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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Jul 04. 2021

지난 50년 동안 남극 3도 상승했다

[기후변화 WITH YOU] 지난해 남극 최고 기온은 18.3도

2016년 11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취재당시 찍은 빙설. 남극 빙하가 모두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은 60m 상승한다. [사진=정종오 기자]

우리 몸의 정상온도는 36.5도입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체온 측정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열이 나기 때문입니다. 보통 37.5도를 넘으면 정상 몸 온도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즉 정상온도에서 1도만 넘으면 몸이 이상 반응을 보인다는 겁니다. 만약 이보다 더 높은 39도를 넘어서면 이땐 고열이라고 부릅니다. 더 이상 넘어서면 자칫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에 빠집니다. 의식을 잃거나 심정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몸 온도는 1~2도 차이에 따라 무척 큰 충격을 줍니다.

2016년 11월에 남극을 현장 취재했습니다. 가는 길은 긴 여정이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남극으로 가는 전용 군용기를 탑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남극까지는 약 6~7시간 걸립니다. 꼬박 2박 3일이 걸려야 남극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군용 전용기는 이탈리아 기지 근처에 내립니다. 그곳에서 남위 74도에 이르는 우리나라 장보고과학기지는 가깝습니다. 당시 바다 위에 비행기가 내렸는데 남극의 추운 날씨로 바다가 꽁꽁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비행기가 얼어붙은 바다에 착륙할 때는 매우 매끄럽게 안착했습니다. 흔들림이 거의 없었습니다. 

지구 온도변화는 극지에서 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북극과 남극은 지구 가열화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북극과 남극의 차이는 크게 두 가지로 보시면 됩니다. 북극은 땅이 없는 바다인데 남극은 호주의 2배 정도의 큰 대륙이 있습니다. 북극은 나라별로 영토가 나눠져 있는데 남극은 그 어떤 국가의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남극은 인류의 마지막 지켜야 할 보루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북극보다 남극이 더 춥습니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지구 가열화에서 남극과 북극은 다른 지역보다 2~3배 빠르다는 데 있습니다. 

지구의 온도변화는 날씨와 기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끝내는 기후변화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1세기가 끝날 때까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최근 자료를 보면 산업화 이전보다 벌써 1.2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최근 남극 대륙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50년 동안 남극에서 평균온도가 3도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우리 몸으로 치면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호주 두 배 크기 남극에 무슨 일이     


남극은 접근이 어려운 지역입니다. 인류가 보존할 수 있는 마지막 대륙으로 꼽습니다. 남극은 지구 전체 기후와 날씨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입니다. 남극 대륙은 호주 크기의 약 2배에 이르는 1천400만㎢에 이릅니다. 동남극과 서남극으로 나뉩니다. 서남극은 바다 위에 두껍게 얼어붙은 빙하가 있습니다. 동남극의 대륙 위에 수억 년 동안 얼어붙은 빙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남극은 춥고 바람이 많고 건조합니다. 이 때문에 ‘차가운 사막’이라고 부릅니다. 연평균 기온은 영하 10도에서 영하 60도에 이릅니다. 빙상의 두께는 4.8km에 달하고 전 세계 담수의 90%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남극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은 약 60m까지 상승합니다. 대륙 빙하가 남극 다음으로 많은 지역이 그린란드입니다. 그린란드도 최근 지구 가열화에 따라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으면 지구 해수면은 평균 6m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지난해 남극의 최고 온도를 수정했습니다. 2020년 2월 6일 아르헨티나의 에스페란사 기지에서 기록된 18.3도를 공식 기록으로 인정했습니다. 이전까지는 2020년 2월 9일 남극 웨들해에 있는 시모어 섬에 있는 브라질의 자동 영구동토층 모니터링 기지에서 관측된 20.75도였습니다.      

지금까지 남극에서는 2015년 3월 24일 17.5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페테리 탈라스(Petteri Taalas) WMO 사무총장은 “정기적으로 매년 최고기온을 판단하는 것은 날씨와 기후에 대한 밑그림과 앞으로 방향성을 파악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며 “남극은 특히 기후와 해양 유형은 물론 해수면 상승에 중요한 곳이어서 정확한 기록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남극 빙하 모두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 60m 상승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남극은 지난 50년 동안 평균기온이 약 3도 정도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지구 가열화가 일어나는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WMO는 남극조약에 따라 남극을 보존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16년 남극 현장을 취재할 당시 우리나라 정부 부처와 세계 관련 기구에 수십 장의 허가서와 서약서를 제출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부분 ‘남극에서 정해진 취재 활동 이외에 오염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 ‘남극의 동식물이 인간으로부터 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 등등 남극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 남극에는 감기에 걸리지 않습니다. 감기 바이러스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남극에 연구원 등 인류가 접근하면서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오염을 사전에 철저하게 방지하겠다는 서약서입니다.         

WMO 기상과 기후 극한 아카이브 위원회는 지난해 남극 최고기온 보고 기록 당시 기상 상황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를 거쳤습니다. 당시 고압 시스템이 푄(föhn, 골짜기에 불어 내리는 고온건조한 국지풍)을 생성하고 에스페란사 기지와 시모어 섬 모두에서 가열화가 발생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기지에서 관측된 두 기록을 두고 위원회는 자세한 분석과 진단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에스페란사 기지에서 관측된 기록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브라질 자동모니터링 기지에서 확인된 온도는 약간의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방사선 차폐에 문제가 있어 온도 측정 센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사울로(Celeste Saulo) WMO 제1 부회장은 “남극의 최근 기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지구 가열화로 시간이 갈수록 극심한 날씨가 잦은 만큼 남극에 대한 정확한 관측 등 조기 경보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WMO 측은 이와 함께 최근 기후위기에 따른 여러 정보가 검증되지 않은 채 보도되고 있는 것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놓았습니다. WMO 측은 “브라질 기지에서 20.7도를 기록했다는 당시 관측자료가 빠르게 전 세계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며 “극한 기온을 보고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2월 전 세계 주요매체는 물론 우리나라 언론도 ‘빨라진 기후위기 남극’ ‘남극 역대 최고 온도’ ‘남극 20.7도 찍었다’ 등의 보도를 앞다퉈 내놓은 바 있습니다. WMO 측은 “기후변화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검증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정확도와 신속성 등 여러 객관적 요소를 통해 공식 인정된 기록이 중요하고 그것을 위해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관련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up2iRNfXq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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