되었던 것이다. 학습된 결과일 것이다. 

펭귄이 사람을 인식하여 원래 종이 가지고 있던 반응과 다른 반응을 나타내는 것이 그 종의 생태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에게 쉽게 익숙해질 경우 다른 위협요인이 접근하는 경우에도 비슷한 반응을 나타내 대비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 당장 (그런 사람은 없을지라도) 좋지 않은 마음을 먹고 다가와 펭귄에게 해코지를 하고자 한다면, 사람에 익숙해진 펭귄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도 있는 것이다. 과거 1800년 후반부터 1900년 초까지 남극 탐험의 시기에 남극을 방문했던 사람들은 식량으로 이용하기 위해 또는 데려온 개의 먹이를 위해 펭귄을 사냥하기도 했다. 캠프를 하는 경우에는 기름을 얻기 위해 많은 펭귄을 죽이기도 했다. 사람에 익숙하지 않아 멸종한 유명한 새가 있다. 바로 도도새이다. 도도새는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에서 번식하던 날지 못하던 새이다. 이 근방이 무역로로 이용됨에 따라 중간 기착지로 사람들의 방문이 많아졌는데, 사람을 알지 못하던 도도새는 오늘날의 황제펭귄처럼 호기심에 사람들 주변으로 모여들었다고 한다. 몸짓이 큰 도도새는 식량으로 이용되기 좋았고, 많은 새가 죽임을 당했다. 사람의 출입은 개, 쥐 등 다른 동물뿐만 아니라, 병원균 또한 옮겨왔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도도새는 지구 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비록 남극은 모리셔스 섬에 비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고, 남극조약으로 동물을 함부로 죽이지 않게 되었지만, 사람에 익숙하지 않은 펭귄들의 사람에 대한 반응 행동은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내가 오지 않았다면 잘 살아가고 있을 펭귄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편함이 연구하는 내내 마음 한 곳에 남아있었다. 알지 못하는 미래에 환경변화로 펭귄이 위기에 직면한다면 우리의 연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이 한가닥 위안이었다. 장보고기지에서 몇 년간 함께한 뉴질랜드 교수님이 어느 날 저녁 나에게 “펭귄들이 당신을 신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탐조가로 시작한 나에게는 그 어떤 칭찬보다 위안을 주는 말이었다.      

펭귄은 위기에 처해있다. 

남극에 서식하는 동물에게 가장 중요한 먹이원은 크릴(Krill)이다. 여러 종의 크릴이 있지만, 그중 남극크릴(Antarctic Krill) 한 종만 예로 들어도 전체 생체량이 사람의 무게를 모두 합한 것과 비슷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 남극에 살고 있다. 이 크릴을 먹고 펭귄뿐 만 아니라, 고래, 물범 등이 여름의 남극으로 몰려와 번식을 한다. 남극을 포함한 지구 전체의 생물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중요한 크릴의 생산량은 매년 남극의 바다가 어는 면적인 해빙 면적과 연관이 큰데, 해빙 면적이 넓을수록 많은 크릴이 생산된다. 그런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남극 해빙 면적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는 크릴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남극 생태계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델리펭귄 등 남극에서 서식하는 펭귄들을 크릴 의존성 생물이라고 부르는데, 먹이의 대부분이 크릴이기 때문이다. 해빙이 감소하면 크릴이 감소하고, 어느 한순간에 펭귄이 절멸할 수 도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펭귄들 중 유일하게 해빙 위에서 번식하는 황제펭귄의 경우 해빙이 감소하면 당장 번식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현재 남극 펭귄이 잘 살고 있다고 해서 안심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남극 펭귄의 주식인 크릴을 잡는 라이벌은 고래, 물범만이 아니다. 인간들의 상업적인 크릴 조업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크릴은 어업에서 매우 중요하게 활용되는데, 양식장의 먹이원, 낚시의 미끼 등으로 사용되고, 최근에는 영양제로 이용되는 오메가-3의 원료로도 이용되고 있다. 남극에서의 상업적 조업을 억제하기 위해 2016년에는 남극조약 협의당사국회의에서 남극 바다의 일부 지역을 남극해 해양보호구역(Marine protected area)으로 지정한 바 있다. 극지연구소 근무 당시 우리 팀의 주요 연구지인 장보고기지의 케이프 할렛은 로스해(Ross sea) 해양보호구역이 위치한 곳으로 보호구역 지정 이후 생태계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 조사지로 선정한 것이었다. 남극의 지표종인 펭귄 연구를 통해서 해양생태계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프 할렛에서 나는 2016년부터 3년 동안 아델리펭귄의 둥지수 변화와 번식생태, 다양한 로거를 활용한 행동생태 연구를 수행했다. 남극 환경 및 해양 생산성의 변화는 바로 펭귄의 생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비록 앞으로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한 주제이지만, 아델리펭귄들의 둥지수 변화, 다양한 바이오 로거(위치 기록계, 잠수 기록계)를 활용하여 펭귄들의 행동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데이터들을 활용하여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고, 향후 축적된 데이터들이 분석되면 남극 생태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멸종위기종 연구자로

2011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만 8년간 극지연구소에서 펭귄을 연구하던 나는 2019년 9월부터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극지연구소에서 매년 남극을 다니면서 현장에 있을 동안에는 추위와 외로움,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들었지만, 한국에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남극의 청량한 공기와 눈이 시린 하얀 풍경, 펭귄들의 울음소리가 그리웠다. 현장에서의 괴로움은 사라지고, 즐거웠던 기억만이 중독처럼 남아 다시 나를 남극으로 이끌었다. 직장을 옮기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남극을 다시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비록 다시 남극으로 향해 펭귄 울음소리가 들리는 얼음장 같은 텐트 안 침낭에 몸을 누이면 고통에 후회가 밀려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도 해보지 못한 귀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그 충족감은 어떤 연구에서도 얻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다시 남극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고민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남극의 펭귄들 뿐 만 아니라 멸종위기종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문제이며, 거창한 연구가 아닐지라도 멸종위기종의 복원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남극 못지않은 충족감을 얻을 것이다. 멸종위기종의 멸종 원인, 예비 멸종위기종 발굴, 서식지 복원 방법 등이 주요 관심분야이다. 앞으로의 10년은 멸종위기종의 연구에 집중해 볼 생각이다.  끝.




얼마전 경기도 일자리재단에서 청년 취업 토크콘서트라는 강연 의뢰가 들어와 다녀왔습니다. 유투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다가, 이전에 써놓은 글과 유사하여 업로드합니다. 유투브 영상은 아래에서. 

https://youtu.be/cXR20CqHf3I


추가로, 최근 다음 웹툰에 연재중인 윤태호 작가님의 "어린"이라는 웹툰에서, 제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당시 윤태호 작가님 팀과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찍은 사진으로 작품에 그리신듯 합니다.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 

어린 31화.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er/96148

여기에 올린 표지사진의 옷과 한번 비교해 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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